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아인 "이정재 만나 요새 느낌 어떠냐 물었다"①

유아인은 넷플릭스 지옥에서 작품 초반 무게감을 싣는 역할인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를 연기했다. /넷플릭스 제공

외신 반응 중 "'지옥'은 10년 지나도 회자될 작품" 가장 기억 남아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생각이 깊고 언변이 유려하다. 작품마다 캐릭터에 빙의된 듯한 호연은 물론, 배우로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겸손함도 잊지 않는다. 넷플릭스 '지옥'을 통해 전 세계에서도 주목 받는 작품의 주인공이 된 '인터뷰 맛집' 배우 유아인을 만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감독 연상호)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동명 웹툰 원작 드라마다.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다양한 서사를 그린다.

유아인은 '지옥'에서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 역을 맡아 작품 초반 무게감을 실었다. 대중에게 자신의 신념을 설파하는 교주같은 역할인 만큼 방대한 대사량을 소화하거나 뒤틀린 감정 선을 표현하는 신이 많았다. 청룡 남우주연상을 안긴 전작 '소리도 없이'에서 대사 없이 몸짓과 표정만으로 열연한 것과는 다른 결의 연기가 필요했다.

이에 유아인은 인터뷰 내내 정진수 의장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표현하기 너무 어려운 인물이라 자기도 뭐라 말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원작과 200% 이상의 싱크로율을 보인 정진수 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차근차근 풀어갔다.

"그 어떤 작품보다 현장에서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주인공이라고는 하지만 출연 분량은 제일 적으면서도 주변 몰입감을 강하게 끌고 가야하는 인물이었어요. 한 씬 한 씬에 대한 무게가 강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긴장하면서 임했어요.

그래도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작업이었습니다. 전작에서는 살만 찌고 말도 없이 움직이기만 했는데 '지옥'의 정진수는 대사량 뿐만 아니라 우리가 쉽게 들을 수 없는 대사들을 내뱉잖아요. 대본을 한 시도 내려놓지 못한 상태도 있었죠. 하지만 잘 외워지는 대사가 있고 잘 외워지지 않는 대사가 있어요. '지옥'은 전자였던 것 같아요. 감독님 대본이 잘 쓰여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아인의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인 지옥은 공개 첫 날인 지난 달 19일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 순위(TV쇼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하면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11월 내내 1, 2위를 유지하다가 이달에는 순위가 내려갔지만 오징어 게임(4위)과 함께 여전히 톱10(9위)을 지키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유아인은 '지옥'을 통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을 처음으로 필모그래피에 추가했다. 또 그의 전작들처럼 '지옥' 역시 흥행에 성공했다. '지옥'은 공개와 함께 전 세계 비영어권 시청 순위에서 1위에 올랐고 여전히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기존 작업들과 전혀 다른 기분이 들긴 했어요. 하나씩 오픈되는 것도 아니고 전편이 한 번에 공개되잖아요.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볼 수 있다 보니 '어떤 반응이 나올까' 생각하며 우려반 기대반이었던 것 같아요. 기분 좋고 반가웠던 건 어떤 외신에서 쓴 비평 기사였던 것 같은데 ''지옥'은 단기적인 흥행을 이루고 있지만 10년이 지나도 회자될 작품이다'는 부분이었어요.

사람들이 단기적인 수치로 열광하고 환호하지만 작품이 얼마나 오랫동안 회자되거나 많은 이야기를 생성하고 부가적인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달하는가 역시 작품의 가치가 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오래 회자될 것이다는 평가들이 가장 고무적이었어요."

유아인은 '오징어 게임' 등 K드라마가 세계 무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다만 이를 작품 퀄러티의 진보보다 달라진 환경 덕택으로 해석했다. '오징어 게임'의 주연이자 선배 배우 이정재를 만나 나눈 이야기를 곁들이면서 연기하는 것에 대한 진심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크게 성공한 '오징어 게임'의 후광이 어느정도 작용하고 있으리라 생각은 하죠. 반가운 마음이 큽니다. '지옥'이라는 작품이 전 세계 시청자들의 기대 속에 만났지만 이분들에게 실망을 드렸다기 보다는, 한국에서 다양한 작품들이 나왔고 이 정도 수준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셨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시상식 자리에서 이정재 선배님을 봬서 '요새 느낌이 어떠시냐'고 여쭤봤어요. 그랬더니 '너네들은 전혀 다른 세상에서 일하게 될 것 같아'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작품을 선보이게 되는 방식 자체가 과거와는 완전히 변화된 환경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에게 예전과 조금 다른 피드백이 주어지고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이어오던 연기 방식을 글로벌한 방식으로 갑자기 바꿀 수도 없는거고, 그런 방식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제가 생각하는 연기를 연구하고 표현해서 관객분들에게 던지는 것, 더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웃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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