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다수의 대중에게 연기로 호평받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연기를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극 중 인물 그 자체가 돼 납득과 공감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어려운 일을 배우 박소진이 해냈다. 사람에 대해 고민하는 걸 좋아하는 박소진이기에 어떤 인물이든 '공감'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tvN 금토드라마 '별똥별'(극본 최연수, 연출 이수현)은 하늘의 별과 같은 스타들의 뒤에서 그들을 빛나게 하기 위해 피, 땀,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생생한 현장을 그린 작품이다. 박소진은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온스타일보 연예부 기자 조기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데뷔 후 많은 취재진을 만나왔던 박소진이지만, 그럼에도 연예부 기자라는 직업은 가까우면서도 멀었다. 조기쁨이라는 인물을 구축하기 위해 박소진은 연예부 기자를 이해하기 위해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봤다. 가장 먼저 색을 입힌 건 연예부 기자가 주는 특유의 느낌이었다. 의도한 대로 극 중 조기쁨의 시니컬한 말투와 영혼 없는 눈빛은 조기쁨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사실 '시니컬함'은 작가와 감독이 요구했던 부분 중 하나다. 박소진은 "조기쁨이란 인물을 대본과는 다르게 만들 수도 있지만, 시니컬함은 가져가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때부터 주변에 시니컬한 친구들을 자세히 봤다. 대부분 마음이 여린데 상처받고 싶지 않은 방어적인 태도가 시니컬로 표현되는 것 같더라"고 밝혔다.
이에 기자들도 마찬가지인지, 어떤 심리적인 상태나 사고를 가졌기 때문에 시니컬한 모습으로 표현되는지 궁금했단다. 때마침 최연수 작가와 이수현 감독이 박소진에게 연예부 기자 한 명을 소개했다. 박소진은 그를 통해 조기쁨이라는 하나의 인물을 완성했다.
"처음부터 뭘 캐묻고자 작정하고 만난 건 아니었어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 보면 오랜 직업병이나 분위기가 나오기 마련이잖아요. 그런 점들을 관찰하고 싶었어요.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궁금했던 일들을 묻기도 하고,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궁금증을 물어보기도 했죠.(웃음)
박소진이 해석한 기자는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는 "오랜 시간 대화하면서 알게 된 게 기자들이 생각보다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더 많다는 점이다. 때문에 어떤 사건을 다룰 때도 애정이 있는 마음에서 시작할 때도 종종 있더라. 하지만 기자라는 직업이 주는 특성 때문에 사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받고 싶지 않아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다 보니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시니컬'로 보이는 거라 해석했다"고 밝혔다.
'스토브리그' '더킹 : 영원의 군주' '나를 사랑한 스파이' '별똥별' 등 박소진은 맡는 역할마다 완벽한 캐릭터 해석을 보여줬다. 걸스데이에서 배우로 전향한 후 아이돌 때의 색채를 지웠다는 평가가 뒤따르는 이유다. 호평의 기저에는 '사람'에 대한 박소진의 무수한 관심과 고민이 있었다.
사람 관찰하는 걸 좋아한다는 박소진은 "어떤 표정이든 짓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라온 배경 때문일 수도 있고, 성격일 수도 있고, 그 순간 느낀 감정 때문일 수도 있다. 무슨 일들을 매 순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사람'이고 그건 곧 캐릭터"라는 자신만의 철학을 밝혔다. 그는 "예를 들어 기자라고 했을 때 내 사적인 감정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그저 잘 해내기 위해 집중하기 위해 기사만 쓴 행위인데 이를 누가 봤을 때는 시니컬하다고 평가하지 않나. 이처럼 어떤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했을지, 표정을 지었을지 궁금증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원래도 사람 구경하는 걸 좋아해요.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는 그 관심이 더 많아졌죠.(웃음) 평소에 관찰하고 느낀 것들을 적어놔요. 이렇게 모아뒀다가 작품에 들어갔을 때면 쓰고 싶은 부분이 생겨요. 또 맡은 역할을 미리 인지하고 어떤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일부러 더 열심히 관찰할 때도 있어요. 지금은 그동안 봐왔던 관찰이 많이 쌓인 것 같아요."
그런가 하면 박소진은 연예부 기자로 등장하며 극 중 많은 특별출연 배우들을 만났다. 자본주의형 연예인 김슬기, 여우 같은 연하남 채종협, 전 남친이자 연예부 기자 오의식, 숙취 인터뷰를 한 톱스타 송지효까지 매 에피소드 '케미'를 자랑하며 안방극장에 웃음을 전했다.
그중 박소진은 가장 공감되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철저한 자본주의형 연예인 신인가수 해피(김슬기)의 인터뷰 장면을 꼽았다. 당시 해피는 시종일관 하이텐션을 보였지만, 방송국 주차장에서는 시원한 욕설을 날리며 담배까지 꺼내든 반전 모습을 선보였다. 이에 박소진은 해피의 상반된 모습보다는 인터뷰 현장에 들어서는 분위기가 와닿았단다. 자신의 신인 시절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인터뷰하는 이들의 온도와 사무실에 있는 기자들의 온도 차이가 예전을 떠올리게 할 만큼 현실적이어서 더 재밌게 느껴졌던 장면이었어요. 그때는 왜 사람들이 나를 반겨주지 않나 오해할 정도로 차가운 분위기라고만 느꼈는데, 직접 해보니 아니더라고요.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데다 하필 그 앞에 국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에서 해피가 들어오니 순간 '일거리'가 들어온다고 생각되더라고요. 그때 '아 이런 온도고 느낌이었구나'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연극을 함께했던 오의식과의 촬영은 박소진에게 에너지를 선물했다. 박소진은 "아무래도 오의식 오빠와는 편안한 관계이다 보니 현장에서도 더 재밌고 아이디어도 많이 나왔다. 특히 서로 단독 먼저 올리려다 싸우는 장면들은 현장에서 전부 만들어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 비하인드도 공개했다.
박소진은 '별똥별' 방송 내내 시청자들을 웃고 울고 화나게 만들었다. 조기쁨이 느끼는 감정을 시청자들도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에 박소진은 "기쁨이의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모든 평가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다. 회차가 진행되며 기쁨이와 시청자들의 사이에 어느 정도 공감이 쌓였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반응이라는 걸 더욱 알기 때문에 다시 한번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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