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왜 지금 '단체 활동 잠정 중단' 공표했나 [TF초점]


6월에도 병역특례 개정안 방치되면 군입대, 개별활동 불가피

방탄소년단이 글로벌 슈퍼스타로 급부상하면서 이미 수년 전부터 이들의 군복무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2021 TMA에서 BTS가 화려한 무대를 펼치고 있다. /이동률 기자

[더팩트 | 정병근 기자] 방탄소년단이 '개별 활동'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장 팀 활동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팀 활동 잠정 중단'은 사실 불가피한 선택이다. 국회에 계류된 병역특례 개정안이 6월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멤버 진이 군대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애매하게 비춰질 수 있는 9주년에, RM의 표현처럼 '용기를 낸 고백'을 한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방탄소년단이 글로벌 슈퍼스타로 급부상하면서 이미 수년 전부터 이들의 군복무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멤버들이 차례로 입대하면서 방탄소년단 활동을 지속하느냐 아니면 동반 입대로 완전체 공백을 최소화 하느냐를 놓고 추측이 나왔고, 이후 기존의 병역특례법과 관련해 형평성 논의가 시작되면서 군대를 가느냐 안 가느냐가 관건이 됐다.

2020년 12월 22일 군 징집·소집을 연기할 수 있는 대상에 '대중문화예술 우수자'를 추가하는 내용의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공포됐고 나이가 가장 많은 진은 올해 말까지 입대를 미룰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그리고 6개월 간의 공포 기간을 감안하면 입대 여부의 마지노선인 6월이 왔다.

그간의 상황을 돌아 보면 지난 14일 방탄소년단이 유튜브 채널 'BANGTANTV'에 '찐 방탄회식' 영상을 공개, 자신들의 한 챕터를 정리한다면서 당분간 팀 활동을 중단하고 대신 개별 활동에 돌입한다고 알린 것은 갑작스럽지도 않고 충격적인 소식도 아니다.

영상에서 RM은 그간 방탄소년단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K팝도 그렇고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시키게 두지 않는 것 같다. 뭔가를 계속 해야 하니까 내가 성장할 시간이 없는 것 같다", "방향성을 잃었고 멈춰서 생각을 하고 다시 돌아오고 싶은데 이런 얘기를 하면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 같고 기대에 보답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뷔는 "우리가 여태까지 단체로만 집착을 많이 했었어서 개인으로 다 활동을 하든 뭘 하든 다시 단체로 모이면 시너지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RM은 "사실 우리는 늦었다. 그런 기조의 변화가 있을 거라는 걸 여기서 언급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 같다"고, 제이홉은 "내가 시작이지만 각자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정안이 그대로 방치된다면 내년부터 단체 활동이 어려운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그래도 파장은 컸다. 멤버들이 직접 밝힌 단체 활동 중단 소식으로 하이브 주가가 대폭락하고 여러 추측이 쏟아졌다.

소속사 빅히트 뮤직이 "팀 활동과 개별 활동을 병행하는 새로운 챕터"라며 "멤버 각자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성장하는 시간이 될 것이고 향후 방탄소년단이 롱런하는 팀이 되기 위한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정리했지만 '단체 활동 중단'이란 키워드가 주는 충격은 가시지 않았다.

그러자 박지원 하이브 대표는 직원들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 "방탄소년단은 팀 해체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해체 수순도 아니다", "지속적인 성장과 성숙을 위해 팀과 개인 활동을 병행함으로써 활동의 폭을 다각적으로 넓혀나가겠다는 것", "개인 활동 계획은 이미 수립됐거나 수립 중", "추가적인 팀 활동 계획 또한 수립 중" 등의 내용을 담았다.

방탄소년단이 단체 활동 잠정 중단을 알리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의 마쓰타니 소이치로(松谷創一郎) 문화 칼럼니스트는 국회 판단이 소프트 파워의 향방까지 가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더팩트 DB

방탄소년단 멤버들도 진화에 나섰다. 정국은 네이버 브이라이브를 통해 "아직 단체로 할 게 되게 많다. 방탄소년단을 안 한다는 건 절대로 아니다"고 말했고 RM은 위버스에 "솔직하고 싶은 용기는 역시 언제나 불필요한 오해와 화를 부르는 것 같다", "앞으로 팀으로든 개인으로든 좋은 모습 보여드리려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종합하면 방탄소년단은 2020년 2월 발매한 정규 4집 'MAP OF THE SOUL : 7(맵 오브 더 솔 : 7)' 이후 월드투어를 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무산되면서 계획을 급 변경해 이후 다양한 싱글들을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더 큰 성과를 거뒀지만 성적과 별개로 그 과정이 음악적으로는 큰 만족감을 주진 못 했다. 그래서 '숙성'할 시간이 필요했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게 군복무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병역특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멤버들의 마음이 편했을리 없다. 언제 코로나19가 종식될지 기약이 없고 입대를 앞둬 장기 플랜을 세울 수 없는 상황에서 슈가의 말처럼 '한 번만 더 해보자'고 했던 것이 생각보다 길어졌고 조금씩 지쳐갔고 이젠 한 번 더 할 수 없는 때에 이르렀다.

방탄소년단의 '단체 활동 잠정 중단' 소식에 전 세계가 집중했다. 영국의 BBC, 미국 CNN을 비롯해 여러 나라의 주요 언론이 방탄소년단의 소식을 전했다.

그중 일본의 마쓰타니 소이치로(松谷創一郎) 문화 칼럼니스트는 'BTS 활동 중단 배경과 향후 3가지 시나리오-소프트 파워의 기둥 상실 가능성을 한국 사회는 어떻게 파악하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논의를 확장했다. 그는 한국의 스타들이 처한 병역 문제를 언급하며 "국회 판단이 소프트 파워의 향방까지 가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작 우리 국회는 미온적으로 병역특례 개정안을 대했고 시간만 흘러 마지노선인 6월도 반이 지나가 버렸다. 이제 이달 중 개정안 통과는 어려워 보이고 그러면 방탄소년단은 완전체 활동에 긴 공백기를 갖게 된다. UN 연설을 하고 미국 대통령과 사회 문제를 논의할 정도의 영향력을 갖춘 우리의 막강한 소프트 파워도 잠시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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