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괴물형사 마석도와 새로운 마녀의 핵펀치가 침체된 한국 극장가 포문을 활짝 열어 젖혔다. 열린 문 틈으로는 전설의 파일럿과 천둥의 신이 차례로 들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음은 외계인과 도사, 그리고 이순신 장군이 대기표를 발권하고 흥행 대열 합류를 기다린다.
이런 와중에 뚜렷한 색깔로 도전장을 내민 한국 중소영화들도 예비 관객들의 눈길을 끈다. 워낙 대작들이 많다보니 비교적 대중적 관심에선 벗어난 듯하지만 이들 모두 '내 영화 알리기'에 한창이다. 장혁의 액션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 서영희의 공포 '뒤틀린 집', 신현준의 코미디 '핸썸'이 같은 날(13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 '더 킬러', 액션 하나만으로 승부 보는 영화
영화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이하 '더 킬러')는 배우 장혁이 기획부터 주연 배우까지 맡은 액션 영화다. 킬러 의강 역을 맡은 장혁은 영화 '검객'(2020)에서 호흡을 맞춘 최재훈 감독과 다시 의기투합해 스토리보다 연출에 치중한 쾌감 액션물을 만들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검객'은 칼, '더 킬러'는 총으로 말한다. 또 100% 진지함으로 승부를 봤던 '검객'과 달리 유머와 카메오를 더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주연 배우가 직접 액션 신 설계에 참여한 만큼 액션 하나 만큼은 기대 이상의 비주얼을 선사한다. 책상 다리나 소주병, 도끼 등 주변에 있는 모든 사물이 무기가 되고 앞구르기 뒷구르기 옆돌기 낙하 꺾기 등 온갖 액션들이 등장한다. 마치 '아저씨' '존윅' '테이큰'을 보는 듯한 고점 액션 플룻에 CG 없이 완벽한 합을 맞춘 신들이 포진되니 배우 장혁이 한국 영화계에 자신 만이 할 수 있는 하나의 장르를 만들었다는 표현이 알맞다.
장혁이 연기한 의강을 제외하고도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의 매력이나 개연성, 메시지 등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아쉽다. 다만 "액션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한 선택"이라는 장혁의 말처럼 말그대로 액션 하나만으로 승부 보는 영화라면 합격점을 줄 만하다. 의강과 대척점을 이루는 홍콩의 베테랑 액션 배우 브루스 칸, 카메오로 출연해 웃음도 준 장혁의 절친 배우 차태현 손현주를 만나는 재미도 있다. 러닝 타임은 95분. 가볍게 볼 수 있는 액션 영화를 찾는다면 '더 킬러'를 추천한다.
▲ '뒤틀린 집', 열지 말아야 할 문을 열었더니
여름 극장가 유일한 한국영화 공포물이다. '호러퀸' 서영희가 주연을 맡았으며 베테랑 다운 스릴러 연기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핏기가 없는 창백한 얼굴의 가녀린 여인이 한 사건을 계기로 '흑화'한 후 모든 것을 파괴시키는 괴물이 되기까지 서영희의 열연이 영화 전체를 주도한다.
'뒤틀린 집'은 원치 않게 외단 집으로 이사 온 가족이 열지 말아야할 금단의 문을 열게 되면서 맞이한 섬뜩한 비극을 다룬 영화다. 전건우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서영희는 여인 명혜 역을 연기했다. 명혜의 남편 역의 김민재, 수양딸 희우 역의 아역 김보민이 안정된 연기를 펼치며 서영희를 보좌했다.
처음으로 음악감독에 도전한 가수 겸 프로듀서 윤상의 사운드도 영화 흐름에 방해되지 않을만큼 몰입감을 더했다. 퇴마에 대한 소재가 강했던 원작보다 가족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각색한 강동헌 감독의 연출도 합격점이다.
다만 딸 희우가 귀신을 보는 아이라는 특별한 설정을 투입했음에도 결말을 바꿀 키가 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희우를 비롯해 명혜의 주변인들이 모두 그녀를 말렸지만 열지 말아야 할 문을 열자 극 초반 연민을 남겼던 캐릭터들조차 모두 변절되니 후반부 기대를 안고 지켜볼 포인트가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러닝타임은 91분. 올 여름 유일한 한국공포영화라는 점은 흥미를 끌 만하다.
▲ '핸썸', 신현준의 애처로운 원맨쇼
앞서 두 영화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다면 영화 '핸썸'은 새롭게 만들어진 창작물이다. 영화를 연출한 김동욱 감독이 각본을 썼고 메가폰도 잡았다. 이제 와서 밝히지만 '더 킬러'와 '뒤틀린 집'을 '핸썸'과 동일선상에 올려놓는 것은 두 영화에 대한 실례다. 오랜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신현준의 애처로운 원맨쇼가 서글플 따름이다.
'핸썸'은 험악한 인상으로 외모 콤플렉스가 있던 형사 노미남(신현준 분)이 사고를 당해 수술 후 한 달 만에 깨어났지만 자신의 얼굴을 보니 조각 미남이 돼 있었고, 얼굴만 믿고 나서는 강력반의 골칫거리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게 전부다. 신현준의 한 쪽 뺨에 큰 상처를 넣어두고 험악한 인상이라고 우기다가, 사고 후 '자뻑'에 빠질 때는 이 상처 하나만 없애놓고 조각 미남이라고 우긴다. 어디에서 몰입을 해야할 지, 웃어야할 지 관객들을 94분 간 시험한다.
감독은 6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핸썸' 시사회 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테이크를 갈 때 마다 박솔미의 대사가 달라져 편집이 오래걸렸다"고 말하는가 하면 시종일관 무표정에 성의 없는 답변을 이어가는 등 태도 논란까지 이어졌다. 망작을 감지한 듯한 신현준과 '연예가 중계 인연' MC김태진이 특유의 유쾌한 입담을 발휘하며 열심히 뒷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어색해진 분위기가 흥행의 성패를 대변하는 듯했다.
굳이 장점을 꼽자면 신현준과 남매로 출연한 박민지와 탁반장 역의 조덕현의 연기가 유쾌한 분위기를 지탱했다는 점이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얼굴을 비춘 배우들의 모습을 확인할 재미는 있었던 영화 '핸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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