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우 "한여름에 겨울 신 촬영, 해내야겠다는 생각뿐"②


"차기작 촬영에 에너지 얻고 쓰고 반복…모든 작품 애정 깊어"

지난 달 취재진과 화상으로 만난 정우는 뜨거운 피 촬영 에피소드와 연기 소감, 향후 행보 등을 묻는 질문에 연기만큼이나 진심 가득한 말투와 인터뷰를 이어갔다.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지난 달 23일 개봉한 영화 '뜨거운 피'는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후 이번 주는 일일 박스오피스 2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에 잘 나오지 않았던 정통 누아르 장르라는 확실한 차별점에 정우 지승현 김갑수 최무성 이홍내 등 연기파 배우들의 뜨거운 열연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주연 정우는 '뜨거운 피'로 차진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작품에서 100% 이상을 발휘하는 배우 정우가 영화 '뜨거운 피'에도 모든 걸 쏟아부은 셈이다. '날 것' 그대로를 위해 촬영 내내 캐릭터에 빠져 살았던 그의 촬영 에피소드와 향후 행보를 직접 들어봤다.

-여러 명장면이 있다. 이건 정말 내가 생각해도 잘 나온 것 같다는 장면이 있다면.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꼽고 싶다. 잘 나왔다기 보다는 신경을 정말 많이 썼던 기억이 난다. 캐릭터의 특징이나 무게감을 실어야 하는 장면이고 그 장면에서 분위기를 잡지 못하면 극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신경과 정성을 많이 쏟았던 것 같다.

저희 영화가 한 여름에 촬영했는데 오프닝 시퀀스에 나오는 멍텅구리 배가 철판으로 돼 있어서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을 정도로 열기가 상당했다. 위에 빛이 통과는 되지만 가림막을 설치해서 촬영하긴 했다. 그럼에도 출연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신이라 유독 애를 많이 썼다. 선배님들도 많이 도와주시고 해서 무사히 촬영을 잘 마친 것 같다.

마지막 장면은 촬영 스케줄 중반부 쯤에 찍었다. 그 장면에는 러닝 타임 2시간 가량의 모든 감정이 복합적으로 들어가야하는데 이 때는 살짝 부담이 있었다. 희수는 그 신에서 목폴라에 코트를 입고 겨울 입김을 분다. 그러나 옷 속에는 이미 땀이 범벅이었다.(웃음) 그래도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하다보면 '아 이때는 내가 해내야겠구나' 하는 게 있다.

정우는 영화 뜨거운 피에 대해 배우로서 사람 정우로서 성장통을 안겨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촬영 에피소드도 희수만큼이나 유난히 힘든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호불호가 갈리는 평도 나오는 것 같은데 배우로서 '뜨거운 피'는 어떤 영화인가.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이번 작품이 배우로서 사람 정우로서 성장통을 안겨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너무나도 이 작품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작품의 평가나 흥행 여부를 크게 신경쓰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자기만족에 끝나는 작품이 반복되면 안된다. 그래도 한 땀 한 땀 촬영하고 진정성 있게 임했던 작품이다.

쉬운 선택은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떤 능력이 있으신 분들이 현장에서 이게 맞다는 것을 알고 진행하겠나.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님은 촬영 기간 동안에 이가 다 뽑혔다고 들었다. 운이 좋아서 흥행이 될 수도 있다. 근데 만약에 제가 그런 운이 있다면 미안한 마음에 불안할 것 같다. 그러나 설령 잘 안되더라도 제가 진심을 가지고 정성을 쏟은 작품이기 때문에 마음가짐에서 분명 차이는 있을 것 같다.

-차기작은 드라마로 알고 있다. '뜨거운 피'와는 다른 느낌일 것 같은데 귀띔해줄 수 있나.

'뜨거운 피' 할때는 '뜨거운 피'만 생각하면서 찍었다. 작품이 끝나고 나서는 '아 나는 다시 하라고 해도 이렇게 못할 것 같아'이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지금 또 시간이 이렇게 지나보니 다시 하라고 하면 또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이게 경험해본 사람의 마음가짐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 이후에 '이 구역의 미친X'(카카오TV 2021)를 찍었다. 작품이 밝기도 했지만 더 잘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다. 그것도 우연처럼 부산에서 3달 정도 찍었다. 그걸 찍으면서 또 치유를 했던 것 같다.

그 이후에 '모범가족'(올해 넷플릭스 공개 예정)을 찍었는데 이 것도 라이트한 분위기의 작품은 아니다보니 나름 정성을 쏟고 에너지를 쏟았다.

지금은 '멘탈코치 제갈길'(올해 tvN 방영 예정)을 찍으면서 다시 에너지를 받고 있다. 참 희한한게 모든 작품은 제 손가락처럼 다 애정이 있다. 왜 우리도 음식 먹을 때 '단짠단짠'이라고 하지 않나. 어떤 작품에서는 에너지를 쏟아야하는 반면에 또 어떤 작품에서는 에너지를 받는다. 현재는 아주 유쾌한 기분으로 촬영을 하고 있다. '뜨거운 피'도 앞으로 공개될 드라마들도 모두 기대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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