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송해는 100세 시대의 상징으로 불리는 연예계 대부입니다. 구순을 넘긴 최고령 나이로 현역 방송활동을 해온 '국민스타'이기 때문이죠. 그가 전세계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 가운데 최고령자란 사실도 기네스 기록에 등재되면서 확인됐는데요. 아흔 다섯살의 나이에 마이크를 지킨 것만으로 대한민국 방송사의 자랑거리입니다.
그래서 그의 '전국노래자랑' MC 도중하차 소식은 너무 안타깝습니다. 팬데믹 직전까지만해도 "무대에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죽는 날까지 중도하차는 안 한다"며 열정을 보여줬는데요. 그 누구도 나이와 세월을 비켜갈 수는 없습니다만, 1988년부터 지금까지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일요일의 남자'로 휴일 안방에 즐거움을 준 그였기에 더욱 아쉽습니다.
◆ '송해=전국노래자랑' 등식, 전국민 맞춤형 '눈높이 진행' 덕분
가설극단 출신으로 그는 다소 늦은 나이에 라디오와 TV를 통해 대중적 인기를 얻었고, 특유의 입담과 친근한 모습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습니다. 34년간 전국 곳곳을 휘젓고, 해외는 물론 평양 모란봉 공원까지 안가본 곳이 없는 그에게도 아쉬움은 있습니다. 실향민으로 고향 황해도 재령에서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고 싶다는 소원은 이루지 못했습니다.
송해가 건재한 데는 마이크에 대한 의지가 누구보다 강렬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는 "녹화날만 되면 기운이 펄펄 난다"고 할 정도로 방송을 즐겼습니다. 심지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도 거뜬히 견뎌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벼운 감기 증세에도 '위중하다'는 말이 나올 만큼 잦은 병원신세를 졌고 결국 '고령의 건강문제'가 발목을 잡은 셈입니다.
◆ 코로나 장기공백 이후 고령의 건강문제 대두, 자연스런 교체
사실 방송가에서 '송해 교체설'은 진작부터 언급돼온 화두였습니다. 건강이상설 외에도 과거 특정 대선후보의 노골적 지지 등 적합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는데요. 이 때문에 개편 때만 되면 '과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지'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어찌보면 코로나로 인한 장기 공백이 교체의 완충으로 이어진 게 그나마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관심사는 후임자가 누굴까입니다. 송해는 이미 구순 나이에 접어든 수년 전부터 스스로 자신의 후임 후보군을 언급한 바 있는데요. 이상룡 이상벽 이상해 김성환 엄용수 이용식 황기순 김종국 유재석 이수근 등 자천타천 거론되는 입담꾼들은 많습니다. KBS 제작진 역시 대외적으로는 쉬쉬하면서도 내부적으로 송해 이후를 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송해의 고정 이미지가 워낙 깊어 누가 마이크를 잡더라도 한동안은 낯설게 느껴질 것으로 보입니다. '송해=전국노래자랑'이라는 등식은 나이를 잊은 듯 모든 출연자들과 소통하는 송해의 '국민 눈높이 진행'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푸근한 진행으로 전국민을 어루만져준 송해, 그가 없는 '전국노래자랑'이 어색하지 않을까 벌써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