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 살길 바래" 울림 있는 수상 소감 눈길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국내 브라운관과 연극 무대를 오가며 50년 넘게 연기력을 보여준 관록의 배우들이 노익장을 과시했다. 지난해 윤여정(75)에 이어 올해는 오영수(78)가 세계 무대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K배우'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오영수는 9일(현지시간) 미국 LA 비버리힐스 힐튼 호텔에서 비대면으로 열린 제 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한 드라마 '석세션'의 키에라 컬킨을 비롯해 '더 모닝쇼'의 빌리 크루덥, '테드 라소'의 브렛 골드스타인 등을 제치고 수상해 의미를 더한다.
오영수는 지난해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에서 1번 참가자 '깐부 할아버지' 오일남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날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 수상이 불발된 배우 이정재와 함께 '깐부 연기'로 인기를 모았으며, 심금을 울리는 연기와 깜짝 반전의 주인공이 되면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한국인 배우로는 역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초로 연기상 후보에 오른 것 뿐만 아니라 수상까지 이어지며 주목을 받고 있다. 아카데미 4관왕의 '기생충'(2020), 여우조연상(2021)을 수상한 윤여정도 골든글로브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에 오영수도 지난해 영화 '미나리'를 통해 한국 최초로 아카데미상 연기상을 수상한 '한국 할머니' 윤여정과 함께 한국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고상한 체 하는 영국인들이 나를 좋은 배우로 인정해줬다"며 유쾌한 수상 소감을 전했던 윤여정에 이어 이날 오영수도 울림 있는 수상 소감을 전해 완벽한 바통 터치를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영수는 수상 소감으로 "수상 소식을 듣고 내가 내게 생애 처음으로 '난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라 '우리 속의 세계'다.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기 경력 58년 째인 오영수는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2003)의 노승, 드라마 '선덕여왕'(2009)의 월천대사 역을 연기하면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으며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해 동아연극상, 백상예술대상 연기상 등을 수상한 잔뼈가 굵은 베테랑 배우다.
특히 지난해 '오징어 게임' 열풍이 불 때 여러 업체에서 광고 모델 제의를 받았지만 작품 본연의 가치를 흐리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연극무대로 돌아가 후배 배우들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올해는 배우 신구 이상윤 전박찬 등과 함께 서울 종로구 대학로티오엠에서 7일부터 열리고 있는 연극 '라스트세션'에 출연하고 있다.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