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솔로지옥' PD "홍상수 감독 아닌 이상 의도된 연출 어려워"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솔로지옥을 연출한 김나현PD와 김재원PD(왼쪽부터)가 11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인기 비결과 소감을 전했다. /넷플릭스 제공

K예능 최초 시청 '톱10' 올라…연출자가 말하는 인기 비결은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또 하나의 K콘텐츠가 탄생했다. 영화 '승리호',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 K콘텐츠들이 세계 무대에서 유독 강세를 보이고 있을 때 두드러진 활약이 없던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의 존재가 JTBC 예능국 소속 두 명의 PD가 연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솔로지옥'으로 재평가 되고 있다.

넷플릭스 '솔로지옥'(연출 김재원 김나현)은 지난 달 18일 최초 공개돼 매주 토요일 2화 분량 씩 방송됐으며 10일 8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이날 기준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시청 순위는 7위를 기록했다. 공개 직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진 않았으나 회차가 거듭될수록 입소문을 탄 경우다.

특히 한국 예능 프로그램 최초로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 순위 톱10에 진입한 게 가장 유의미한 성과로 꼽힌다. 최고 순위는 5위(9일)였으며, 11일도 한국을 비롯해 사우디 싱가포르 태국 대만 베트남 등 국가에서 시청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출한 제작진 역시 '솔로지옥'의 인기에 대해 얼떨떨하다는 입장이다. 11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김재원 PD는 "전 세계가 우리 상대로 몰카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했고, 김나현 PD는 "사실 우리도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솔로지옥'은 커플이 돼야만 나갈 수 있는 외딴 섬 '지옥도'와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럭셔리한 데이트를 할 수 있는 '천국도'로 장소를 구분해 아홉 명의 싱글남녀가 펼치는 데이팅 예능 프로그램이다. '지옥도'는 '무한도전' 등 기존 예능 프로그램에서 단골 무인도로 활용됐던 인천 사승봉도가 선택됐으며, 넷플릭스를 만나 충분한 후반 작업을 거쳐 세상에 공개됐다. '솔로지옥'의 흥행을 이끈 김재원PD와 김나현 PD는 JTBC 예능국 PD다. 김재원PD는 '장르만 코미디' '트레블러' 등을 연출했고, 김나현PD는 '1호가 될 수 없어'를 만들었다.

'솔로지옥' 인기의 한 요소로 꼽혔던 미남미녀 출연진의 긴장감 넘친 애정라인은 회가 거듭할수록 입소문이 나면서 시청률 상승을 견인했다.

김재원 PD는 "프로그램의 모토가 세상에서 가장 핫한 솔로 지옥이기 때문에 '핫하다'는 기준에 맞춰 섭외를 진행했다"며 "다양한 출연자들을 모시기 위해 노력을 했고, 개별 매력도 중요하지만 이분들이 다 함께 있을 때 어떻게 조화될 지 고려했다. 멋진 성인남녀들을 실제로 소개팅을 시켜주고 싶은 심정으로 섭외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나현PD 역시 "방송가 주변 분들에게 저희 기획 의도를 소개하고 이런 작품에 출연할 만한 사람이 있는 지 추천해달라고 했다. 인스타DM를 직접보내기도 했고, 대기업 홍보실 통해서 여쭤보기도 했다. 중간에 막다른 길에 다랐을 때는 전단지도 돌렸다. 공개적으로 섭외 공고도 냈고 모든 경로로 출연진을 구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며 섭외 비하인드를 전했다.

넷플릭스 솔로지옥은 9명의 싱글 남녀가 모든 것을 자급자족으로 해결해야 하고 커플이 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외딴 섬 지옥도에서 펼쳐지는 버라이어티 데이팅 예능프로그램이다.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드라마 시청부문에서 K예능 최초로 톱10에 이름을 올린 작품이기도 하다. /넷플릭스 제공

'솔로지옥'의 인기는 방송 전 '비연예인'이었던 송지아 강소연 안예원 신지연 문세훈 오진택 김준식 최시훈 김현중 차현승 등 출연자들을 '연반인'(연예인+일반인)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유튜버 활동명 프리지아로 알려진 송지아는 '솔로지옥' 공개 이후 구독자가 100만 명이 증가했으며, '비디오스타' '아는형님' '전참시' 등 인기 연예민만 출연한다는 예능 프로그램에 섭외되면서 '핫 피플'이 됐다.

연출자 입장에서도 출연자들의 방송 후 인기에 대해 뿌듯해 했다. 모든 출연자가 '솔로지옥' 이후에 다 잘 됐으면 한다는 덕담을 전하면서도, 부정적인 피드백 또한 함께 짊어지고 가야 할 제작진의 책임이라고 덧붙였했다. 출연자들이 커플을 결정하는 순간이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극적인 순간들이 많았기 때문에 대본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손사레를 쳤다.

김나현 PD는 "다른 데이팅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지만 당연히 대본이 있을 수 없고, 대본이 있다고 하더라도 출연자들에게 이렇게 해달라고 하는 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출연자 스스로에게 감정 표현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은 했던 것 같다. 다들 솔직하게 잘 해줘 연출자 입장에서는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김재원 PD는 "룰적인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천국도'와 '지옥도'라는 완전히 대치된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에 출연자들이 감정적으로 더 몰입할 수 있고, 이같은 환경에서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됐을 때 극적인 장면들이 굉장히 빠르고 더 드라마틱한 연출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며 "우리가 홍상수 감독이 아닌 이상 그렇게 의도된 연출을 하지 못한다(웃음). 출연자 분들이 다들 멋있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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