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러 왔어요"...영화 읽고 보고 쓰는 '오!재미동' (영상)


영화로 떠나는 피서…영화 속 명장면 담은 감성 엽서도

2000개에 달하는 DVD와 보기만 해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영화 관련 서적들은 마치 작은 도서관을 연상케 한다. /이한림 기자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여름 휴가철을 맞아 국내 극장가에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향연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그동안 영화 개봉을 미뤄왔던 수 백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들이 코로나19의 엔대믹 전환 후 동시다발적으로 개봉하며 흥행 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활기를 되찾은 곳은 상영관 뿐만아니다. 각 국의 희귀영화와 독립영화, 그리고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시청할 수 있는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이하 오!재미동)에도 모처럼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영화의 거리' 서울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 역사 안에 위치한 '오!재미동'은 한동안 코로나19 발병에 따른 조치로 축소 운영해 왔으나, 지난 1월부터 정상 운영으로 전환해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 23일 <더팩트>가 영화는 물론 문학·예술·사회 등 관련 분야의 서적을 갖추고 있는 '오!재미동'의 아카이브 시설을 방문했다. 현장에는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 DVD룸에서 헤드셋을 착용하고 영화를 시청하는 사람, 진열된 영화 엽서를 구경하는 사람 등 다수의 이용시민이 주말의 안락함을 즐기고 있었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송강호의 대표작 '공동경비구역JSA' '반칙왕' '복수의 나의 것' '남극일지'의 포스터와 함께 제 75회 칸 영화제 수상의 주인공 특집' 전시 푯말이 눈길을 끈다. 그 옆으로 자리잡은 진열장엔 3000개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DVD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아카이브에 나란히 진열된 영화 관련 서적들도 한 눈에 들어왔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영화의 시나리오가 엮인 책부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 촬영 명소 정보를 알려준 책, 영화의 원작이 됐던 소설과 웹툰 등 읽을 거리가 즐비했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시간-박찬욱 최동훈 이명세'란 책을 읽고 있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박찬욱 최동훈 이명세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대담을 나눈 내용을 담고 있는 서적이다. 해당 출판물에 등장하는 박찬욱과 최동훈은 현재 극장 상역작인 '헤어질 결심'과 '외계+인 1부'의 감독으로, 이 서적이 시민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로 충분해 보였다. 시민에게 이 곳을 찾은 이유에 대해 묻자 "영화 보러 왔다가 책도 읽고 간다"며 즐거운 표정을 보였다.

서울시 충무로아트센터에서 운영하는 오!재미동은 영화를 좋아하는 시민들에게 다양한 영화를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거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한림 기자

공간이 주는 감성 역시 눈길을 끌었다.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아방의 그림 수업-영화를 그리는 시간'을 통해 시민참여 형태로 만들어진 영화 엽서들이 '오!재미동'을 찾은 시민들에게 인사라도 하듯 책장 위에 널부러져 있었다.

최근 개봉해 12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 영화 '범죄도시2'의 마동석(마석도 역)부터 영화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아서 플렉 역), 왕가위 감독의 1990년대 홍콩 블루스 '중경삼림'의 임청하(마약밀매상 역)와 금성무(경찰233 역)의 '그 장면', 깊은 울림을 준 영화 '원더'의 천재 아역 배우 제이콥 트렘블레이(어기 풀먼 역)가 우주복을 쓴 모습, '트루먼쇼'의 짐 캐리(트루먼 역), 현실 멜로 영화 '500일의 썸머'의 조셉 고든래빗(톰 역)과 주이 디샤넬(썸머 역)의 캐리커쳐까지 다양한 영화 속 명장면들이 엽서에 그려졌다.

엽서가 놓여진 책장에는 '편하게 가져가세요!'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충무로는 한국영화가 처음으로 상영된 극장 단성사를 필두로 피카디리, 대한극장, 명보극장, 서울극장 등 한국영화의 역사적 가치가 숨어있는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대형 멀티플렉스의 등장과 채널과 산업의 발달로 위상은 변했지만, 소비에서 제작으로 이어진 한국영화 부흥기를 이끈 충무로에 자리한 '오!재미동'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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