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강일홍 기자] 이명주(본명 유수현)는 국악풍의 호소력 짙은 보이스가 매력인 가수다. 탁 트인 시원시원한 목소리에 맛깔스러운 창법은 그만의 특별한 색깔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됐다. 부르는 노래마다 친근감 있게 와닿는 비결이기도 하다.
이명주의 상징곡은 '백갈매기'(조동산 작사 원희명 작곡)다. 92년에 처음 발표된 뒤 방송금지곡으로 내몰리는 등 우여곡절을 거쳐 94년에야 빛을 봤다. 수많은 신인가수들이 도전에 실패한 뒤 이명주의 목소리를 통해 마침내 대중 히트곡으로 탄생했다.
"처음 음반을 낸 뒤 노래 제목 때문에 불이익을 많이 받았어요. 단순히 '흰갈매기'가 아닌 '여자'를 빗댄 야릇한 늬앙스를 풍긴다는 것이었는데 결국 1년만에 활동을 포기해야만 했어요. 당시만해도 그런 시선은 활동하는데도 제약이 됐거든요."
갓 신인이었던 이명주한테는 좌절이었다. 다행스럽게 노래에 대한 열기는 식지 않고 이어졌다. 방송활동을 멈췄음에도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메들리 음반에 '필수 수록곡'으로 등장한 덕분이다. 다른 여러 가수들이 불러주면서 오히려 생명력을 키웠다.
'백 갈매기 백 갈매기 날개 젖은 백 갈매기/ 찬바람 갯바람에 흠뻑 젖은 흠뻑 젖은 하얀 그 날개/ 왜 돌아가지 않고 날지도 않고 창백한 몸짓으로/ 이 황혼을 마시고 이 밤을 마시고/ 영혼마저 태우려 하나 백 갈매기 백 갈매기야'(이명주의 '백갈매기' 가사 1절)
무엇보다 이명주의 매력 보이스가 빠르고 신나는 리듬에 실려 강렬하게 와닿으며 여운을 증폭시켰다. 특히 '슬픈 몸짓' '이 황혼을 마시고 이 밤을 마시고' '영혼마저 태우려 하나' 등 일부 가사는 뭔가 사연을 머금은 듯 중의적 의미로 대중의 호기심 을 파고들었다.
'백갈매기'는 메들리 음반을 통해 역주행한 뒤 정식 음반으로 재발매됐다. 방송에서 가사나 제목 때문에 제동이 걸린 게 오히려 주목받는 계기가 됐고 마음 고생한 신인가수한테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마침 직후 발표한 새 음반 '짐이 된 사랑'(3집)도 바람을 탔다.
이명주는 1987년 '당신은 아시나요'로 가요계에 정식 데뷔해 '종이한장'(2020년)까지 정규 11집을 낸 중견가수다. 인생곡 '백 갈매기'를 비롯해 '짐이 된 사랑' '보고 싶어요' '돌이킬 수 없다면' '사랑타령' 등 다수 히트곡을 갖고있다.
순천이 고향인 그는 20대 초반 상경해 밤무대 언더가수로 뛰며 국악공부(故 성창순 故 성우향 사사)에도 매진해 개성있는 가창력을 키웠다. 70년대 중반 이후 전주 MBC 전속가수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가수 현숙과는 지금도 돈독한 자매사이로 지내고 있다.
천성이 착하고 베푸는 걸 좋아해 평소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연예인 중 한명이다. 연예인봉사단 '한마음'과 재능기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15회 한국인기연예대상 전통가요 공로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