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의 병역 이슈가 다시 등장했다.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소위가 '국위 선양 대중문화예술인의 예술체육요원 편입대상 포함'에 관한 병역법 개정안을 논의하면서다. BTS는 국내 가수 최초로 빌보드 메인 차트 '핫100'을 휩쓸었고, 미국의 3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히는 빌보드뮤직어워드, 아메리카뮤직어워드, 그래미어워즈에도 이름을 올렸다.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제고하는 등 기여가 큰 만큼 이를 바라보는 관심사도 뜨겁다. 다시 일고 있는 'BTS 병역 이슈',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더팩트>가 쟁점별로 3회에 걸쳐 하나씩 짚어본다. <편집자 주>
"명확한 기준 마련돼야" vs "인원 부족으로 축소 추세"...논란 지속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왈가왈부한다고 당장 바뀔 것은 없다. 이러나 저러나 방탄소년단(BTS)의 완전체 활동은 일단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방탄소년단은 올해 7월 문화체육관광부에 입영 연기 신청을 했고, 문체부 장관 추천서를 받아 병무청에 제출해 멤버 전원 1년간 입영 연기가 확정된 상태다. 그렇다고 병역법 개정 논의가 끝난 건 아니다.
일각에선 병역법 개정안 논의를 두고 'BTS를 위한 특혜'라며 형평성 문제를 거론한다. 그러나 대중음악계의 목소리는 방탄소년단에게 병역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 '대중음악예술인을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다. 세계 대중음악사에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방탄소년단을 계기로 병역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점화됐을 뿐이지 언제고 다뤄져야 할 문제다.
현행 병역법 시행령 예술 분야 병역특례 대상자는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수상자 △국악 등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의 국내예술대회 1위 수상자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분야에서 5년 이상 전수교육을 받고 자격을 취득한 자로 규정돼있다. 체육의 경우에는 △올림픽 동메달 이상 수상자 △아시아 경기대회 금메달 수상자 등에게 병역특례가 주어진다.
가장 최근의 논의는 지난달 25일 있었다.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국위를 선양한 대중문화예술인을 예술체육요원 편입대상에 포함하자'는 병역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결론은 나지 않았다. 찬반이 크게 갈렸고 향후 공청회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사실상 법안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예술체육요원은 자신의 분야에서 활동을 계속하면서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면 된다. 현 병역법에는 국위 선양과 문화 창달에 기여한 특기자는 군 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예술체육요원으로 가는 문이 클래식, 국악 등의 음악 분야와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스포츠에만 열려 있고 대중음악엔 닫혀 있다는 점이다.
'21세기 비틀즈'로 일컬어지는 BTS만큼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을 알린 그룹이 또 있을까? 형평성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먼저 짚어야 할 문제는 병역법 개정 논의의 대상이다.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박재민 국방차관은 "작년 말 병역법 개정을 통해 방탄소년단에 대한 활동 기간을 30세까지 입영 연기하는 것이 통과가 됐다. 이번에 또 개정해서 병역면제 특례로 간다면 특정인에 대해서 두 번의 특혜"라고 말했다.
박 차관의 말처럼 작년 말 개정된 병역법(병역법 시행령 제60조제1항·제2항)에 따라 훈·포상을 받은 대중문화예술인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추천을 받아 만 30세까지 입영을 연기할 수 있고 지난 6월부터 시행 중이다. 기존에는 만 29세까지 입영을 연기할 수 있었지만 1년 연장된 개정안에 따라 방탄소년단 맏형 진은 내년 12월까지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순수예술 분야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문제제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나 '특정인에 대한 두 번의 특혜'라는 발언은 본질에서 다소 벗어났다. 방탄소년단으로 인해 병역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긴 했지만, 이는 방탄소년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중음악이 다른 분야와 병역에서 공평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기인한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도 "한국의 대중음악인들은 국가 이미지 제고, 국위 선양에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어떤 분야와 비교해 부족함이 없는 성과를 내고 있다"며 "대중음악인의 예술체육요원 편입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국위 선양하는 대중음악인들이 목표와 자부심을 갖고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병역법 개정을 반대하는 이들은 특혜 기준 마련을 문제삼는다.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다. 성적의 기준을 만들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국악 등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의 국내예술대회 1위, 올림픽 동메달 이상 등 이미 타 분야에는 만들어 놓은 기준을 대중음악이라고 못 만들 이유는 없다.
병역법 개정을 반대하는 이들은 '인구 감소와 이에 따른 병력 부족으로 인해 예술체육요원 제도 자체를 축소하는 추세'라는 점을 꼽는다. 반면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예술체육요원 제도를 폐지하지 않고 유지하는 상황이라면 굳이 대중음악이라고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성일종 의원은 "대중예술에 대한 것은 왜 계속 눈치만 보고 넘어 가느냐. 예술 분야에 항목만 넣으면 된다"며 "대통령께서 유엔 가실 때 동행단으로 데리고 가서 UN에서 연설까지 한, 세계에서 최고로 알아주는 이런 ('2021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수상을 한 사람들이 이 혜택으로부터 배제된 것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여론을 수렴하고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건 모두가 동의한다. 다만 이미 수년 전부터 병역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지만 민감한 이슈을 처리하는 부담 때문에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악 예술대회에서 입상해 예술체육요원으로 대체 복무한 30대 H씨는 <더팩트>에 "방탄소년단은 분명 큰 성과를 냈고 완전한 면제가 아니라 예술체육요원으로 대체 복무는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조심스럽지만 예술 분야와 스포츠에는 있고 대중 문화에만 대체 복무가 없는 건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방탄소년단을 예로 볼 때 그 어떤 예술인도 하지 못할 만한 대단한 업적을 이뤘다. 또 전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줬다. 이 부분은 꼭 인정받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조심스러운 부분은 대중 문화계에 어떤 기준으로 대체 복무 혜택을 줄 것이냐다. 기준이 너무 높으면 형평성 문제, 또 너무 낮으면 악용의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분야를 불문하고 병역 혜택 자체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있다. 클라리넷을 전공한 30대 초반의 S씨는 "국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군혜택까지 받아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기존에 혜택을 적용하고 있는 동아콩쿠르 등 몇몇 대회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생각한다. 군혜택 자체가 형평성에 어긋나는 거 같다"고 밝혔다.
이어 "군악대, 홍보단 등 정규군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의 특기를 살릴 수 있는 형태가 존재한다. 예전에 비해 축소됐다고 하나 군 뮤지컬 등 많은 것을 하고 있다"며 "병역이 국민의 의무라면 그리고 대한민국 남성이 모두 차별받지 않고 이행해야 한다면 군 내에서 특기를 재능 기부하는 형태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군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경기 지역에서 직업 군인으로 3년간 근무하고 있는 24살의 J씨는 "방탄소년단은 혜택을 주는 게 맞는 것 같다. 대중 문화에만 혜택이 없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예술 스포츠보다 대중 문화가 세계적으로 경제적, 국가적 위상을 더 높여주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경기 지역에서 3년간 근무한 30살의 또 다른 직업 군인 S씨 역시 현재 병역법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국가를 빛낸 사람에 대한 보상은 공평하게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미 여러 차례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병역법 개정 논의는 이들의 의지와는 무관하다. 그럼에도 계속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방탄소년단의 업적이 그만큼 압도적이고 병역법이 뭔가 불공정하다고 많은 이들이 느끼기 때문이다. 이젠 논의에 그칠 것이 아니라 뭔가 바뀌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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