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두고 정치물 개봉 봇물...관심도는 '글쎄' [TF확대경]


상업 영화 '킹메이커'도 다소 아쉬운 성적

최근 정치나 선거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극장에서 연이어 개봉하고 있지만 대중의 큰 관심도를 이끌어내지 못해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각 사 제공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선거를 앞두고 정치를 소재로 한 영화가 잇따라 개봉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정치인부터 현재 선거에 출마한 대선 후보들까지 출연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도는 낮은 편이다. 콘텐츠의 질이나 제작 의도를 떠나 소재로써 주목 받아야 하는 시기이지만 영화를 관심 갖고 소비하는 이가 적기 때문이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총 5편의 정치 영화가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다. '국민 여러분'(1월 27일 개봉)과 '킹메이커'(1월 26일 개봉)는 스크린에 걸렸으며, '늦봄2020'(2월 10일) '나의 촛불'(2월 10일) '대한민국 대통령'(2월 17일)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중 상업 영화로 제작된 '킹메이커'를 제외하면 모두 러닝타임 70~80분 내외 다큐멘터리 영화다. 실제 정치인의 실명과 영상이 영화에 등장하고, 현직 정치인들이 인터뷰어로 참여해 현실감을 더했다.

그러나 현재 상영 영화인 '국민 여러분'과 '킹메이커'에 대한 관심도는 비교적 저조한 편으로 나타나고 있다. 먼저 故(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전4기 대권 도전사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영화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이하 '국민 여러분')은 총 2004명(8일 기준)의 관객이 영화를 봤지만 현재 VIP 시사회에 참석한 인원이나 영화 관계자를 제외하면 새롭게 극장에서 영화를 소비한 관객은 많지 않다.

영화 평점사이트에서 드러난 수치도 일부 요인으로 해석된다. '국민 여러분'의 평점(이하 8일 네이버 평점 기준)은 총 63명이 참여해 4.00의 평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남성(3.19)과 20대(2.83), 30대(2.43) 관객들이 인색함을 표출했다.

관객 수에 신경을 써야하는 '킹메이커'도 영화에 대한 질적 평가와 무관하게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이고 있다. '킹메이커'는 9일 기준 62만 명의 누적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 중이다. 다만 같은 날 개봉한 어드벤처 장르 영화 '해적2'(110만 명)과 48만 명의 관객 차이를 보인다. 평점은 '킹메이커'(8.18)가 '해적2'(6.64)보다 앞서지만 120억 원의 제작비(이하 업계 추정치)가 들어간 것을 감안하면 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아야 손익분기점을 넘는다.

영화 킹메이커는 당초 2019년에 촬영을 마친 후 2020년에 개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일을 자꾸 미루다보니 2년이 지나서야 개봉하게 됐다. 다른 다큐멘터리 정치 소재 영화도 최대 2년 전에 촬영을 마친 작품도 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킹메이커'의 경우 대선 정국에 개봉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는 아니다. 배급사와 제작진 및 배우들은 "영화는 영화로 봐달라"고 당부했지만 감각적인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보다 정치물에 대한 거부감이 일부 반영된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들 정치 소재 영화의 개봉 시기가 대중의 관심도를 떨어뜨린 요인으로 보고 있다. 정치 소재 영화 중에 흥행에 성공한 영화로 꼽힌 '정직한 후보' '그 때 그 사람들' '남영동1985' 등은 선거철에 개봉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대중이 정치를 바라보는 인식 역시 문제시 된다. 많은 매체에서 대선 후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대중에게 쏟아내는 와중에 피로감을 느낀 관객들이 극장까지 가서 정치 소재 영화를 소비해야 하는 가에 대한 의문이다. 현실에서 여권과 야권의 팽배한 대립과 '비호감 대선'으로 불리는 20대 대통령 선거 분위기도 한 몫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한 쪽 진영에 치우친 영화라는 사고방식을 통해 영화 관람을 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있다. 17일 개봉을 앞둔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심상정 등 현재 대선 후보 4명을 인터뷰를 중심으로 진행된 다큐멘터리 영화다. 다만 문익환 목사의 일대기를 다룬 '늦봄2020'이나 박근혜 정권 탄핵과 당시 정치계 인사들의 인터뷰를 다룬 김의성 주진우 감독의 '나의 촛불'은 야권계 목소리에 주목한 영화로 해석될 여지도 농후해서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정치 소재 영화 자체가 관객들에게 호불호가 갈리는 영역이다. 이에 영화적 측면을 떠나 저평가를 받기도 한다. 특히 대선 정국에 따라 정치에 대한 관심이나 불신 등이 더해지면서 극장에서 정치 영화를 소비하는 심리를 더 위축시키고 있다"며 "다큐멘터리 영화의 경우 상업적인 부분에 큰 기대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에 출연하는 사람들과 정국이 영화가 촬영된 시기와 현재 사뭇 다르다는 평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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