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곡(64)] 진미령 '하얀민들레', 발표하자마자 '폭발'


인기스타 故 이주일, "쟤는 시커먼 애가 맨날 하얗대" 농담

가수 진미령의 첫 히트곡은 77년 발표한 소녀와 가로등이지만, 그가 꼽은 진정한 인생곡은 하얀 민들레다. 발표 당시 이미 인지도가 상승한 상태였지만 가수 이름보다 노래가 먼저 떠오르는 인기곡이었다. /임세준 기자

[더팩트 ㅣ 강일홍 기자] 진미령(본명 김미령)은 소녀의 감성을 가진 가수다.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여전히 음악적 완성도와 깊이가 다른 노래들로 가득 차 있다. 세월을 비껴간 듯 데뷔 45년이 흐른 지금도 한결 같은 목소리, 짙은 애절함으로 사랑받고 있다.

그의 새 히트곡 '미운 사랑'은 중년의 나이를 넘어 심금을 울린 노래로 각광을 받고 있다. 리듬에서 풍기는 느낌만으로 진미령 음악 스타일과 색깔이 뚝뚝 배어나는 노래다. 이 곡은 임영웅이 '불후의 명곡'에서 열창한 뒤 또 한번 대중적 관심을 받았다.

진미령은 76년 '잊지는 못할거야'로 데뷔했다. 이듬해 제1회 MBC 서울가요제에 출전해 당시 여고생 천재 작곡가로 불렸던 故 장덕 작사 작곡의 '소녀와 가로등'이 뜨겁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이 곡 히트로 '싱글벙글쇼' DJ로 발탁됐을만큼 일약 스타가수로 부상했다.

진미령의 음악활동 이력으로 보면 '소녀와 가로등'이 사실상 데뷔곡이나 마찬가지이고, 그에겐 생애 첫 히트곡인 셈이다. 하지만 그 자신은 '소녀와 가로등' 보다는 2년 뒤 발표하자마자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하얀 민들레'(79년)를 꼽는다.

진미령이 79년에 발표한 하얀 민들레는 음반을 발표하자 마자 폭발했다. 이 곡은 순식간에 소녀와 가로등을 인기를 뛰어넘으며 그의 영원한 인생곡이 됐다. /더팩트 DB

'나 어릴 땐 철부지로 자랐지만/ 지금은 알아요 떠나는 것을/ 엄마 품이 아무리 따뜻하지만/ 때가 되면 떠나요 할 수 없어요/ 안녕 안녕 안녕 손을 흔들며 두둥실 두둥실 떠나요/ 민들레 민들레 처럼 돌아 오지 않아요 민들레처럼'('하얀 민들레' 가사)

'하얀 민들레'는 음반을 발표하자 마자 폭발했다. 이 곡은 순식간에 '소녀와 가로등'을 인기를 뛰어넘으며 그의 영원한 인생곡이 됐다. 당시 차가 없어 길거리를 걸어다니면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저게 누구야? '하얀 민들레' 아니냐"고 몰려들 정도였다. 가수 이름보다 노래가 먼저 생각나는 인기곡이었다.

"이미 '소녀와 가로등' 때부터 TV를 통해 얼굴이 많이 알려져 있었죠. 그런데도 길거리에서 만나는 분들은 실물과 TV 모습이 다르다며 처음엔 긴가민가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얀 민들레' 인기가 한창 치솟을 때 故 이주일 선배님이 방송에서 만나면 '쟤는 시커먼 애가 맨날 하얗대' 하면서 놀려대곤 했어요."

진미령은 밤무대에서 각별한 인연을 쌓은 이주일의 관심속에 고 곽규석 등과 예능 콩트프로그램에도 많이 출연했다. 사진은 KBS 전국노래자랑 MC 송해와 방송 출연 당시 모습. /더팩트 DB

이주일의 이런 농담은 진미령의 까무잡잡한 피부 색깔에 빗댄 농담이었다. 당시는 이주일이 밤무대 극장쇼 등에서 인기를 얻은 뒤 TV에 늦깎이 진출해 한창 승승장구 하던 시기다. 진미령은 밤무대에서 각별한 인연을 쌓은 이주일의 관심속에 고 곽규석 등과 예능 콩트프로그램에도 많이 출연했다.

한때 그는 요리공부(프랑스 르 코르동 블루)에 깊이 빠져들기도 했다. '미운 사랑' 이후 '한 잔의 눈물' '당신을 사랑해' 등이 꾸준한 반응을 내면서 '제3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세월을 비껴간 듯 데뷔 46년이 흐른 지금도 한결 같은 목소리, 짙은 애절함으로 사랑받고 있다.

진미령은 중국어 외에도 영어와 일본어 등 4개 국어를 구사해 성룡 주윤발 홍금보 유덕화 이연걸 등 중화권 배우들이 내한할 때마다 단골 통역을 맡았다. 나스타샤 킨스키, 브랜다 리 등 할리우드 배우나 팝 가수들의 영어 통역을 했고, 진추하와는 KBS 특집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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