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강일홍 기자] 대선판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TV토론이 두 차례 진행된 뒤 후보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도 하나둘씩 수치로 나오고 있는데요. 이번주부터 유세가 본격화되면서 각 후보 진영은 팽팽한 긴장감이 돕니다. 이번 대선은 유독 네거티브 흠집내기가 극심한 데다, 여야 후보 부인들마저 일찌감치 각종 논란과 도마에 올라 더 혼탁스럽습니다.
대선 유세가 시작되면 늘 주목받는 게 연예인들인데요. 이번 대선에도 어김없이 후보들의 유세를 지원하려는 연예인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여야 유력 후보들이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식 선거전략 때문인지 특정 후보에 올인하는 연예인들도 있습니다. 유튜버로 변신한 개그맨 강성범은 노골적인 여당 지지자로 색깔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번 대선전 분위기는 '장미 대선'으로 치러진 5년 전과도 비교되는데요. 당시에는 대중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이 사회적 이슈였던 데다 정치권 편가르기에 피해를 본 경험칙들이 반영된 탓에 연예인들의 지지가 크게 줄었습니다. 연예인들이 정치인들의 선거 유세를 꺼리는 이유는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색깔을 내기가 갈수록 불편한 상황이 된거죠.
◆ 강성범 박혁권 등 노골적 여당 지지, 5년 전 '장미대선'과 비교
일부 연예인들은 SNS를 통해 속내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배우 박혁권은 이달 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공개지지를 선언했고, 가수 김흥국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유세단에 참여하기 위해 출연 중이던 방송 프로그램을 일시 중단할 만큼 적극적입니다.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연예인들이 특정 후보를 드러내고 지지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전에는 따로 공개의사 표시는 하지 않더라도 '소신파 연예인 지지자'들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여당인 민주당 쪽은 명계남 문성근 이원종 김의성 신대철 강산에 서승만 노정열 등이 지지자로 나서고, 야당인 국민의힘 쪽은 김흥국 정동남 독고영재 송기윤 등 10여명의 연예인들이'스타필드 유세단'에 합류해 대선전에 뛰어들었습니다.
◆ 김흥국 정동남 독고영재 송기윤 등 야당 '스타필드 유세단' 합류
연예인들이 본격적으로 대선 판도에 뛰어든 건 80년대 후반부터입니다. 이중에서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이 맞붙은 13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각 후보들이 여의도광장 100만 명 유세로 세를 과시하기 위해 연예인들이 많이 동원됐습니다. 이후 대선 때면 어김없이 연예인들은 유력 후보의 편에서 지지 의사를 밝혔고, 대중적인 세몰이의 변수가 됐습니다.
"지지하는 후보가 이기든 지든 돌아올 것은 없습니다. 정치꾼들처럼 자리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설령 그런 일이 생긴다면 금방 타깃이 되겠죠. 그럼 아무런 득이 없는 대선판에 왜 뛰어드느냐고요? 제가 지지하는 후보 아니면 안될 것 같은 정치적 소신입니다. 저 역시 유권자의 한 사람이고, 대통령을 잘못 뽑아 국민이 불행해지는 걸 원치 않으니까요."(연예인 Z씨)
대선판에서 연예인들이 터득한 결론은 한 가지입니다. 특정 후보 진영에 줄을 서면 그 후폭풍은 고스란히 당사자가 떠안게 된다는 것이죠. 대중스타는 폭넓은 팬층을 기반으로 숨을 쉬고, 한 쪽을 지지하는 순간 다른 쪽은 포기해야 합니다. 어느 편에 서든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죠. 그럼에도 정치적 소신을 드러내고 선거에 뛰어드는 연예인들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로 비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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