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원세나 기자] "결혼하고 아이 낳고도 이렇게 함께 활동했으면 좋겠다."
아주 오래전 지상파 음악방송 출연 전 대기실에서 만난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제아, 나르샤, 미료, 가인) 멤버들이 했던 말이다. "그러다가 대기실 한쪽에서 우는 아이 달래며 분유 먹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농담과 함께.
생명력이 짧은 아이돌 그룹의 특성상 그룹의 해체 소식을 전할 때나 멤버들의 은퇴 소식이 들릴 때마다 종종 떠오르는 기억 중 하나다. 그날 이후 현재까지 결혼하고 아이 낳고도 한 팀을 유지하며 활동하는 '장수 아이돌 그룹'은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형태는 다르지만, 어느 정도 그런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달래준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지난 4일 종영한 tvN '엄마는 아이돌'로 출산과 육아로 우리 곁을 떠났던 레전드 스타들의 아이돌 재도전기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엄마가 된 아이돌' 애프터스쿨 가희, 쥬얼리 박정아, 원더걸스 선예, 별, 베이비복스 리브 양은지, 스칼렛 모조핀 현쥬니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현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실력을 자랑하며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내친김에 완성형 아이돌인 마마돌(M.M.D)로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들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빛났다. 가희는 명불허전 퍼포먼스 퀸의 면모를 드러냈으며 박정아와 선예는 각 그룹의 메인 보컬이었던 만큼 독보적인 가창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명품 발라더로 수많은 히트곡을 불렀던 별은 댄스에 도전하며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고 양은지와 현쥬니도 이번 기회를 통해 활동기보다 더 존재감을 높였다.
지난 4일 마지막 방송에서는 3개월여를 준비한 주인공들이 마마돌로 데뷔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마마돌은 지난달 27일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 데뷔곡 '우아힙(WooAh Hip)' 무대를 펼쳤다. 첫 음방 무대를 앞둔 6인은 "오늘이 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극도로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무대에 올라서자, 언제 긴장했냐는 듯 여섯 멤버 모두 눈빛이 돌변했다. 평소 어려워하던 파트를 능숙하게 소화해낸 건 물론, 아이돌 출신답게 촬영 카메라를 모두 짚어냈다.
또한 마마돌은 가족들과 팬들이 함께 한 단독 콘서트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주인공 6인은 때로는 유닛으로, 때로는 하나로 뭉쳐 아이돌로서 화려한 퍼포먼스와 함께 최고의 기량을 뽐내며 완벽한 무대를 선사했다.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Next Level)' 커버 무대를 시작으로, '언니 라인' 가희·박정아·별은 가희가 몸담았던 그룹인 애프터스쿨의 'DIVA', '동생 라인' 양은지·현쥬니·선예는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를 무난히 소화해냈다. 특히 '내가 제일 잘 나가' 무대에서는 2NE1 산다라박이 특별 게스트로 합류했다.
그뿐만 아니라 박정아, 별, 선예가 '스탠드 업 포 러브(Stand Up For Love)'를 부르며 가창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마지막 무대는 모든 멤버들이 뭉쳐 '우아힙' 무대를 꾸몄다. 이날 모든 무대가 끝난 뒤 마마돌은 아쉬움과 뭉클함을 감추지 못한 채 왈칵 눈물을 보였다.
'엄마는 아이돌'은 한때 K팝 시대를 풍미했으나 '경력단절 여성'(경단녀)가 된 '엄마 아이돌'의 성장 서사를 보여주며 호응을 얻었다. '엄마'에서 다시 '아이돌'에 도전한 마마돌은 그 도전 자체로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온 대한민국 엄마들이 저희를 보면서 힘을 냈으면 좋겠다. 엄마도 엄마이기 전에 한 사람이고 아름다운 여자라는 것을 꼭 아셨으면 좋겠고 힘내셨으면 좋겠다"는 가희의 말은 작은 위안과 함께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더 나아가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닌 아이돌 멤버가 결혼하고 출산하고 육아를 하면서도 '원팀'의 아이돌 그룹으로도 오래도록 활동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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