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오랜 시간 전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었던 방송인 고(故) 송해가 하늘의 별이 됐다.
송해는 지난 8일 향년 95세로 영면에 들었다. 고인은 서울 강남 도곡동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에 이송됐지만 눈을 감았다. 지난 3월 코로나19 확진으로 치료를 받은 뒤, 5월에도 한 차례 병원에 입원했으나 컨디션 쉽지 않았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비보가 알려진 지 이틀째인 9일, <더팩트> 취재진은 송해가 사랑했던, 그리고 송해를 사랑했던 서울 종로구 낙원동 '송해길'을 찾았다. '송해길'에는 그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 2016년 만들어진 송해길은 종로2가 육의전 빌딩에서 낙원상가 앞까지 240m 구간의 길이다. 50년 전 종로구 낙원동에 연예인 상록회 사무실을 열고 이 거리를 주 활동무대로 삼았던 송해를 기리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종로3가역 5번출구 시작점과 쭉 내려와 보이는 길의 끝 지점에서는 송해길 팻말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를 기념하기 위한 송해의 흉상이 두 군데에 놓여있다. 그중 하나는 5번출구 옆에 있었고, 이곳에는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장소가 마련됐다. 흉상 주변으로는 근조화환이 가득했다. 여기에는 고인이 살아생전 자주 방문했던 상가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국화꽃도 수북하게 놓여있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췄고, 이내 국화꽃을 손에 들고 흉상 앞에 놓은 뒤 묵념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80대 남성 A 씨는 "종로를 지나가던 중 마침 꽃도 있으니 인사를 드려야겠다 싶었다"며 "국민에게 웃음도 많이 주고, 나이를 막론하고 친근하게 대해줬던 분이다. 저절로 우러나는 마음에 꽃 한 송이를 집어 들게 됐다"고 밝혔다.
60대 여성 B 씨는 "고양에서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왔다"며 "멀리서 사는 동생들에게도 연락이 와 내가 대신 해주겠다며 세 송이의 꽃을 놨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송해가) 천수를 누리고 갔다고 생각하고 싶다. 이제는 하늘에서 편안하게 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30대 여성 C 씨는 "어머니 시대만큼 송해 선생님을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정말 훌륭한 분이라는 건 알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어린 시절의 나를 포함해 많은 국민을 즐겁게 해주지 않았나. 돌아가셔서 안타깝지만 떠나는 길 외롭고 아프지 않게 잘 보내드리고 싶다"고 진심을 전했다.
송해길 인근 상인들 또한 애통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중 송해의 단골 음식점인 '소문난집'을 대리로 맡고 있다는 상인 D 씨를 만났다. 그는 "지난 1일부터 사장을 대신해 가게를 맡게 됐다. 여긴 송해 선생님 때문에 손님이 정말 많은 곳이다. 이번에 돌아가셨다고 하니 추모하기 위해 또 많이 오고 있다. 하루에 400~500명 정도 온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근처에서 음식점을 했다는 D 씨는 오랜 시간 종로를 왕래했던 고인을 돌이켰다. 그는 "자주 돌아다녀서 많이 봤다. 최근에는 못 봤지만, 마지막에 봤을 때는 코로나19에 걸린 후여서 그런지 평소만큼 건강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게 마지막이 돼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장례는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장으로 치러졌다. 발인은 10일 오전 4시 30분에 엄수됐다. 유족과 지인, 연예계 후배 80여 명이 고인을 기리며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방송인 최양락 임하룡 강호동 유재석 조세호 양상국은 고인의 운구를 책임졌다.
이른 새벽부터 시민들은 고인의 운구를 지켜보기 위해 현장에 모였다. 운구차는 고인이 생전 자주 이용했던 국밥집, 이발소, 사우나 등이 있는 송해길을 들른 뒤, 최고령 MC 수식어를 안겨준 '전국노래자랑'의 여의도 KBS 본관을 지났다. 고인의 유해는 대구 달성군 송해공원의 부인 고(故) 석옥이 씨 곁에 안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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