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이돌'이 안희연에게 남긴 묵직한 메시지②

배우 안희연 2021년은 내가 좋아하는 걸 알게 된 해라며 EXID 활동 시절과 달라진 점을 전했다. /써브라임아티스트에이전시 제공

"이제서야 즐기는 법을 알게 됐죠"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안희연의 필모그래피는 꽤 흥미롭다. 병원에서 첫사랑과 재회하는 비뇨기과 의사부터 4년째 길거리를 헤매는 18살 비행 청소년까지, 단순하고 평범한 캐릭터가 없다. 이렇게 매 작품 자기 변주를 꾀하는 그는 하니에게서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로 대중들을 만나고 있다.

2012년 EXID 하니로 데뷔한 안희연은 웹드라마 '엑스엑스(XX)'를 시작으로 카카오TV '아직 낫서른', 웨이브 오리지널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등 꾸준한 작품활동을 통해 배우로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저는 목표지향적이고 결과 중심적인 사람이었어요. 러닝할때도 목표지점을 명확히 정하고, 세부계획을 세울 만큼요. 한번은 친구의 조언으로 목표를 정하지 않고, 순간에 집중하며 달렸는데 어느새 결승선에 도착했더라고요. 심지어 더 힘들지도 않았어요. 그 이후로 덜 계획적이고 덜 목표지향적인 사람이 됐어요. 제가 출연한 작품도 마찬가지예요. 다양한 캐릭터를 해보자는 계획이 아니라 그 순간 저의 욕구에 충실했고, 그렇게 출연을 결심했죠."

드라마 '아이돌'은 안희연을 비롯해 추소정(우주소녀 엑시), 안솔빈(라붐 솔빈), 김지원(레드스퀘어 그린) 등 아이돌로 활동하고 있는 가수 겸 배우들이 출연했다. 소위 말하는 '연기돌'의 대거 출연은 방영 전부터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지만 '아이돌'은 달랐다. 실제 아이돌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의 열연은 작품의 현실성과 몰입도를 높였다.

"연습할 때 호흡도 잘 맞았고, 더 깊은 유대감이 생겼죠. 함께한 친구들에게 너무 고마워요. 사실 작품 속 에피소드를 실제로 경험해봤다고 해도, 극 중에서 감정적으로 깊은 장면이 너무 많았어요. 그런데 이 친구들이 정말 한 그룹처럼 저를 잘 믿어줬고, 저를 좋아해 줘서 저 또한 한 그룹의 리더로서 연기를 잘 해낼 수 있었어요."

이렇게 '아이돌' 제나로 분해 코튼캔디의 리더가 된 안희연은 준비 과정부터 촬영까지 EXID 멤버들이 많이 생각났다고. EXID의 리더 솔지의 고충부터 함께 대본리딩을 해준 정화까지, 잊지 않고 고마움을 전했다.

안희연은 최종 목적지는 모르겠지만 자유롭게 날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써브라임아티스트에이전시 제공

"정화는 줌을 켜놓고 하루에 5시간 정도를 함께 대본을 봐줬고, 제가 공감이 안 가는 부분은 정화의 도움을 받았죠. 제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다면 때로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을 텐데 '이렇게 선한 제나를 내가 연기해도 되나?'라는 죄책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정화 덕분에 죄책감을 덜고, 용기를 얻고 작품에 임할 수 있었죠."

이렇게 앞만 보고 달렸던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며 제나에 몰입한 안희연은 "저도 오래전부터 연습생을 시작했고, 아이돌 활동이 끝나면 모든 게 다 끝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부딪혀보니 이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었고, 자신이 느낀 바와 일맥상통했던 작품의 메시지를 통해 또 한 번의 깨달음을 얻은 그다.

"그동안 저는 모든 이유를 외부에서 찾았던 거 같아요. 외부 시스템이나 회사, 타인 등 저를 빼고 모든 것을 원망했었죠. 하지만 작품을 찍으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너무나 가혹하지만 이 모든 건 다 제 선택이었다는 거였죠. 이를 인정해야 또 다른 걸 선택할 수 있고요. '아이돌'을 찍으면서 이걸 배웠어요."

올해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부터 드라마 '아이돌'까지, 쉼 없이 달려온 안희연은 2021년을 돌아봄과 동시에 2022년 목표까지 전했다. 그는 "내년이면 데뷔 10주년인데 EXID 멤버들과 같이 뭔가를 꼭 하고 싶다"고 말하며 멤버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올해는 제가 뭘 더 좋아하고 덜 좋아하는지 알게 된 한 해예요. 사실 제가 정확히 어떤 걸 하고 싶은지는 못 찾았어요. 앞으로 찾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죠.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건 확실히 찾았어요."

"저는 매년 한 단어로 목표를 정해요. 뚜렷한 목표를 정하면 그렇게 살아지더라고요, 2022년 목표는 '활공'이에요. 최종 목적지는 모르겠지만 자유롭게 날고 싶어요. 최근에 '너는 나중에 뭘 하고 싶어?'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전 그게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어디'보다 '어떻게'가 더 중요해요. 이제서야 즐기는 법을 알게 된 거 같아요. 이제 시작이죠."<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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