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이서진, 데뷔 24년 차의 품격과 여유③


"예능은 예능, 연기는 연기"

올해로 데뷔 24년 차를 맞이한 배우 이서진은 내가 하면서 재미를 느낄만한 작품에 출연한다고 말했다.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더팩트|박지윤 기자] 지난 1999년 드라마 '파도위의 집'으로 데뷔한 이서진은 올해로 데뷔 24년 차를 맞이했다. 숫자와 비례하게 쌓은 경험과 내공은 시청률과 흥행의 부담에서 벗어나 작품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가는 거 같아요. 제가 일을 많이 하는 스타일도 아닌데 말이에요. 예전보다 방송국도 많이 생겼고, OTT도 생겼잖아요. 그리고 제가 화제성이나 흥행에 구애받지 않는 나이도 됐고요. 그래서 저는 '아, 이건 내가 하면서 재미를 느끼겠다'고 생각이 드는 작품에 출연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더욱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계획이에요. 코미디든 정극이든 제가 하면서 재밌는 거, 하고 싶은 거 할 생각이에요."

일의 원동력을 '재미'로 꼽은 이서진은 그동안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도 활발하게 출연했다. 드라마 '이산' '불새' '다모' 등으로 필모그래피를 탄탄하게 구축한 그는 '삼시세끼' '윤식당' '윤스테이' 등 예능에서도 굵직한 프로그램을 남겼다. 예능 이미지가 고착되는 우려로 출연을 고사할 수 있었지만 그는 아니었다. 또한 예능의 연장선이 될 수 있는 코미디 장르의 작품도 망설임 없이 택했다.

"예능은 예능이고 연기는 연기인데 제가 예능 이미지가 강해서 드라마가 안 어울린다는 댓글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예능 이미지가 굳어진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또 제가 예능을 평생 할 것도 아니고요. 그렇기 때문에 '내과 박원장'도 큰 고민은 없었어요.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재밌었고, 색다른 대본이었기 때문에 선택한 거죠. 단지 '보는 사람도 웃길까?'에 관한 고민을 했지 다른 건 없었어요."

이렇게 '내과 박원장'을 택한 이서진은 그야말로 신선했다. 단순히 '민머리'로 파격 변신을 한 것이 아니라 두 아들을 둔 아빠에 도전하는가 하면, 캐릭터의 속마음을 연기가 아닌 인터뷰 형식으로 전하는 등 연기와 연출 다각도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이서진은 시즌 2는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시청자들의 반응에 달렸다. 시청자들이 원한다면 당연히 출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부성애가 강한 아빠였다면 하지 않았을 거에요. 경험해보지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작품 속 아빠와 아들은 친구처럼 지내는 관계잖아요. 그리고 큰 애가 실제로 20대 후반이라 아들보다는 동생이나 친구 같은 느낌이었고, 강훈이도 아주 어린애가 아니라서 촬영할 때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인물들의 속마음이 인터뷰로 나가는 방식은 해외드라마에서 많이 봤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어요. 저 또한 처음 해보니까 재밌더라고요. 겉과 속이 다른 건 연기 하면서는 볼 수 없는데 이렇게 속마음을 전하니까 재밌고 좋았어요. 저는 전적으로 감독의 생각을 묻고 상의를 많이 했죠. 물론 보는 사람이 재미없으면 존재 이유를 잃을 수 있어요. 그렇기에 잘 살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강했죠."

뿐만 아니라 이서진은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 라미란을 비롯한 '내과 박원장' 식구들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1회에 특별 출연한 배우 박성웅을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라미란 배우는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목소리로 출연했는데 생활 연기를 굉장히 잘해요. 어떤 역할이든 잘 맞고 가깝게 느껴지는 게 큰 장점인 거 같아요. 영화 '정직한 후보'를 보면 '라미란 아니면 누가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어떤 역할을 맡아도 잘 어울리고 잘 해낼 배우예요. 또 김광규 형은 평소에도 가깝게 지내니까 가족이랑 함께하는 느낌이었죠."

"박성웅 배우랑은 2005년도에 영화를 찍고 16년 만에 작품에서 다시 만났어요. 그 당시에는 박성웅 배우가 이렇게까지 알려지지 않았는데 대배우가 되고 다시 만나니까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또 제가 박성웅의 영화 '신세계' 대사를 패러디하기도 했잖아요. 감회가 남다르더라고요."

국내 OTT 티빙에서 공개된 작품인 만큼 시청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시즌 2를 향하고 있다. 이에 이서진은 "시청자들이 원하면"이라고 대답하며 마지막까지 시청자를 1순위로 생각하는 태도를 보여줬다.

"제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에요. 연출을 맡은 감독님이 시즌 2를 염두에 두고 있을 수는 있지만 결국 중요한 건 시청자의 반응이죠. 물론 하게 된다면 당연히 출연할 마음은 있어요."<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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