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긴장을 놓을 수 없는 125분이다. 예상보다 더 촘촘했고, 빈틈이 없었다. 감독 이정재의 부단한 노력과 치열한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 '헌트'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영화 '헌트'(감독 이정재)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다.
배우 이정재의 첫 장편 연출작이자, 이정재와 정우성이 1988년 영화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함께 출연하는 작품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영화의 배경은 1980년대로, 실제 군부 정권이 인권 유린을 저지르고 민주화 운동을 탄압했던 시기다. 이에 작품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북한 조종사 이웅평 월남 사건, 아웅산 테러 사건 등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망명을 신청한 북한 고위 관리를 통해 정보를 입수한 안기부 해외팀 박평호와 국내팀 김정도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 남파 간첩 '동림' 색출 작전을 펼친다. 스파이를 통해 일급 기밀 사항들이 유출되면서 위기를 맞이하고, 해외팀과 국내팀은 서로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상대보다 먼저 '동림'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하면 자신이 스파이로 몰리는 상황에서 서로를 쫓고 쫓기는 두 주인공의 숨 막히는 심리전은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여기에 실내 총격신부터 일본 도심을 누비는 역동적인 카체이싱, 대규모 스케일의 폭파 등 다채로운 액션이 더해지니 눈을 뗄 수 없다.
물론 '동림'을 찾아내기 위한 과정은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 대립 관계를 형성한 박평호와 김정도를 단순히 선과 악으로 정의할 수 없기 때문에 관객들 또한 한 인물의 시선에서만 사건을 바라볼 수 없다. 하지만 고도의 심리전과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의 연속, 그 안에 숨겨진 복선은 관객들이 두 주인공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들며 몰입도를 높인다.
또한 박평호와 김정도가 스파이의 실체에 도달하는 것에 끝나지 않고,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최종 미션을 남겨둠으로써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이정재와 정우성의 투 샷은 익숙하다. 하지만 이 투 샷이 23년 만에 스크린에 걸리니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관객들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여기에 박평호를 보좌하는 해외팀 에이스 방주경 역의 전혜진과 김정도의 지시로 스파이를 찾는 장철성 역의 허성태는 제 몫을 해내며 이정재 감독의 믿음에 보답한다. 스파이 색출 작전에 휘말리는 대학생 조유정으로 분한 고윤정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성공적인 스크린 데뷔를 이뤄낸다.
뿐만 아니라 배우 황정민 주지훈 김남길 박성웅 조우진 유재명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깜짝 등장은 왠지 모를 반가움을 안기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이제는 배우 이정재의 차기작뿐 아니라 감독 이정재의 작품도 기다리게 될 듯하다. 대작이라고 불리는 영화들이 한 주 간격으로 개봉하며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 주자인 '헌트'가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러닝타임은 125분, 등급은 15세 이상 관람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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