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강일홍 기자] 김범룡은 가요계를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다. 자신의 히트곡은 물론 다른 가수들이 부른 노래들 중에도 그가 작곡한 노래들은 많다. '준비없는 이별'(녹색지대) '당신은 어디 있나요'(양수경) '사랑'(노사연) '남자답게 사는 법'(김영배) '둠바 둠바' (진시몬) 등이 대표적이다.
음악적 소질은 타고 났다. 고1 때부터 습작으로 만든 곡만 100여곡에 이를 정도다. 충북대 78학번인 그는 3학년 때인 81년 연포가요제에 출전한 뒤 자작곡 '빈수레' '인연'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군복무를 겸해 긴 공백기를 갖지만 음악에 대한 갈증은 더 커졌다.
"군 전역 후 84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다녔죠. 그동안 만든 곡들 중 자신있는 10곡 정도를 뽑아 데모테입을 만들어 음반사에 뿌렸어요. 말이 데모테입이지 빈 강당같은 데서 기타치며 불러 카셋 테이프에 녹음하는 방식이니 음질이 매우 초라했죠."
당시 실력있는 가수 지망생들이 이런 방식의 자기 PR은 흔했다고 한다. 훗날 인기가수로 등장한 이진관 이재성 등도 비슷한 경로를 거쳐 가요계에 진출했다. 김범룡은 마침내 스물 다섯살 되던 해에 정규 1집을 내고 타이틀곡 '바람 바람 바람'을 세상에 탄생시킨다.
당대 최고 히트곡 '바람 바람 바람'(85년)은 37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는 그의 인생곡으로 우뚝 아로새겨져 있다. 말그대로 음반이 나오자마자 바람을 일으켰다. 덕분에 그는 80년대 최고 인기 가수로 급부상하며 조용필, 전영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문밖엔 귀뚜라미 울고 산새들 지저귀는데/ 내 님은 오시지는 않고 어둠만이 짙어가네/ 저멀리엔 기타소리 귓가에 들려오는데/ 언제 님은 오시려나 바람만 휭하니 부네/ 내 님은 바람이련가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오늘도 잠 못 이루고 어둠속에 잠기네/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 왔다가 사라지는 바람'(김범룡 '바람 바람 바람' 가사 1절)
김범룡은 이 곡으로 KBS '가요톱10'에 출연하자마자 단번에 인기 가수로 등극했고 그해 KBS 가요대상 신인가수상, 이듬해인 86년 MBC와 KBS에서 10대 가수상을 수상했다. 또 88년 서울 올림픽의 개막식 간 선수단 입장곡으로 사용되며 80년대를 대표하는 히트곡 지위를 인정받았다.
'바람 바람 바람'을 포함해 '카페와 여인' '겨울비는 내리고' '현아' '그 순간 등 그가 부른 노래들 중 상당수가 각종 방송사 집계 가요순위 1위에 오른 곡들이다. 다만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그는 사업 실패로 파산직전에 이를만큼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일이라는 게 한번 꼬이면 걷잡을 수가 없더라고요. 경제적으로 완전히 빈털털이가 됐죠. 엄청난 빚까지 떠안고보니 좌절감도 컸어요. 파산신청을 했는데 안받아주더군요. 매월 발생하는 상당한 금액의 저작권료가 있었기 때문인데 결과적으로 보면 저작권료가 저를 다시 살린 셈이죠."
가수로서 뿐만 아니라 작사 작곡에 자신이 있는 그는 제작자로도 활동했다. 대표적으로 그가 프로듀스한 그룹이 남성 듀엣그룹 녹색지대다. 특히 제작자로 싱어송라이터로 자신이 직접 부른 노래와 다른 가수에게 준 곡만 무려 200곡이 한국저작권협회에 등록돼 있다.
동료 가수 중에는 전영록, 김수철, 최성수 등과 친한 사이다. 개그맨 출신 가수 이봉원과는 초등학교, 중학교 선후배 사이다. 이봉원이 가수 데뷔를 하려고 김범룡한테 작곡을 부탁했는데 여러번 거절하다 결국 만들어 준 곡이 바로 '중년의 청춘아'다.
김범룡은 다음달 14일(토) 오후 7시와 15일(일) 오후 5시 서울 목동 '로운아트홀'에서 자신의 9집 발매를 기념하는 '김범룡 라이브콘서트-인생길'(2022 KIM BUM RYOUNG LIVE CONCERT)을 두 차례 갖는다. 코로나 이후 진행하는 그의 첫 라이브 무대에 벌써부터 오랜 추억과 향수의 팬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