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첼로댁 "대중음악 커버하며 굴레 벗어나"

첼로댁이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첼리스트 조윤경이자 크리에이터 첼로댁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첼리스트 조윤경에서 첼로댁으로, 그리고 자신만의 색깔 갖춰 다시 공연계로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첼로댁의 대중 음악 커버 영상을 감상하다 보면 노랫말이 들리는 듯 하다. 첼로의 소리가 "사람의 목소리를 닮은" 영향도 있지만 "음표만 연주하면 의미가 없다"는 첼로댁의 진정성과 감성이 연주를 타고 한편의 이야기로 그려지는 덕이다. 그는 그 과정에서 해방감을 느낀다. 이는 다시 첼리스트 조윤경으로 돌아왔을 때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용기와 대범함으로 표출된다. 그 상호작용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첼로의 매력을 친근하게 전달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올해 큰 프로젝트가 많았어요.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큰 공연 러브콜이 갑자기 물밀듯 들어오고 있어요. 사실 제가 큰 국제 콩쿠르 우승자도 아니고 대형 매니지먼트와 계약을 한 것도 아니에요. 저에게 또 다른 길이었던 '첼로댁'으로 가서 다시 공연계로 온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케이스구나 자각을 하고 있고 참 감사해요."

첼로댁은 2019년 작은 규모로 첫 독주회를 했다. 이후 2년여간 별다른 공식 활동이 없었는데 갑자기 올해 8월부터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클래식 이야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별빛 속 아름다운 선율', 예술의 전당 음악당 콘서트홀에서 '베스트 러시안 협주곡 콘서트', 라움에서 '2021 금난새 & 신포니아 라움 오케스트라'를 연이어 마쳤다. 또 오는 1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히사이시 조 with 첼로댁'을 앞뒀다. 그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첼로댁은 첼리스트 조윤경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기악과 학사, 줄리어드스쿨 음악대학원 기악과 석사, 왕립음악대학 대학원 아티스트 디플로마(Artist Diploma)를 거쳤고 2014년 요하네스 브람스 국제콩쿠르 첼로 부문 2위, 2016년 영국 뮤지션스 컴퍼니 프린스 컴페티션 우승 등의 경력이 있다. 거칠 것 없어 보였던 첼리스트 조윤경의 행보는 일단 거기까지였다. 다음 스텝을 위해 콩쿠르에 도전할 시기던 2017년 손가락 부상을 입어 준비 중이던 대회를 접고 무기한 쉬어야 했다.

"아홉 살 때 첼로를 시작했는데 소리에 끌렸다거나 그런 로맨틱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니고 부모님 권유로 시작했어요. 선화예중, 서울예고를 거치면서는 이게 내 길이구나 싶었지만 대학 들어가서 다른 걸 해볼까도 싶었어요. 그런데 유학을 가서 갑자기 첼로에 푹 빠졌어요. 욕심도 커졌고 음악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도 많이 하게 됐고요. 그런데 연습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손가락에 무리가 왔고 스치기만 해도 통증이 왔어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언제 괜찮아질지도 몰랐고 새로운 걸 해봐야겠다 싶었어요."

첼리스트 조윤경은 손가락 부상으로 국제 콩쿨 도전을 멈췄을 때 대중음악을 커버한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첼로댁으로 유명세를 얻었고 이로 인해 대형 공연에 러브콜을 받고 있다. /배정한 기자

영어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영상을 촬영해 편집을 해보기도 했다. 그 즈음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다. 2018년엔 손가락이 조금 괜찮아졌다고 느껴 잔잔하고 듣기 편한 소품집을 발매했다. 또 30대에 접어들어 다시 콩쿨에 도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고 자신의 연주를 촬영해 유튜브 채널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첼로댁'이 탄생했다.

"사실 첼리스트로서 공연만으로 먹고살기가 어려워요. 콩쿠르 우승이나 대형 매니지먼트와 계약을 한 것도 아니니까 더 그렇죠. 한창 도전할 시기에 손가락 부상을 당하면서 때를 놓치기도 했고요. 나를 알리는 셀프 프로모션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해와서 유학생활 브이로그나 연습 영상을 올리던 유튜브 채널이 있었는데 결혼 후에 남편의 권유로 추억할 수 있는 커버 영상을 촬영해 올리기 시작했어요. 듣기 편하고 대중성 있는 음악을 올렸고 그게 '첼로댁'의 시작이죠."

첼로댁은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 조덕배의 '꿈에',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 폴킴의 '모든 날 모든 순간',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아이유의 '밤편지' 등 가요부터 '돌아와요 부산항에', '소양강 처녀' 등 트로트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전공인 클래식 연주도 있다. 장르는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있다. 악보를 따라가기보다는 곡을 이해하며 진심을 다해 이야기를 따라간다. 한음 한음 그리고 작은 몸짓과 표정들이 한데 어우러져 그 오롯한 감정을 전달하고야 만다. 마치 노랫말을 듣는 것처럼.

"대중 가요는 노래를 하는 음악이고 악기를 위해 멜로디가 쓰인 게 아니라서 연주하기가 편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음표만 연주를 하면 의미가 없잖아요. 미디로 찍으나 연주를 하나 차이가 없으면 안되니까요. 점점 많은 고민과 해석이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악기를 연주할 때 자유가 생겼어요. 학생일 땐 어떤 곡은 어떻게 해야 하고 그런 게 있었는데 그 굴레에서 벗어난 거죠. 이제 클래식을 연주할 때도 지켜야 하는 선은 있지만 그 안에서 훨씬 해방감을 느끼게 된 거 같아요."

첼리스트 조윤경과 크리에이터 첼로댁은 첼로 소리의 매력을 친근하게 더 많이 알리기 위해 상호작용을 하면서 나아가고 있다. /배정한 기자

첼로댁은 대중 음악 커버를 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게 됐고 스스로도 예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나만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용기와 대범함이 생겼다"고 표현했다. 그만의 색깔에 구독자들만 매료된 게 아니다. 공연 업계에서도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올해 큰 공연들로 연이어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갑자기 큰 공연을 하게 된 건 아마 대중에게 제가 어필할 수 있다고 판단하시지 않았을까요.(웃음) 조윤경의 연주는 이미 많이 보셨을 거고 큰 공연에 설 수 있는 건 첼로댁 영향이 100%라고 생각해요. 연락이 올 때 처음부터 '첼로댁님~' 하시니까요. 채널 '첼로댁'은 저에게 단순한 유튜브 채널이 아니라 조윤경을 프로모션 하는 플랫폼이고 홈그라운드에요. 첼리스트 조윤경과 첼로댁 조윤경을의 발란스를 맞춰 가면서 첼로의 매력을 많이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커요."

오는 17일 개최하는 '히사이시 조 with 첼로댁'도 그 일환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든 애니메이션 음악을 담당하며 현존하는 최고의 영화 & 애니메이션 작곡가이자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히사이시 조의 음악들을 첼리스트 조윤경과 첼로댁의 연주로 만날 수 있는 공연이다. 부담스럽지 않게 클래식과 첼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자리다.

"오케스트라는 계속 나오고 게스트로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도 나오고 같이 연주도 하고 구성이 다양해요. 사람의 목소리를 닮은 첼로 소리와 오케스트라가 더해져 웅장해요.여기에 친근한 음악들이 있죠. 지브리 애니메이션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오셔야 해요. 또 롯데콘서트홀은 최근에 지어졌는데 크로스오버 느낌의 공연에 최적화됐어요. 원형으로 둘러싼 개방형 구조인데 공간이 주는 색다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많이 기대해 주세요."

특종에 강한 신개념 종합지 <더팩트>가 (사)밀레니엄 심포니오케스트라와 공동 주최하는 '히사이시 조 with 첼로댁'은 오는 17일 오후 8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앞으로도 그는 첼리스트 조윤경으로서 크리에이터 첼로댁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주체를 굳이 둘로 표현하는 건 상호작용을 하지만 다른 역할을 하는 존재기 때문이다. 첼리스트 조윤경이 연주를 하고 공연을 기획하면 크리에이터 첼로댁이 영상, 기획, 촬영, 편집을 하는 식이다. 광고 제작 의뢰도 들어오는데 조윤경이 음악을 만들어 연주하고 첼로댁이 영상을 완성해 넘기는 식이다. 그 두 주체가 추구하는 건 하나다. 바로 첼로 소리의 매력을 친근하게 더 많이 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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