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투영한 음악…그룹 출신 아이돌의 '자아 찾기' [TF초점]


이수정 미연 윤지성이 '나'를 음악으로 전하는 방법

(여자)아이들 미연(왼쪽)과 러블리즈 출신 이수정이 최근 나란히 첫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앨범명이 각각 My와 My Name으로 이들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앨범을 완성했다. /큐브엔터, 울림엔터 제공

[더팩트 | 정병근 기자] 그룹 활동을 하면 자신의 정체성보다는 팀 색깔이 우선시된다.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팀인 경우 멤버 각각의 정체성은 더 희미해진다. 최근 솔로 앨범을 발매한 아이돌그룹 출신 가수들의 고민도 그 지점에 있는 듯 하다. 하루 차이로 나란히 솔로로 출격한 이수정, 미연, 윤지성이 그렇다.

러블리즈의 리더이자 메인보컬로 많은 사랑을 받은 베이비소울은 활동명을 본명인 이수정으로 바꾸고 지난 26일 데뷔 8년 만의 첫 솔로 앨범 'My Name(마이 네임)'을 발표했다. 하루 다음날인 27일엔 (여자)아이들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미연이 팀에서 3번째 솔로 주자로 나서 첫 솔로 앨범 'MY(마이)'를 내놨다.

앨범 제목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이 두 아티스트 모두 '자아'를 찾는 과정을 통해 '나'로부터 파생되는 메시지를 앨범에 담았다.

이미 대중에게 깊이 각인한 베이비소울이라는 활동명을 포기하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렇지만 이수정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활동명을 바꾸는 것에 부담감은 없었다. 베이비소울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 같았다. 솔로 활동을 하면서 진짜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그러려면 본명으로 불려야 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동안 희미해져갔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느껴지는 말이다. 진짜 자신을 보여주겠다고 결심한 이수정은 그에 걸맞게 타이틀곡 '달을 걸어서'를 비롯해 전곡 작사에 참여해 본인의 이야기와 감정을 오롯이 담아냈다. 또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을 깊숙히 들여다 보고 알아가게 됐다.

이수정은 오랫동안 대중에 각인한 베이비소울 대신 본명을 활동명으로 택했다. 진짜 자신을 찾고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울림엔터 제공

아무래도 팀 앨범은 회사의 기획이 뼈대가 되고 멤버들이 일부 참여하는 정도에 그치기 마련이다. 7년 동안 그런 방식에 익숙해져있던 이수정은 그 뼈대부터 자신을 투영해야 했지만 힘들기보다는 즐거운 과정이었다. 그는 "준비를 하면서 저라는 사람을 알아갈 수 있어서 좋았다", "제가 하고 싶었던 음악을 보여줄 수 있어서 오히려 고민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완성한 앨범 'My Name'은 베이비소울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이수정이라는 아티스트를 팬들의 곁에 무사히 옮겨다 놓는다.

타이틀곡 '달을 걸어서'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달'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환상적으로 표현한 곡이다. 달이 지고 나면 새로운 아침이 찾아오듯, 어두웠던 시간을 지나 진짜 자신과 함께 새롭게 출발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 비로소 진짜 자신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 이수정의 현재를 옮겨다 놓은 듯한 곡이다.

그리고 앨범은 꿈을 펼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을 표현한 마지막 트랙 'Cosmos(코스모스)'로 이수정의 무한한 음악적 행보가 앞으로도 폭넓게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미연은 (여자)아이들 활동이 진행형이지만 이수정과 비슷한 방식을 취한다. 데뷔 4년 만에 처음 솔로로 나서는 그는 "처음 가수를 꿈꿨을 때의 초심에서 순수하게 접근"했고, "부담보다 새로운 모습 보여드린다는 설렘"으로, "하나씩 퍼즐을 맞춰가는 기분으로 신나게 작업"해 'My'를 완성했다. 자아를 찾는 과정이 곧 앨범을 완성하는 과정이었던 셈이다.

그렇게 만든 첫 솔로 앨범 'MY'는 미연의 이름 이니셜 MY와 '나'라는 의미를 포괄한 앨범 제목으로 보고 있으면 미소 짓게 하고 존재만으로도 행복을 전하는 미연의 이야기가 담겼다. 공식적인 앨범 참여는 마지막 트랙 '소나기' 작사 참여에 그쳤지만 전반적인 부분에서 의견을 내면서 주도적으로 하나씩 쌓아 올렸다.

처음 가수를 꿈꿨을 때의 초심에서 순수하게 접근했다는 미연은 타이틀곡 Drive에 자신의 색깔을 지키며 나아가려는 마음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큐브엔터 제공

(여자)아이들을 통해 강렬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보컬을 들려줬던 미연은 이번 솔로 앨범에서 좀 더 폭넓은 보컬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걸출한 보컬리스트로서의 색채를 짙게 했다.

우선 타이틀곡 'Drive(드라이브)'는 자신의 색깔을 지키며 나아가려는 마음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내는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을 전한다. 봄바람처럼 따뜻한 멜로디에 미연의 청량한 보이스가 만나 당장이라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게 만드는 낭만을 자극한다.

또 봄 내음 물씬 나는 리드미컬한 곡 'Rose(로즈)'부터 귀엽고 발랄하게 소화한 알앤비&펑크 장르의 'Softly(소프틀리)', 사랑스럽고 밝은 가사를 파워풀한 보컬로 표현한 'TE AMO(티 아모)', 간질간질하고 감미롭게 부른 발라드 'Charging(차징)', 아름다운 기타 선율과 감성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는 발라드 '소나기'까지 다채롭다.

그렇게 미연은 "솔로 가수로서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은 편안하고 위로와 위안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음악으로 청자(聽者)들에게 전달한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었다는 윤지성은 어두운 길을 지난 뒤에 마주한 빛을 다채로운 색깔로 표현해 앨범 미로(薇路)를 완성했다. /DG엔터 제공

이수정, 미연과는 조금 다른 지점에 있지만, 워너원으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다가 솔로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윤지성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아 찾기'를 하고 있다.

지난 27일 발표한 세 번째 미니앨범 '미로(薇路)'는 '장미꽃길'이라는 뜻으로 윤지성은 복잡하고 어려운 삶의 기로에 서있는 이들에게 우리만의 꽃길을 그려가자는 희망을 담았다. 이는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었다"는 윤지성은 현재의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자신만의 '미로(薇路)'를 찾았다.

윤지성은 "워너원 끝나고 그만큼 관심을 못 받을 거라고 마음의 준비를 해서 공허하진 않았다. 다만 끊임 없이 일을 하는데 잘 몰라준다는 마음에 힘들었다"며 "길을 가다가 마주치는 꽃이 있다. 평소엔 모르고 지나쳤는데 오래 전부터 거기에 피어 있던 꽃이다. 나도 이 자리에서 항상 그렇게 피어있고 발전하고 도전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렇게 완성한 이번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싱어송라이터 윤지성이다. 그는 앨범 기획부터 타이틀곡 'BLOOM(블룸)'을 비롯해 4곡의 작사 작곡에 참여해 자신의 이야기를 오롯이 담았다. 힘든 시기를 지나온 윤지성이지만 어두운 길을 지난 뒤에 마주한 빛을 다채로운 색깔로 표현했다.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윤지성만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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