[더팩트|박지윤 기자] 작품은 늘 호불호가 갈린다. 소재나 스토리의 전개, 혹은 배우들의 연기력 등이 그 이유가 된다. 하지만 '카터'는 조금 달랐다. 작품을 향한 비판은 있었지만, 러닝타임 내내 펼쳐진 주원의 노력에는 이견이 없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는 액션 영화의 신세계를 열며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주원은 지난 5일 공개된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 영화 '카터'(감독 정병길)에서 자신의 이름과 나이도 모른 채 전 세계를 초토화시킨 바이러스의 유일한 치료제인 소녀를 데려와야 하는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카터 역을 맡아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났다.
작품은 의문의 작전에 투입된 카터가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을 되찾고 미션을 성공시켜야만 하는 리얼 타임 액션극이다. 영화 '악녀'를 통해 신선하고 몰입감 넘치는 리얼 액션을 선보였던 정병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액션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
'카터'는 공개 3일 만에 273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또한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등 총 90개국 TOP 10 리스트에 오르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주원은 "고생해서 찍은 만큼,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 감개무량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극 중 카터는 자신이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정병호의 딸을 신의주 연구소로 데려오라'는 의문의 여성이 내린 지시를 따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맨몸 액션부터 오토바이와 봉고차, 헬기 등 온갖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한 액션 시퀀스가 펼쳐진다. 주원은 '카터'를 처음 받자마자 지금껏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고난도 액션에 끌렸고,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게 됐다.
"영화 '소방관'을 촬영했는데 개봉이 늦어지면서 '카터'로 먼저 인사를 드리게 됐어요. 처음 대본을 보자마자 '이건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런 장르의 작품이 만들어진다면 너무 좋을 거 같았어요. 한국 영화도 이러한 오락 액션물을 잘 만든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확신이 들었어요.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고, 배우라면 한 번쯤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죠."
2015년 영화 '그놈이다' 이후 7년 만에 영화로 돌아온 주원은 카터로 분해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강렬한 변신을 펼쳤다. 약 3~4개월간 혹독한 트레이닝과 함께 7kg 벌크업으로 다부진 몸을 만든 주원은 극 초반 옷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약 100여 명을 상대로 난투극을 벌이는가 하면, 오토바이를 타고 긴박감 넘치는 카체이싱을 선보였다. 또한 헬기와 스카이다이빙 등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다채로운 액션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저는 고난도 액션에 끌려서 작품을 택했어요. '이게 한국에서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누군가 이걸 찍어야 한다면 제가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에서 액션의 끝을 보여주자'라는 큰 목표를 가지고 임했어요. 스케일과 촬영 기법도 너무 신선했죠. 영화나 드라마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누군가는 새로운 걸 도전해야 하잖아요. 영화계에서 누군가는 이 문을 열어야 된다고 생각했고, 그 역할을 제가 하고 싶었어요."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액션뿐 아니라 주원의 새로운 얼굴도 인상적이었다. 짧은 머리와 목뒤에 있는 십자가 흉터, 온몸을 뒤덮은 그림 같은 문신 등 외적인 변신을 꾀한 그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이는 강인한 남자이자 든든한 아버지를 표현하기 위한 주원의 부단한 노력과 치밀한 연구를 짐작게 했다.
"카터는 어떤 일이든 다 이겨내고, 어떤 어려움도 다 헤쳐 나갈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영화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카터가 계속 적들과 싸워서 이기지만, 어떤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집중한다면 다수와 싸워도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장 도움도 많이 받았지만 거기에 따른 제 목소리도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어요."
"저희 작품이 원테이크로 촬영됐기 때문에 카메라가 얼굴에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았어요. 원테이크 특성상 저의 뒤를 따라가거나 큰 그림을 잡으니까 카터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건 외형적인 부분과 목소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허스키하게 목소리를 냈죠."
2006년 뮤지컬 '알타보이즈'로 데뷔한 주원은 올해로 데뷔 16년 차를 맞이했다. 그동안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각시탈' '굿 닥터' '용팔이' 등 꾸준한 작품활동을 통해 한계 없는 장르 소화력을 보여준 그는 여러 '인생캐'를 탄생시켰다. 이 가운데 이번 작품으로 넷플릭스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그는 "'카터' 시청은 현재진행형"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영화관에서 개봉할 때랑 OTT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동시간에 오픈하는 거랑은 정말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긴장도 설렘도 더 컸죠. 한국 영화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 거 같아서 너무 새롭고 좋았어요. 저의 '카터' 시청은 현재진행형이예요. 정확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10번 이상은 봤습니다.(웃음)"
작품은 공개 후 호불호가 갈리는 평이 이어졌다. 화려한 액션 외에는 특별한 볼거리가 없다는 점이었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스토리나 잔인하거나 성적인 장면 등이 이러한 의견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이견이 없는 건 주원의 눈부신 활약이었다. 주원이 "'당연히 대역이 했겠지'라고 생각되는 것도 다 제가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한 만큼, 시청자들 또한 단순한 액션이 아닌 인간 한계에 도전한 주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처음 머리를 밀면서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작품이 어떻게 나올지 너무 궁금했고, 보시는 분들 또한 저의 변화에 놀라겠다고 생각했어요. 기대하는 바였고요.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예상했어요."
"'카터'는 저에게 자부심을 갖게 해준 작품이에요. 액션이 휘몰아치는 작품인 만큼, 감독님도 그냥 찍으신 게 아니고, 정말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작품이에요. 업계 분들도 '이거 어떻게 찍은 거야?'라고 반응하시는 분들이 많고요. 이런 새로운 시도 자체로 자부심이 드는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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