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일홍 기자] 77년 세샘트리오 보컬로 데뷔한 권성희는 '나성에 가면'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룹활동을 할 경우 같은 멤버라도 통상 보컬이 더 돋보이고 주목을 받게 마련인데 권성희는 목소리 매력을 넘어 서구적인 외모와 시원시원한 스타일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당시 유명 작곡가 겸 색소폰 연주가 故 길옥윤이 작사·작곡한 '나성에 가면'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권성희(세샘트리오)의 상징곡으로 남아있다. 2014년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주연을 맡은 심은경이 이 노래를 부르며 리바이벌돼 젊은 세대에게도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권성희는 세샘트리오(오리지널 멤버 권성희 전항 홍신복)로 2집 '영원한 사랑'(임석호 작곡)까지 5년 가량 활동한 뒤 독자활동을 선언했다. 일부 멤버들의 미국 이민과 맞물리며 우여곡절을 겪었으며, 핵심이었던 권성희가 빠진 이후 팀은 사실상 존재감 없이 와해됐다.
권성희는 사이다같은 보컬, 라틴 풍의 발라드 음악 스타일로 꾸준한 사랑을 얻었다. 또 그룹 당시보다 솔로 활동으로 더 도드라졌다. '사랑은 후회없이' '이별전야', '추억하나', '부엌에서 로마까지', '허상', '하이난 사랑', '그 사람은 가고', '띠아모' 등을 히트시켰다.
여러 히트곡 중에서도 그가 꼽는 인생곡은 댄스풍 트로트 '하이난 사랑'이다. 정통 트로트 장르에 어깨춤이 절로 나는 다소 빠른 리듬을 장착해 대중성을 자극했다. 감성과 흥겨움을 되살려 금잔디 양지은 김소유 김민지 등 젊은 후배가수들이 트로트 오디션에서 즐겨 부른 레퍼토리다.
'코발트 빛 바다 늘어진 야자수 아래/ 아롱만 해변에서 처음 만난 남국의 아가씨/ 칵테일 한 잔 두 잔 정들어 가는 하이난의 밤/ 분위기에 취해서 그 사랑에 취해서 잊을 수 없는 정든 밤이여/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둘이서 새긴 그 사랑/ 젊음이 불타는 하이난의 밤 아 아 잊지 못할 하이난의 밤'(권성희의 '하이난 사랑' 가사 1절)
'하이난 사랑'은 정지현의 작사에 작곡가 박성훈이 곡을 붙였다. 하이난은 중국 남부 도시 해남도의 추억과 사랑을 담은 노래다. 권성희는 '나성에 가면'(LA), '하이난 사랑'(중국), '띠아모' '부엌에서 로마까지'(이탈리아) 등 이국 정서가 담긴 곡을 많이 불렀다.
"처음부터 '하이난 사랑'을 타이틀 곡으로 내세우게 된 건 당시 추세가 느린 곡보다는 경쾌하고 빠른 곡이 대세였기 때문이죠. 사실 원래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같은 앨범에 들어있던 발라드 풍의 '허상'이나 '띠아모'거든요."
권성희는 성악(동덕여대 음악교육과)을 전공했다. 대중 음악과의 인연은 대학시절 부친이 방송사 유명 악단장과의 친분으로 KBS 아침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됐다. 참신한 아마추어가수의 이미지로 이후 서울 장충동 앰버서더 스카이라운지에서 팝송 등을 불러 호평을 받았다.
그는 한달 용돈이 만원이던 대학생 때 첫 알바 개념의 출연료로 4만5000원을 받았다. 몇달 후엔 잘나가던 밤업소 출연 요청을 받았고 개런티는 15만 원으로 훌쩍 뛰었다. 이 때 뒷날 세샘트리오 멤버 중 한명이 된 전항 씨를 만났고, 참신한 보컬로 가요계에 정식 데뷔한다.
권성희는 데뷔전 라틴 음악 칸소네 등을 즐겨 불렀고, 세샘트리오를 거쳐 82년 솔로 데뷔 후에도 한동안 발라드 풍 스타일을 고수했다. MBC 공채 8기 탤런트 박병훈과 결혼해 1남을 뒀고, 가요계에서는 후배 가수 남궁옥분과 친자매 이상의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10여년째 연예인들로 구성된 봉사 단체인 (사)연예인한마음회를 이끌고 있는 그는 15일에는 65세 이상 어르신 3000명을 초청해 무료 공연을 벌이는 한마음축제를 갖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상희 송대관 설운도 주현미 현숙 최진희 조항조 이은하 남궁옥분 김국환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