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원세나 기자] 국내 첫 다양성(性) 커플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잇따라 공개되자 인터넷은 연일 와글와글 시끄럽고 분주하다.
국내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웨이브(wavve)는 지난 8일 당당한 연애와 결혼을 향한 다양성 커플들의 도전기를 담은 국내 최초 리얼 커밍아웃 로맨스 '메리 퀴어'를, 15일 솔직하고 과감한 남자들이 '남의 집'에 입주해 서로의 진솔한 마음을 확인하는 국내 최초 남자들의 연애 리얼리티 '남의 연애'를 공개했다.
그동안 공개된 수많은 관찰·연애 예능 프로그램은 언제나 남·녀간의 이야기였다. '이성애가 기본값'인 이성애 중심 사회에선 어쩌면 당연한 상황설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달라졌고 그에 따른 방송계 변화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성소수자들의 로맨스를 다루는 프로그램의 론칭은 지금까지 이성 로맨스에만 한정됐던 국내 연애 예능의 깊이와 넓이를 한 차원 확장했다는 점에서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먼저 공개된 '메리 퀴어'는 성소수자 세 커플의 사랑을 조명한다. 자신의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을 뚜렷하게 밝힌 남남(동성) 커플, 여여(동성) 커플, 트랜스젠더(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 커플 등 총 6명이 출연해 다른 듯 닮은 퀴어(다양한 성소수자를 통칭하는 말) 커플의 '현실 연애'를 보여준다.
베일을 벗은 '메리 퀴어'는 자극적이지 않은 '순한 맛'의 연출, 그리고 MC 신동엽 홍석천 하니의 따스한 시선을 바탕으로 한 공감 어린 발언들로 '퀴어 예능'에 낯선 시청자들의 호감을 샀다. 성소수자들의 삶을 담담하게 보여주며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더해졌다.
'메리 퀴어'가 '다양성 커플의 삶'에 주목한다면 이어 공개된 '남의 연애'는 로맨스를 마주한 '남성들 마음의 방향'에 초점을 맞춘다. 매력적인 6명의 남자가 펼치는 리얼 로맨스를 신선한 시각으로 담아내며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그들의 조심스러우면서도 진중한 모습에 집중한다.
색다르고 신선한 조합에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졌던 시청자들은 '남의 연애'가 공개되자 사람이 사람에게 끌리는 마음은 어떤 커플이든 비슷하다는 '공감'을 느꼈고 그동안 지녔던 '편견'을 조금이나마 깨는 계기를 가졌다.
물론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부터 '퀴어'라는 소재 자체만으로도 자극적이고 선정적일 수 있다는 의견까지 '퀴어 예능'의 론칭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도 적지 않다.
네티즌들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와 감상평 등을 남기며 성소수자의 로맨스를 바라보는 자신들의 생각을 전하고 있다. 그들이 전하는 의견 속에서 변하지 않는 듯 조금씩 변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웨이브 임창혁 책임 매니저는 두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성소수자들의 환경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고민과 공론화가 필요하다면 그들의 생생한 삶 자체를 보여줘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면서 "보편타당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의 말대로 '메리 퀴어'와 '남의 연애'는 지금 '다름'이 아니라 '닮음'을 이야기하며 이를 오롯이 시청자들에 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여전히 조심스러운 부분도 많고, 경계해야 할 것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바람에 한 발짝 다가섰다.
어쨌든 2022년 현재 국내 첫 '퀴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알고 보면 다르지 않은 그들의 로맨스'를 지켜볼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시청자에게 큰 의미로 다가옴과 동시에 그만큼 깊은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삶'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때 '혐오의 정서'를 경계하거나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지켜야 할 '인간 존중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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