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이른바 K-콘텐츠가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세계인의 환호를 이끌어 내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이 한류 콘텐츠의 대표 아이콘으로 우뚝 선 가운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신한류 콘텐츠가 세계 시장의 자본을 움직이고 있다. 아이돌 그룹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까지 다각화 된 한류 콘텐츠 산업은 국내는 물론 해외 주식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더팩트>는 세계화된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면의 비즈니스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엔터Biz'를 통해 집중분석한다. <편집자 주>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 위한 공격적 M&A 행보 눈길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CJ ENM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글로벌 문화 콘텐츠 기업 위상 강화를 목표로 대형 제작사 인수나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어서다.
반면 주가는 역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기업의 주가 변동 흐름에서 인수나 투자는 비교적 호재로 인식되지만 CJ ENM은한 달 새 무려 25% 넘게 떨어진 뒤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CJ ENM은 지난 9일 14만1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보다 1600원(-1.12%) 하락했으며, 이는 한 달 전(17만1900원)보다 3만 원 가량 폭락한 수치다.
3개월 기준으로 봐도 하락세는 두드러진다. CJ ENM이 올해 최고가를 경신했던 10월 25일 주가는 19만1600원이었다. 당시 CJ ENM이 이수만 대표의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주가가 폭등했고, 20만 원 선을 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다만 이후 반등하지 못한 채 지속적인 하락장을 거듭하고 있다.
CJ ENM은 2018년 CJ그룹의 커머스 사업을 담당하던 CJ오쇼핑과 콘텐츠 사업을 도맡았던 CJ E&M이 합병해 새롭게 출발한 종합 엔터테인먼트기업이다. '미생' '도깨비' 등을 제작한 스튜디오드래곤, CJ계열 방송사의 OTT 서비스를 담당하고 '술꾼도시여자들' 등 오리지널 콘텐츠가 성공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티빙 등이 한 몸이던 곳이다.
특히 지난달에는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관왕에 오른 영화 '라라랜드'를 제작한 엔데버콘텐트를 한화 약 9200억 원을 들여 인수했으며, 이달에는 현대차그룹과 손잡고 자동차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결합한 카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CJ ENM이 예능이나 드라마, 영화 등의 제작을 담당하는 콘텐츠 부문을 분할해 '제 2의 스튜디오드래곤'을 만든다는 이야기도 유가증권시장에서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어 투자 기대감을 높인다. '오징어 게임' 등 영향으로 한국에서 제작한 콘텐츠가 세계 무대에서 통하는 만큼 수조원 대 투자도 아끼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힘을 싣고 있는 콘텐츠 부문을 떼어 내 신설 법인를 설립하면 독립적인 제작 환경이 갖춰져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를 위해 지난 9월에는 영화제작사 엠메이커스, 박찬욱 감독의 모호필름, 애니메이션 제작사 리언볼트 등 3곳의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실제로 2016년 드라마 제작 부문을 떼어 내 설립한 스튜디오드래곤과 지난해 10월 OTT 부문을 분할한 티빙은 물적분할 이후 고속 성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스튜디오드래곤은 '미생' '시그널' '도깨비' '미스터션샤인' 등 자체 제작 작품들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면서 명실상부 국내 톱 드라마 제작사가 됐고, 코스닥 상장에도 성공했다. 9일 기준 주가는 8만7900원으로 엔터주가 호재를 받으면 늘 이름이 거론되는 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티빙 역시 상장을 목표로 성장 중이다.
이에 CJ ENM의 최근 주가 흐름이 기대보다 우려가 더욱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콘텐츠 부문에 온 무게를 싣고 있지만 이 사업을 분할한다면 남아 있는 사업에 대한 경쟁력이 없어지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CJ ENM은 콘텐츠 부문 외에 콘텐츠를 유통하는 엔터테인먼트 부문과 CJ오쇼핑 합병과 함께 넘어온 커머스 부문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연이은 인수합병과 분할이 시장에 피로감을 형성했다는 시각도 있다. 300억 원을 들여 만든 기대작 '지리산'의 흥행 실패와 함께 경쟁력 있는 사업을 또 한번 분할하는 것이 시장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CJ ENM의 글로벌 영화 제작사 인수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영화관 사업을 하는 CGV의 성장이나 OTT플랫폼 티빙의 글로벌 시장 진출 등에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주가에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사태 속 실적 방어도 양호한 편"이라면서도 "기존 사업들이 물적분할을 앞두고 있는 콘텐츠 사업보다 비교적 비전이 낮다는 점 등이 시장 우려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CJ ENM은 이달 8일 미국 메이저 종합 미디어 기업인 바이아컴CBS와 전방위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최근 사업적 우려에도 더욱 과감한 방식으로 문화 영토 확장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강호성 CJ ENM 대표는 "CJ ENM은 글로벌 문화 영토 확장이라는 이재현 회장의 비전을 바탕으로 글로벌 토탈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CJ ENM의 고유 IP가 바이아컴CBS 제작 역량과 유통 채널을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킬러 콘텐츠로 거듭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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