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병근 기자] 요즘 걸그룹을 보면 너도나도 걸크러시다. MZ세대를 대변한다며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노랫말과 콘셉트를 앞세운다. 그런 상황에서 멸종될 것만 같았던 청순 계보를 이을 걸그룹이 나타났다. 바로 첫사랑(CSR)이다. 2007년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2015년 여자친구의 '유리구슬'을 떠오르게 만드는 신인의 등장이다.
첫사랑은 서정적인 팀 이름에서부터 정체성이 명확하다. 17세 동갑내기인 수아, 금희, 시현, 서연, 유나, 두나, 예함 일곱 멤버는 많은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첫사랑의 싱그러운 이미지를 구현했다. "사람들에게 첫사랑은 오래 남는다. 우리도 오래 기억되고 싶은 마음을 팀명에 담았다"는 멤버들의 말처럼 자극적이진 않지만 잔잔하게 스며드는 길을 택했다.
그 첫발인 데뷔 앨범 'Sequence : 7272(시퀀스 : 7272)'는 소녀들이 처음 느끼는 첫사랑의 찌릿찌릿(7272)한 감정과 낯설지만 기분 좋은 처음의 두근거림을 담았다. 한 여름 태양처럼 뜨겁고, 소나기처럼 설레고, 산들바람처럼 시원한 '청춘 영화' 그 자체다. 비주얼은 물론이고 노래와 퍼포먼스까지 모든 면에서 열일곱 첫사랑의 감성이 물씬 느껴진다.
타이틀곡 '첫사랑(Pop? Pop!)'은 펑키한 리듬과 다이나믹한 베이스라인에 역동적이면서도 한편으로 서정적인 멜로디를 얹은 팝댄스 장르다. 피어나는 꽃망울, 튀는 옥수수, CO2 사탕 등 아기자기한 소재를 더해 사랑에 빠지면서 달라진 모습을 표현했다. 서정적이지만 잔잔하진 않다. 변칙적 리듬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설렘과 긴장을 청각화해 듣는 재미를 더했다.
'아껴왔던 마음 몽우리 터지듯/도톰히 부풀어 꽃잎이 열리듯/밤하늘 수놓은 저 폭죽처럼 알록달록 맘 물들어가' 등 다른 걸그룹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시적인 가사는 첫사랑의 정체성을 오롯이 보여주고, 시원하게 쭉 뻗어나가는 보컬과 발랄하면서도 역동적인 퍼포먼스는 십대의 청량함을 느끼게 해준다.
뮤직비디오 역시 열일곱 소녀들이 첫사랑을 느꼈을 때의 감정을 시각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교복을 메인으로 한 파스텔톤 의상으로 순수하고 따뜻한 느낌을 줬고 리본, 머리핀, 베레모 등으로 포인트를 줬다. 화려한 의상도 블링블링한 액세러리도 자극적인 조명도 없지만 멤버들의 화사한 표정과 에너지만으로도 4분여의 시간이 꽉 찬다.
타이틀곡을 비롯해 수록곡까지 차례로 들으면 첫사랑의 감정 서사가 더 분명해진다. 곳곳에 재기발랄한 가사와 반전이 있고 무엇보다 첫사랑의 밝고 건강한 느낌이 가득하다.
1번 트랙 '열일곱 (72.72Hz)'은 단둘이서만 나눌 수 있는 마음을 '열일곱'이라는 단어에 비유해 처음 사랑을 알아가는 설렘의 순간을 그렸다. 타이틀곡을 지나 3번 트랙 '비밀이야(Manito)'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니또를 통해 고백을 하려는 소녀의 이야기인 듯 하지만 사실은 마니또가 본인이었던 반전 이야기가 담긴 열일곱 소녀의 당찬 러브레터다.
또 4번 트랙 '지금 너에게 보내 (Toi Et Moi)'는 첫사랑을 달콤한 쇼콜라에 비유했고, 마지막 5번 트랙 '으랏차(Euratcha!)'는 첫사랑의 감정을 전하는 소녀들의 바람으로 '우리의 열일곱이 낭만이 되길' 소망하는 곡이다.
첫사랑은 펑키한 리듬을 기반으로 록적인 요소를 가미해 상큼발랄한 에너지를 전하기도 하고, 청량하면서도 서정적인 톤의 장점을 극대화해 벅차오르는 첫사랑의 감정을 담아내기도 했다. 일곱 멤버의 개성 있는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밝은 에너지를 쌓아올린다. 첫사랑이란 감정이 어쩌면 정적일 수도 있지만 전하는 표현법이 다채로워 지루할 틈 없다.
"사람마다 첫사랑이 다 다른데 다양한 첫사랑의 모습으로 다가가겠다"는 첫사랑 멤버들의 각오는 데뷔 앨범부터 짙게 담겼다. 첫사랑은 열일곱부터 시작해 해마다 달라지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전개하며 성장하는 소녀들의 모습과 첫사랑이라는 감성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풀어낼 예정이다. 첫사랑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펼쳐나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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