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5년 만의 대하사극 부활'이라는 수식어와 '이방원'이라는 역할만으로도 큰 부담감을 느낄 법한 작품이었다. 배우 주상욱은 이러한 '태종 이방원'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데 성공했다.
최근 종영한 KBS 토일드라마 '태종 이방원'(극본 이정우, 연출 김형일)은 고려라는 구질서를 무너뜨리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던 여말선초(고려 말 조선 초) 시기, 누구보다 조선의 건국에 앞장섰던 리더 이방원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한 작품이다.
주상욱은 극 중 태조 이성계의 아들이자 조선 500년의 기틀을 닦은 제3대 왕 태종 이방원 역을 맡아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완수했다.
그는 "일단 작품이 잘 마무리돼서 정말 다행"이라며 "위기도 많았지만,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마무리됐다. 그래서 그런지 아쉬움도 크다. 드라마가 짧다 보니 해야 할 이야기들을 못 한 부분도 있고, 욕심 같아서는 더 잘될 수 있는 작품인데 여러 이슈들로 인해 이 정도로 끝난 것 같아 괜한 아쉬움도 있다"고 솔직한 종영 소감을 밝혔다.
작품은 기존 드라마들과 다른 관점에서 이방원을 바라보고 해석한다는 점으로 흥미를 끌었다. 왕이기 전에 한 가족의 아들이자 동생, 아버지자 남편인 이방원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또한 갈등과 대립, 화해와 용서를 거듭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깊숙하게 다루며 다채로운 서사를 그렸다.
이는 '5년 만의 KBS 대하사극 부활'을 제대로 보여준 대목이었다. 물론 주상욱으로서는 작품 앞에 붙은 이 수식어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다. 그는 "'태종 이방원'을 통해 다음 작품이 어떻게 될지를 논한다고 하니 초반에는 부담스러웠다. 다행히 지금은 이미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긴 하더라. 부활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 같아 다행이다"고 전했다.
""KBS 부활극'의 주연을 맡아 막중한 임무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죠. 그렇잖아요. 잘되면 100% 내 덕은 아니지만, 안 되면 그건 오롯이 내 탓이라는 걱정이죠. 여기에 정통 사극이라는 주는 압박감도 더해졌죠. 그동안 선배님들이 대하사극에서 보여줬던 기존의 연기톤이 있고, 고정 시청자들은 그 모습을 기대할 텐데 제가 과연 따라갈 수 있을지 우려도 됐어요."
실제로 주상욱은 그동안 드라마 '대군-사랑을 그리다' '선덕여왕' 등으로 사극을 경험하긴 했지만, 이러한 정통사극은 처음이었다. 같은 사극이지만 결이 다르기 때문에 발성과 호흡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다.
"연기를 시작할 때 제일 처음 기본적으로 배우는 것이 발음과 발성, 호흡이에요. 그런 만큼 그동안 연기하면서 이 세 가지에 대해서는 불편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대사도 길고 결이 다른 발성이다 보니 초반에 고충이 있었죠."
그러나 천생배우는 천생배우였다. 적응을 끝낸 주상욱은 사극이 주는 어려움과 여러 부담감을 금세 극복했다. 그는 "보는 사람마다 '고생이 많지'라고 물어봐 주는데, 난 사실 힘들진 않았다. 오히려 첫 티저를 보고서는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더라. 100부작으로 갔어도 했을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이방원의 색다른 면에 집중하는 것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던 '태종 이방원'은 '미완성의 이방원'에 집중했다. 그렇게 작품의 방향성도 주상욱의 캐릭터 구축도 모두 미완성의 이방원이 점점 완성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주상욱은 "지금까지는 이방원을 어느 정도의 완성형으로서 '어떤 캐릭터'라는 것을 정해 놓고 작품이 진행된다. 그러나 우리 드라마는 역사의 이야기도 하지만 가족 이야기에도 큰 중심을 둔다. 이를 통해 우리가 아는 이방원이 탄생한다"고 설명했다.
주상욱은 '태종 이방원'을 통해 최근 '대하사극의 힘'을 실감 중이다. 고정 시청자들이 많다는 것뿐만 아니라 KBS 사극에 열광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느끼고 있단다. 주상욱은 "어딘가에 갔을 때 '드라마 잘 보고 있다'는 말을 오랜만에 들어봤다. 반응으로만 보면 드라마 '자이언트'(2010) 급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작품은 방송 종 낙마 장면을 위해 강제로 쓰러뜨린 말이 촬영 일주일 뒤 결국 사망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동물 학대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해당 사태로 약 한 달간 결방됐던 작품은 5주 만에 방송을 재개할 수 있었다.
당시를 돌이킨 주상욱은 "마음 고생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막바지 촬영 중 발생한 사건이었다. 더군다나 촬영 재개 일주일 전에는 코로나19에도 걸렸다. 내겐 최악의 한 달이었다"며 "자세히는 잘 모르지만, 진짜 폐지를 논했던 상황이었다고 하더라. 내 잘못이 100%인 건 아니지만, 당연히 책임감을 느끼고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고 전했다.
"시청률이 높아도 이슈가 없는 작품이 있고, 시청률이 낮아도 이슈가 있는 작품이 있어요. 이슈성은 전혀 기대를 안 했었는데, KBS 사극인데 이렇게 화제가 될 수 있나 싶은 정점에서 사실상 한풀 꺾여버렸죠. 그때는 그저 '끝났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그러다 한 달 만에 방송을 재개하고 시청률이 다시 한번 올라가는데 감사했어요. 대하사극 팬들의 의리가 엄청나다는 걸 또다시 느꼈죠."
'태종 이방원'은 11%를 넘는 준수한 성적으로 완주를 마쳤다. 긍정적인 이슈와 부정적인 이슈를 모두 겪었던 '태종 이방원'이 시청자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았으면 하는지도 궁금했다.
주상욱은 "이방원은 드라마라는 장르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나올 인물이자 소재인 것 같다. 그저 앞으로 시간이 지나서도 '이랬던 이방원이 있었지. 저런 드라마가 있었지'라고 기억해준다면 영광일 것 같다. 그리고 이방원 역을 언급할 때마다 내 이야기도 자주 등장했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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