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광식 감독 “영화는 한 문장의 확장된 이야기”


척박한 광주 영화계에서 영화 ‘순남’으로 제1회 평택영화제 2관왕 수상

영화 순남으로 제1회 평택영화제에서 2관왕을 수상한 개미필름의 정광식 감독 / 광주=나윤상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영화산업은 꿈의 공장이라고 불린다. 누구에게는 희망를 주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짙은 페이소스를 주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더군다나 요즘 들어 우리나라 영화의 영향력은 그 어느 시기보다 높다. 하지만 구조적 문제는 비단 영화계에서도 비껴갈 수 없는 문제다.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영화산업만큼 큰 데가 드물다. 그런 지방에서도 광주라면 더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그 광주에서 10년째 영화를 제작하여 만드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제1회 평택영화제에서 영화 ‘순남’으로 퓨처플레이어상과 남우주연상 2관왕을 받았다.

그 영화 ‘순남’을 만든 개미필름 정광식 감독을 직접 만나 보았다.

-우선 ‘순남’ 평택영화제 2관왕 축하한다. ‘순남’은 어떤 영화인가?

개미필름이 매년 자체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2020년에 ‘믿는 구석’의 허지은・이경호 감독팀과 소수의 이야기를 해보자해서 허지은・이경호 감독님은 ‘행인’ 이라는 작품을 했고 우리팀은 ‘순남’을 제작했다.

소수의 이야기 중 어떤 주제가 가장 첨예하고 복잡한 가를 생각하다가 국제결혼이라는 소재가 생각났다.

‘순남’은 농촌총각 순남이 아는 형으로부터 국제결혼의 추천을 받는 과정에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다는 내용인데 우리가 소수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누구나 소수도 될 수 있고 다수도 될 수 있는 과정에서 ‘순남’이 자기 스스로 결정해나간다는 이야기다.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면?

2004년에 학교 동기와 후배들이랑 단편 영화를 한 편 만들어보자 라고 해서 카메라 들고 영화를 만들었던 것이 시작이었던 같다. 사실 꿈은 영화보다 카피라이터였다. 전체적인 상황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에 매력을 느꼈었다. 영화는 그것의 확장판인 것 같다. 하나의 문장이 이야기가 되는 과정이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 순남은 농촌총각 순남의 국제결혼에 대한 이야기다. 감독은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국제결혼이라는 주제가 떠올랐다고 한다./ 사진은 영화 순남 포스터 = 정광식 감독 제공

-영화의 소재는 주로 어디서 찾나?

생각해보니 이야기도 나이를 먹어가는 것 같다. 어릴 때는 그 당시 닿아있던 거친 이야기와 10대가 가지고 있던 고민이 주제였다면 세월이 흐르면서 주위의 문제와 시선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특별한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니고 생활하면서 겪는 주위의 문제들을 고민하게 되고 그것이 이야기로 발전된다고 생각한다.

-독립영화만의 매력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박찬욱 감독을 좋아하는데 대중적 흥행 이런 것들을 제외하면 박 감독의 작품이 최고의 독립영화라고 생각한다. 박 감독의 작품은 매번 영화의 호불호가 갈리고 어떻게 저런 상상력을 가진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렇게 본다면 독립영화의 매력은 한계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제작비나 스케줄 이런 것들이 고민이 되지만 어떤 이야기든 해 볼 수 있고 방향성도 자유롭게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메이저 회사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방법으로 촬영하기도 하는 자유가 최대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순남’을 찍으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아마 모든 독립영화를 하는 분들이 겪는 일이겠지만 보조출연자를 섭외하기가 쉽지 않아서 촬영장에 놀러 온 사람들이 보조출연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어떤 때는 친구가 갑작스럽게 캐스팅되어 영화에 출연하기도 한다. ‘순남’에서도 캐스팅된 배우가 대본 리딩 날 가족이 코로나에 걸려서 출연을 못하게 되었는데 갑작스럽게 친구를 섭외해서 취객을 연기하게 된 일화가 있고 또 하나는 극중에 ‘순남’의 큰아버지 역으로 나오신 분이 제 친아버지다. 물론 연기경험은 하나도 없었지만 정말 열심히 해주셨다.

정광식 감독이 일하는 개미필름 사무실 / 광주=나윤상

-개미필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또 한 번 박찬욱 감독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2011년에 박 감독이 아이폰으로 ‘파란만장’ 영화를 만들어서 베를린영화제 단편 황금곰상을 수상했는데 영화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장 큰 이슈가 되었다. 아이폰이나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만들어도 영화로서의 가치가 되는구나. 결국 중요한 것은 영상보다는 스토리텔링이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래서 2012년에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은 젊은이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것이 개미필름이다. 개미필름이라는 이름은 당시 우리 집이 아지트였는데 별명이 ‘개미지옥’이었다. 한 번 들어오면 맘대로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뜻이었고 또 당시 3명의 젊은이가 정말 개미처럼 일하고 있었는데 개미처럼 어디에든 있고 모일 때 더 큰 힘을 낸다는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있는 말이 있다면?

광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촬영하고 있다. 촬영하는 현장을 보시면 흔쾌히 협조해 주시고 카메라 의식하지 않고 지나가 주시면 좋겠다. 독립영화를 잘 모르다보니 촬영할 때 의외로 여기에서 촬영하지 마세요 라는 분들이 있고 얼굴 찍지 말라고 하는 분들이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지만 당부드리고 싶은 말은 영화 찍을 때 응원을 많이 해주시면 좋겠다.

정광식 감독과 인터뷰를 나누는 내내 그의 진지함과 영화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10년 이상을 꾸준히 영화제작을 하고 작품 활동을 하는 개미필름에 박수를 보낸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그가 이 시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해석하고 있을까?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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