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광고→생일카페...진화하는 K-팬 문화
[더팩트|박지윤 기자] 과거 팬들이 연예인들에게 물질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하는 '조공 문화'가 크게 자리 잡았었다면, 요즘은 '생카(생일 카페) 투어'가 새로운 팬덤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생일 카페란, 아이돌이나 배우 등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생일에 맞춰 일정 기간 기존 카페에서 아티스트의 사진을 전시하고 컵홀더와 포토 카드 등 굿즈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말한다.
<더팩트>는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일대와 강남 일대에서 열린 생일 카페를 직접 찾아 아티스트를 향한 팬들의 사랑을 느껴봤다. 또한 카페를 찾은 팬들과 카페를 운영하는 직원으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날 그룹 더보이즈 멤버 에릭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열린 생일 카페에는 'HAPPY BIRTHDAY' 풍선이 손님을 맞이했고, 데뷔부터 지금까지 에릭의 활동이 담긴 사진과 인형 등 관련 소품들이 가득했다. 또한 음료와 디저트를 주문하면 에릭의 사진이 담긴 컵홀더와 포토 카드, 스티커 등을 함께 나눠 줬다.
이와 같은 이벤트가 여러 곳에서 열린 만큼 생일 카페는 각자의 콘셉트가 확실했고, 팬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 학교 콘셉트로 진행된 카페는 벽면을 교실 게시판으로 꾸미고 에릭과 관련된 문제가 담긴 시험지를 나눠줬고, 또 다른 카페는 팬들이 직접 에릭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는 공간을 마련하는 등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또 이날 열린 온앤오프 멤버 이션의 생일 카페에는 이션의 말투를 사용한 메뉴부터 굿즈와 함께 제작된 볼펜과 포스트잇 등을 나눠주며 팬심과 실용성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그런가 하면 생일 카페를 방문한 팬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굿즈를 나눠주며 훈훈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들을 통해 '생카 투어'는 생소한 게 아닌 익숙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날 카페를 방문한 A 씨는 "다른 손님과 직접 말을 섞지 않아도 같은 마음인 걸 안다"며 "제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생일을 여러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장점을 꼽았다.
카페에서 근무 중인 B 씨는 "저희 카페는 따로 대관료를 받지 않는다. 이벤트 기간 동안 손님들이 주문하는 음료나 디저트의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라며 "이렇게 생일 카페를 열고 싶은 팬들은 사전에 예약을 하고, 직접 내부를 꾸미신다"고 말했다.
생일 카페 외에도 아티스트의 생일 이벤트는 다양하다. 지하철과 버스 광고, 옥외 광고 등을 활용해 자신과 같은 마음을 지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아티스트의 생일을 축하하고, 그날을 마음껏 즐긴다.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 또는 팬클럽 이름으로 어려운 곳에 기부하며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팬들의 진심에 아티스트들도 응답하기 시작했다. 지하철 광고나 생일 카페를 직접 방문해 인증샷을 남기며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가 하면 개인 콘텐츠나 음원, 라이브 소통 등을 통해 팬들과 함께 생일을 보낸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아티스트들도 당연히 팬들의 생일 이벤트를 알고 있다. 이름을 검색하면 관련 정보가 뜨기도 하고, 생일 카페는 회사 근처에서도 열리기 때문"이라며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아티스트들은 직접 의견을 내고, 회사와 상의를 거쳐 개인 콘텐츠나 음원 공개 등 역 이벤트를 준비한다"고 전했다.
물론 지금도 아티스트를 위한 서포트(조공)는 존재한다. 그러나 물질적인 부분에만 치우쳐져 있었던 과거와 달리 따로 또 함께 생일 그 자체를 즐기는 문화가 새롭게 떠올랐다. 이러한 생일 이벤트는 아티스트와 팬들 사이에 양방향의 소통 창구가 됐고, 일 년에 한 번뿐인 생일을 더욱 특별하게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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