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데뷔 10년 차 배우가 엔딩 크레딧에서 자신의 이름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이 배역을 따내기 위해 오디션 당시 피아노 연주가 서툴러도 잘 할 수 있다며 '하얀 거짓말'까지 했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통해 첫 주연을 맡은 배우 조윤서의 이야기다.
조윤서는 오는 9일 개봉을 앞둔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탈북자 출신 학교 경비원 이학성(최민식 분)에게 수학을 배우는 '수포자' 고등학생 한지우(김동휘 분)의 친구 박보람 역을 연기했다. 그는 1993년 생으로 올해 나이 서른이지만 실제 고등학생 같은 동안 외모만큼이나 발랄한 연기를 잘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윤서는 2일 <더팩트>와 화상인터뷰에서 벅찬 마음을 감추지 못한 듯 보였다. 인터뷰 내내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던 그는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질문에선 눈시울을 붉혔다. 조윤서는 "앞으로 사람 냄새가 나는 작품은 물론이고, 판타지적 요소가 담긴 평범하지 않은 연기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오디션 때 '하얀 거짓말'까지 할 만큼 간절했다고 들었다.
대본을 읽었을 때 요즘 흔치 않은 '착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따뜻한 영화를 좋아해서 이 영화를 꼭 같이 하고 싶었다. 보람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다. 밝고 정의로운, 당찬 매력이 좋았다. 그래서 거짓말까지 하면서 열정을 보여드린 것 같다(웃음).
그러나 사실 오디션을 처음 볼 때는 제가 될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하진 못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 오디션 장에서는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연구한 톤으로 다 읽었다. 감독님 코멘트를 듣고 "제가 그렇게 바꿔서 해볼게요"하고 다시 해본다던지 이런 식으로 대본 리딩을 두 번 정도 했던 것 같다. 너무 간절했고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가족들과 함께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가족 분들이 많은 힘이 됐을 것 같다.
정말 가족이 없었으면 못했을 것 같다. 작품을 할 때도 하지 않을 때도, 결과가 좋을 때도 좋지 않았을 때도 있었지만 항상 언제나 응원해 주셨다. 시사회에도 오셔서 함께 영화를 보셨다. 엄마와 동생은 너무 잘 봤다고 해주셨다. 아버지도 눈가가 촉촉해지셨더라. 너무 고마웠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최민식 박병은 박해준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함께 연기했다. 걱정이 앞서거나 위축되진 않았는지.
대본 리딩 전까지는 위축도 되고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도 많이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연기를 시작하면서 다 풀어진 것 같다. 그만큼 많이 준비했고 연구하기도 했지만, 최민식 선배님과 감독님께서 제 연기에 많은 힘을 실어주셨다. '보람아 너무 잘하고 있어' '네가 잘 알고 있고 네가 하고 있는 게 맞아' 하면서 칭찬해주셨다. 그때부터 하고 싶었던 제 연기가 잘 나오게 됐다. 선배님과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극 중 친구 사이로 출연한 김동휘와도 케미가 좋았다. 현장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주고 받았고, 카메라가 없을 때도 만나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덕분에 '티키타카'가 잘 맞았던 것 같다.
-데뷔가 2012년이라고 들었다. 맞다면 올해 벌써 데뷔 10년차다. '응답하라 1994'(2013)에 출연했던 기억도 있는데 지난 연기 인생을 돌아보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응답하라 1994'에서 손호준(해태 역) 오빠의 첫 사랑 애정 역할로 나왔었다. 2012년 데뷔가 맞다. 올해 10년 차가 됐는데 되게 벅차다(눈물). 이번 시사회 때 엔딩 크레딧에 제 이름이 뜨더라. 그걸 보면서 '그동안 내가 잘 버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긴장이 풀리기도 해서 눈물이 나온 것 같았다.
10년 중에 3년 정도는 공백이 있었다. 몸이 아파서 수술을 하고 쉬는 시간을 보냈다. 공백기 이후에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만났다. 그래서 이 작품은 제게 새로운 시작과 같다.
-배우 조윤서로서 강점이 있다면? 또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하고 싶은지도 궁금하다.
저는 화려하고 예쁜 외모가 아니다. 옆집에 흔히 있는 듯한 외모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게 또 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또 메이크업에 따라 변하는 얼굴인데 배역마다 변신할 수 있는 강점도 있는 듯하다. 그래서 저는 제 얼굴을 굉장히 좋아한다.
사람 냄새가 나는 작품들을 많이 해보고 싶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배역을 하고 싶어서다. 반대로 2년 전부터 하고 싶었던 건데 사람이 아닌 구미호나 귀신, 마법사 같은 게 나오는 판타지적 요소가 있는 작품도 해보고 싶다. 자아가 없는 좀비보다 자아가 있는 좀비 연기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런 현실과 조금 동떨어진 배역 연기도 굉장히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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