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전미도가 '서른, 아홉' 정찬영과 이별 중이다. 촬영을 끝내고 시간이 꽤 흘렀지만, 마지막 회를 보고 남은 깊은 여운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전미도는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극본 유영아, 연출 김상호)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작이자 브라운관 데뷔작인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신경외과 부교수 채송화로 분해 많은 환자의 생명을 살렸던 전미도는 '서른, 아홉'에서 배우를 꿈꿨던 연기 선생님 정찬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극 초반 췌장암으로 시한부를 선고받고,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선 인물의 감정선을 세밀하고도 섬세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쉬운 게 없더라고요. 그동안 환자 역할을 하셨던 분들을 떠올리면서 '어떻게 짧은 시간 동안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분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 아무래도 환자는 감정적인 무게감도 가지고 있어야 하니까 환자보다는 의사를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환자가 더 어려웠어요."
작품은 어느 때보다 찬란한 하루를 채워나갈 세 친구의 애틋한 우정과 그 속에 담긴 일상을 전면에 내세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가운데 극 중 죽음을 앞둔 정찬영과 그 곁을 지키는 차미조(손예진 분), 장주희(김지현 분)가 마주하는 '웰다잉'(삶을 능동적으로 마무리하고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때로는 눈물을, 때로는 웃음을 안기며 남다른 워맨스를 완성했다.
"아무래도 여자들이다 보니까 공통 관심사가 다르더라고요. '슬의생'을 하면서 때로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에만 집중하기도 하고, 노는 걸 지켜보면서 웃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이번에는 모두가 여자다 보니 디테일한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어요. 자연스럽고 털털하게 본연의 모습을 많이 드러냈던 거 같아요."
"손예진은 역시 손예진이었어요. 늘 감탄하면서 그의 연기를 봤고, 또 저를 많이 이끌어줘서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저랑 김지현 씨가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죠. 저희가 '손프로'라고 불렀는데, 손예진 씨는 그냥 미조 그 자체였어요. 똑 부러지고 정확하고 리더십 있게 이끄는 면이 많이 닮았죠. 김지현 씨와 주희는 주변 사람을 챙기는 게 비슷해요. 어색하고 적막한 분위기를 늘 깨주죠. 사적으로 친한 김지현 씨와 10년 만에 함께 연기했는데 좋은 배우라고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주희를 김지현 씨가 연기해서 너무 좋았어요. 아무래도 더 편하게 연기했고, 감정적으로 얻은 부분도 많았으니까요."
다가오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 사실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알리는 과정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과 감정들이다. 12부작을 통해 이 모든 것을 경험한 전미도가 가장 중점을 둔 건 바로 인물의 감정선이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슬픔을 드러내고 눈물을 흘리기에 자신 또한 그렇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극이 신파적으로 흘러가는 걸 가장 경계했던 그는 그렇게 많은 눈물을 속으로만 삼켰다.
"찬영이가 자신의 상황을 거부하기도 하지만, 치료가 아닌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걸 택했기 때문에 찬영이의 고통스러운 면이 부각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췌장암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장면이 3번 나오는데, 이를 다 똑같은 톤으로 말할 수는 없었죠. 찬영이는 슬픔을 토해내는 성격도 아니고, 대본에도 담담하게 표현한다고 쓰여있었어요. 처음으로 친구들에게 말할 때는 어쩌면 본인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담담하게 이야기했어요. 마치 남 일 말하듯이요."
"그런데 진석(이무생 분)에게 말할 때는 인제야 실감 나는 듯했고, 부모님에게 말할 때는 정말 무너지는 감정이었을 거예요. 그런데 3번 모두 저보다는 듣는 사람들의 감정이 표현되는 장면이어서 저는 슬픔을 참아내야 했어요. 그래서 더 어려웠죠. 그래도 이런 감정이 깔려있었기 때문에 마지막에 미조에게 영상을 남길 때 '나 괜찮으니까 잘 살아'라고 위로와 힘을 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여기서 찬영이마저 무너져내리면 신파 같아서 감정을 조절하는 게 어려웠어요. 어떤 면에서는 너무 담담했나 싶기도 하고, 배우로서 욕심도 내고 싶었지만 결국은 많이 참았어요."<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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