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DC코믹스의 유명 IP 배트맨을 소재로 한 16번 째 실사영화가 등장했다. 배트맨 본인을 원톱으로 내세운 영화로는 역대 배트맨 실사영화 중 명작이라 평가받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시리즈(라이즈, 2012) 이후 10년 만이다.
그러나 이번 '더 배트맨'은 전작들과 다방면에서 차이를 두고 있다. 전작들이 히어로물의 전형이자, '펭귄맨' '조커' '리들러' 등 빌런들의 개성 넘치는 매력이 부각됐다면 '더 배트맨'은 '부캐' 배트맨 속 '본캐' 브루스 웨인 본인이 성장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춰서다.
또한 1990년대 느와르 장르를 보는 듯한 영화적 분위기도 볼거리다. 온전히 성숙하지 못하고 힘이 부족한 청년 배트맨이 거대 조직의 배후를 쫓아 사건을 파헤치는 전개가 마치 어두운 뒷골목에서 펼쳐지는 주먹의 세계를 다루는 듯한 분위기도 자아낸다.
'더 배트맨'을 연출한 맷 리브스 감독은 '더 배트맨'의 기획 단계에서 '탐정'과 '느와르'라는 키워드를 언급한 바 있다. 권선징악 구성을 철저히 따르는 히어로 장르의 팬들은 물론, 기존 배트맨 팬들도 기대반 우려반으로 제작 과정을 지켜본 계기다. 결국 맷 리브스 감독은 본인이 뱉은 말을 지켜냈다.
'더 배트맨'을 보면 영화 '양들의 침묵'이나 '세븐' 등 느와르 색감을 입힌 탐정물이 떠오른다. 연쇄살인범이 사건 현장에 남긴 단서를 하나하나 추적해가면서 실타레를 풀어가는 재미를 온전히 관객에게 주는 것은 물론, 소셜 네트워크에서 비롯된 디스토피아적 후반부 연출도 몰입감을 선사한다.
'9대 배트맨'이자 '최연소 배트맨' 로버트 패틴슨은 비평가들의 우려와 달리 제 역할을 해냈다. 훤칠한 외모와 고독한 눈빛에서 묻어 나오는 패틴슨 특유의 연기 톤이 영화 내내 고뇌하며 성장하는 청년 브루스 웨인과 조화를 이룬 듯하다.
기존에도 팬층이 두터웠던 배트맨 속 캐릭터 펭귄맨(콜린 파렐 분), 캣우먼(조 크라비츠 분), 고든 경감(제프리 라이트 분), 알프레드(앤디 서키스 분) 등을 새롭게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도 볼거리를 남겼다.
아쉬운 점은 메인 빌런 리들러 역을 맡은 배우 폴 다노 역시 훌륭한 연기를 펼쳤으나, '배트맨 포에버'(1995)에서 리들러를 연기한 배우 짐 캐리의 포스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작가주의적 측면에서 두 작품은 전혀 다른 영화지만, 짐 캐리의 신들린 리들러 연기를 봤던 사람이라면 '더 배트맨'의 리들러는 분량이나 존재감이 다소 부족했다.
러닝타임은 3시간에 육박한 176분이다. 다소 긴 호흡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관객 성향에 따라 다소 지루할 수도 있으나 10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배트맨 친구들'을 보는 맛은 반갑기만 하다. 쿠키 영상은 1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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