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병근 기자] 댄서들이 웬만한 가수보다 더 인기를 얻는 시대다. 그런데 지금보다 훨씬 전인 1990년대에도 그런 댄서가 있었다. 바로 강원래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기 전까지 댄서로 그리고 가수로 정점을 찍었던 그가 22년 만에 아바타로 다시 일어섰다. 그 모습을 본 강원래는 "뭉클하다"고 했다.
강원래는 1990년 현진영과 와와의 백업 댄서로 활동을 시작했고 1995년 박미경이 발표한 '이브의 경고'에서 객원 래퍼로 무대에 서면서 얼굴을 알렸다. 댄서로서 이례적인 인기를 끈 덕에 제작자이자 작곡가인 김창환에게 발탁돼 가수 데뷔까지 하게 됐다. 바로 1996년 구준엽과 결성한 남성 듀오 클론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데뷔곡 '꿍따리 샤바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음악방송 1위까지 파죽지세였고 '가요톱10' 골든컵도 손에 넣었다. 이후에도 '난', '도시탈출', '초련'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입지를 다졌다. 또 대만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한류 1세대로 중화권을 누볐다. 한국 대중음악의 르네상스였던 1990년대 한 축을 담당한 클론이었다.
그러나 정점에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강원래가 2000년 11월 오토바이를 타던 중 불법 유턴한 차량과 충돌해 하반신이 마비된 것. 하반신이 영구 장애 판정을 받으면서 무대에서 강렬한 에너지를 전하던 강원래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강원래는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좌절하지 않았고 이겨냈다. 그는 2005년 클론의 다섯 번째 정규앨범 'Victory(빅토리)'를 발표하고 '휠체어 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가수 활동을 지속하는 건 한계가 있었고 이후 라디오 진행을 비롯해 재활 환자들을 위한 강연 등의 사회 활동을 주로 했다.
그렇게 17년이 더 지나 강원래는 다시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더 이상 걷고 뛰고 춤을 추지 못하게 됐지만 특별한 기술력으로 구현된 아바(AVA)로 변신해 다시 일어선 것. 아바타를 통해서지만 마음속에 간직했던 꿈을 이룬 순간이다.
18일 오후 4시 서울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강원래 메타버스 아바타 데뷔' 쇼케이스가 진행됐다. 휠체어에 앉아 무대에 오른 강원래는 "영화 '아바타'에서 주인공이 휠체어를 타고 등장하는데 아바타로 변신해서 나올 때 눈물을 많이 흘렸다. 나도 아바타를 통해서지만 다리가 아플 정도로 뛰면 어떨까 그런 생각에 흥분되고 설렌다"고 밝혔다.
또 "벌써 교통사고가 난 지 22년이 지났지만 이제서야 뭔가 마음을 조금 열고 가상세계를 통해서라도 제가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일들을 하려고 하니 가족들이 많이 응원을 해준다"고 말했다.
이날 강원래 아바타가 영상으로 등장해 춤을 추고 뛰기도 했다. 진행자와 원활하게 소통도 했다. 강원래는 "처음 봤을 때 느낌이 내가 저렇게 어색하게 춤을 췄나 싶더라. 구준엽은 저랑 비슷하다고 하더라. 이제 시작이니까 좀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아바타지만 제가 움직이는 걸 보면서 뭉클하기도 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강원래는 오는 10월 3일 방송하는 TV조선의 메타버스 음악쇼 '아바드림(AVA DREAM)' 앰버서더로 나선다. 그 외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을 만날 계획이다.
강원래는 "아이를 키우면서 제일 하고 싶은 건 같이 노는 거다. 아바타를 통해 아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학교 앞에서 아들을 기다릴 때가 있는데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아빠 멋지다고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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