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아티스트' 발굴 등 본업 충실해야 '한류 경쟁력' 지속
[더팩트|강일홍 기자] 인도 매체 '타임즈 오브 인디아'는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최근 전세계 팬들에게 읽은 책들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매체는 RM이 추천한 한국 책으로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꼽았는데요. RM은 팬들 사이에 폭넓은 독서 취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책을 읽는 모습이 종종 촬영장 카메라에 포착되곤 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흥행을 이끌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풍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오징어 게임' 방영 이후 첫 2주 동안 신규 한국어 학습 신청자는 영국에서 76%, 미국에서 40% 증가했는데요. 지난 10여년간 해외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 수는 100배 이상 늘었습니다. 해외 유력 매체들은 한국어가 힌디어 다음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합니다.
◆ '빌보드 석권' K팝-'아카데미 역사' 바꾼 K무비, '노력의 결정체'
바로 한류가 만들고 있는 글로벌 영향력인데요. 로이터는 "아시아 경제 대국인 한국이 BTS의 활약과 영화 '기생충' '미나리'의 오스카 수상 등에 힘입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OED) 최신판에 '한류' '갈비' '김밥' '누나' '언니' '트로트' '대박' 등 한국 문화를 뜻하는 26개의 단어가 새로 추가된 것만으로 입증되는 대목입니다.
전 세계에서 물결치고 있는 '한류'의 위상은 이제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됐는데요. K팝이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고 세계 팝 시장을 휘어잡는 동안 K무비는 아카데미 92년 역사를 바꿨습니다. 물론 하루 아침에 뚝 떨어진 게 아닙니다. 해외 콘텐츠와의 경쟁에서 독자생존하기 위해 오랜기간 실패를 거듭하며 일궈낸 것인데요. 정부나 외부 지원이 아닌 자발적 땀과 노력의 결정체란 점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 한류 '본질', 경쟁력 있는 아티스트 발굴 및 글로벌 콘텐츠 확보
국내 엔터산업도 덩치를 키우고 생존 경쟁력을 확보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는데요. BTS 블랙핑크 NCT 트와이스 등 세계적인 빅스타 아이돌 팀들을 보유한 기획사들은 거대 자본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가수 또는 프로듀서 출신의 일부 오너 중에는 수천억에서 조 단위의 자산가도 생겼습니다. 한류 개화(開花)의 초석을 만든 당사자들이라는 점에서 물론 충분히 보상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한류를 빛낸 자랑스러운 주인공들에게 격려의 박수가 쏟아지는 건 당연합니다. 다만 한편으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래 먹거리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부 프로젝트는 자칫 '자본력 횡포'로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류의 '본질'은 경쟁력 있는 아티스트와 콘텐츠의 발굴 및 확산입니다. 행여 '돈 되는 사업'에만 골몰한 나머지 본질에서 벗어나 엔터산업의 건전한 상생 의지를 꺾지 않을까 염려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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