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故 허참 유작곡' 부른 강진, "운명같은 히트 예감"


황혼 남자들의 고군분투 속내 담은 '아내는 지금' 리메이크

생전 못다한 노래를 제가 부를 수 있게 된 건 행운이고 운명이죠. 강진은 고 허참이 가수로 데뷔해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불렀던 아내는 지금을 리메이크해 발표했다. /더팩트 DB

[더팩트 ㅣ 강일홍 기자] "허참 형님은 최고의 방송 스타였지만 신인들한테는 늘 따뜻하게 대해주셨어요. 저 역시 무명 때 형님의 격려에 많은 용기를 얻었죠. 제가 인기가수로 발돋움한 뒤엔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고요. 형님이 못다한 노래를 제가 이어부를 수 있게 된 건 행운이고 운명이에요."

가수 강진이 故 허참과의 각별한 인연을 밝혔다. 두 사람은 연예계에서 방송인으로 가수로 각별히 호형호제하던 사이다. 허참은 주변에 투병 사실을 숨기고 마지막 순간까지 활동을 계속하다 지난 2월 세상을 떠났다.

"간암 투병 중인 사실은 가족과 측근 몇명을 빼곤 아무도 몰랐다고 들었어요. 근데 저한테는 돌아가시기 직전 조용히 부르더니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자신은 얼마 못살 것같다고요. 요즘처럼 의술이 발달됐는데 무슨 말씀이시냐고, 힘 내시라고 얘길 해드렸죠. 정말 이렇게 황망하게 세상을 떠날 줄 몰랐어요."

강진은 허참이 가수로 데뷔해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불렀던 '아내는 지금'을 부르게 된 사연도 털어놨다.

"형님이 불렀던 '아내는 지금'을 제가 불러줬으면 한다고 했어요. '참 좋은 노래인데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고 떠나는게 가슴 아프다. 그냥 묻히면 안타까울 것 같으니 자네가 직접 불러줬으면 한다'는 말을 했죠. 유작으로 남긴 곡을 리메이크한다는게 좀 부담스러웠지만 약속을 지키고 싶었어요."

강진은 "노래에 담긴 의미가 특별하고 무엇보다 고인의 못다 이룬 노래에 대한 열정이 저를 통해 꽃피울 수 있으면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생각하니 결심이 서더라"고 말했다.

'아내는 지금'(정원수 작곡 박은희 작사)은 음반기획자 박웅이 제작한 노래로, 가사 탄생부터 허참이 심혈을 기울인 곡이다. '내 나이가 어때서'의 작사가 겸 제작자이기도 한 박웅은 "백세시대를 사는 우리 시대에 누구나 공감할만한 좋은 노래"라며 "들어보시면 허참이 왜 강진을 지목했는지 이해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은 최근 KBS 1TV '아침마당'에 출연해 "노래 부를 때마다 허참 형님이 생각날 것같다"고 말해 찡한 여운을 안겼다. 지난 23일 오후 KBS 별관 부근의 한 카페에서 강진을 만났다. 이 자리에는 '아내는 지금'을 제작한 음반제작자 겸 작사가 박웅이 함께 했다.

이 노래는 무엇보다 가사에 담긴 의미가 공감있게 와닿아 예감이 좋다. 강진은 최근 KBS 1TV 아침마당에 출연해 노래 부를 때마다 허참 형님이 생각날 것같다고 말해 찡한 여운을 안겼다. /더팩트 DB

<다음은 고 허참의 노래를 리메이크 곡으로 재발표한 가수 강진과 일문일답>

-생전 방송인 고 허참과의 인연이 노래로 이어졌다.

무명시절부터 따뜻하게 아껴주신 고마운 형님이다. '가족오락관' MC를 놓은 뒤 저를 만나면 가수로 히트곡을 하나 내는게 마지막 소원이라고 자주 얘기하셨다. 그분도 데뷔시절 잠깐 노래를 부른 적이 있었기 때문에 가수에 대한 애착이 컸을 것이다. 음반을 제작하신 박웅 선생님도 저한테 딱 맞는 곡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아내는 지금'이란 곡은 기존 곡을 재발표한 셈인데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

사실 유작 노래를 다른 가수가 다시 부르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제 경우는 고인과의 특별한 친분이 맺어준 것이라고 보면 되는데 우선 노래가 맘에 든다. 노래가 히트하려면 작곡, 작사, 편곡, 가,수 매니지먼트 등 5가지 요건이 맞아야 가능하다고 한다. 저는 무엇보다 가사에 담긴 의미가 공감있게 와닿아 예감이 좋다.

이 곡은 '내 나이가 어때서'를 제작한 작사가 박웅 씨가 가사를 썼다. '내 나이가 어때서'는 여자가 남자들한테 반항하는 노래이고, '아내는 지금'은 남자가 여자들한테 반항하는 노래다. 100세 시대 인생 후반전을 살아가는 남자들의 노후를 현실감 있게 묘사해 공감대를 자아낸다.

강진은 공교롭게도 이번 곡에 대한 관심과 애착은 아내가 더 적극적이었다고 말했다. 강진의 아내 김효선(오른쪽)은 80년대 중반까지 큰 인기를 누렸던 3인조 여성그룹 희자매 멤버로 활동한 가수다. /더팩트 DB

-이 곡은 허참 이전에 다른 가수한테 먼저 갔던 노래라고 들었다.

네, 맞아요. 제작하신 박웅 작사가님 말씀을 들으니 김성환 선배와 송해 선생님한테 기회가 갔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허참 형님한테 갔다고 해요. 두 분 다 다른 일(연기 또는 MC)로 바쁘시다보니 노래를 찬찬히 평가해볼 틈이 없었겠죠. 결국 형님을 거쳐 저한테 오게 됐는데 마치 숨은 보석을 발견한듯 반가웠죠.

-처음엔 조금 고민도 했다고 하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나?

제 첫 히트곡이 '땡뻘'인데 리메이크곡이다. 나훈아 선배님이 불렀다가 가사를 바꿔 다른 가수(정원)가 불렀고, 제가 다시 리메이크해 불렀다. '땡뻘'이 우여곡절 끝에 히트를 했지만, 혹시라도 저한테 리메이크 이미지가 생길까 걱정이 됐다. 한데 아내(가수 김효선)가 들어보더니 '딱 당신 노래'라며 적극 권유를 해 자신감을 갖게 됐다.

'내 나이가 어때서'에 이어 '아내는 지금'을 제작한 작사가 박웅 씨는 "이번 곡은 '내 나이가 어때서' 때와 공통점이 참 많다"고 했다. 그는 "태진아 송대관 김성환 유지나 김용임 씨 등 여러 가수들이 '내 나이가 어때서'를 퇴짜 놨는데 오승근이 불러 히트했다. 이번 노래 '아내는 지금'도 강진 씨가 네번째다. 사실 오승근 씨는 처음엔 싫다고 했는데 아내인 고 김자옥 씨가 맘에 들어 음반이 나왔다. 이번 곡 역시 강진 씨의 아내 김효선 씨가 더 적극적이었다"고 말했다.

강진은 "이번 노래가 리메이크 곡이긴 하지만, 허참 선배가 부른 원곡 느낌을 최대한 그대로 살려 재현했다"고 말했다. 최근 '아침마당'에 게스트로 출연한 뒤 그는 이 노래를 선택한 자신의 결정에 확고한 믿음을 가졌다고 한다. 그는 "방송으로 노래를 들어본 수많은 분들한테 강진이 다리 불러 메시지가 귀에 쏙들어온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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