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판스타' 공연제작자 박권택, "국악 대중화에 인생 걸었다"

국내 첫 국악전문 기획사를 설립한 박권택 메가기획 대표는 기존 대중스타 중심 매니지먼트 엔터테인먼트사들과 달리 소속 아티스트 전원 국악인으로 구성했다. /강일홍 기자

국내 첫 국악전문 엔터테인먼트사 '메가기획' 설립

[더팩트|강일홍 기자] "BTS 등 K팝 뮤지션들의 활약에서부터 영화 '기생충' '미나리', 드라마 '오징어 게임'까지 세계인들은 K 한류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랩부터 트로트까지 수많은 실험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이 각광을 받았죠. 저는 마지막으로 남은 국악 장르에 인생을 걸었습니다. 국악 대중화를 통해 세계속의 또 다른 K 콘텐츠로 키워낼 자신이 있습니다."

박권택 메가기획 대표는 국내 첫 국악전문 엔터테인먼트사를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그는 체계화된 전문 매니지먼트를 도입하면서 소속 아티스트 전원 국악인으로 구성, 기존의 가수 배우 방송인(MC+전문 아나운서) 중심의 기획사들과 확실한 차별화를 뒀다.

그는 '우리의 소리를 세계로'라는 슬로건을 걸고 방송과 공연계에 국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자신만의 역량을 확인시켰다. 박 대표는 올 하반기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MBN 신개념 퓨전 국악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 '조선 판스타'의 제작자(투자자)로도 참여했다.

그가 방송 사상 처음으로 국악 오디션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숨은 국악 고수들을 발굴해 이들과 함께 전 세계가 감동하는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단 한가지 이유 때문이다. 박 대표는 또 "누군가는 반드시 이 작업을 해야한다면 제가 바로 적임자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그는 남들이 거들떠 보지 않던 장르에 과감히 투자자로 나서 공연 판권을 확보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까지 전혀 다른 분야에서 각광을 받던 인물이다. 지난 주말 서울 강남구 잠원동 메가기획 사무실에서 그를 만난 필자는 건실한 건설사업가에서 엔터사 매니저로, 그것도 국악이라는 전혀 다른 분야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어떤 이유로 돌연 대중적 소외 장르에 깊이 빠져들었을까.

메가기획 박권택 대표가 국악전문 기획사를 설립하며 내세운 기치는 전통의 대중화가 곧 세계화다. 그는 이 세 가지 키워드에 자신의 소신을 함축시켰다. /메가기획 제공

-처음 뛰어들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어떻게 국악전문 기획사를 설립하게 됐나.

사실, 제가 국악인은 아닙니다만 국악을 사랑할 이유는 충분히 있었죠. 아내가 바로 국악인 전영랑이에요. 아시다시피 일반가요나 트로트에 비하면 국악은 소외된 장르잖아요. 어려운 여건과 환경속에서도 국악인으로 묵묵히 대중과 소통하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서 늘 마음이 쓰였어요. 사랑하는 아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아예 뛰어들게 된 셈이죠.

박 대표의 아내 전영랑은 중요무형문화재 경기민요 이수자로 2015년 제21회 경기국악제 민요명창부 대통령상과 2019년 KBS국악대상 민요상을 수상한 실력파다. 국악 음반 '격'을 발표한 뒤 대중 국악인으로 활동했고, 가수 송대관과 콜라보 작업으로 선보인 '약손'(2017년)은 트로트 가수 정다경이 '미스트롯'에서 불러 역주행 신화를 쓰기도 했다.

-국내 첫 국악전문 엔터테인먼트사로 출발했는데, 어떤 소신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동안 아내가 추구하는 음악이 단지 국악에만 국한되지 않았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국악 대중화의 일환으로 재즈와 민요를 크로스오버한 전영랑의 첫번째 무대 'Fly in 날아들다'를 도와주면서 확신을 가졌죠. 국악이 순수예술인 건 맞지만 대중 속에 호흡하지 않으면 폭넓은 공감대를 이루기 어렵잖아요. 힘든 작업이지만 체계적이고 시스템화된 매니지먼트를 통해 충분히 현실로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국악전문 기획사를 설립하며 그가 내세운 기치는 '전통의 대중화가 곧 세계화'다. '전통'과 '대중화' '세계화'라는 3가지 키워드에 자신의 소신을 오롯이 함축시켰다. 한국의 전통 문화와 음악을 전 세계에 널리 소개하고, 전통 국악예술인들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의 소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콘텐츠를 만들고 확산시킨다는 포부다.

아내가 국악인 전영랑이에요. 박 대표의 아내 전영랑은 중요무형문화재 경기민요 이수자로 2015년 제21회 경기국악제 민요명창부 대통령상과 2019년 KBS국악대상 민요상을 수상한 실력파다. /강일홍 기자

-MBN을 통해 첫선을 보인 국악 오디션 프로그램에 직접 관여했다고 들었다.

네, '전통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한 저의 첫번째 발걸음이 바로 '조선판스타'입니다. 처음엔 다들 무모하다고 말렸지만 저는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고 봤습니다. 가요나 트로트같은 대중적 아이템은 아니지만 대신 신선한 소재라고 판단한 거죠. 기획안을 받아보고 별다른 고민도 하지 않았습니다. 투자를 결심하는데도 주저하지 않았어요. 우려반 기대반 속에 평균 시청률 3%대를 유지해 나름 절반의 성공은 했다고 자부합니다.

'조선판스타'는 첫 국악 오디션프로그램으로 지난 8월14일 첫 방송됐다. 1회 2%대로 출발한 뒤 2회부터 꾸준히 3~4%대(최고 시청률 4.661%, 닐슨코리아 기준)를 유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여타 장르의 오디션처럼 기대한 만큼 폭발력은 없었지만 흥행에는 소기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방송 전문가들조차도 "주변부에 맴돌았던 국악 장르가 대중적 관심사로 떠오르게 된 의미있는 프로그램이었다"고 자평한 바 있다.

-국악오디션 프로그램은 MBN에 이어 JTBC를 통해서도 방영되고 있는데.

혹자들은 모처럼 등장한 국악 오디션이 2개 채널에서 동시에 방영되는 바람에 희소성이 감소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비슷한 시기에 동시 방영된 것은 시청률 면에서 다소 불리하게 작용했을 수는 있겠지만, 국악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키우는데는 오히려 시너지를 키웠다고 봐요. 시청률로 따질 수 없는 그 이상의 효과를 냈다고 생각해요.

JTBC의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은 지난 9월28일부터 방영 중이다. 본격 국악 퓨전이란 기치를 내걸고 부분적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애초 뿌리가 같은 기획이란 점에서보면 '조선판스타'와 큰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조선판스타'에 올인한 박 대표는 오히려 최초 국악 오디션이란 상징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는 국악을 기반으로 각계각층 소리꾼들이 모여 K-팝과 '크로스오버' 형태의 새로운 장르를 도출하는데 일조했다는 점, 이를 기반으로 향후 국악 대중화를 이끌 탄탄한 동력을 마련했다는 데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다.

박권택 대표는 12월 9일과 10일 이틀간 여수에서 열리는 제1회 한-태평양SDG 포럼, 월드뮤직 페스티벌 in 여수에서 한국과 태평양 지역 국가 전통음악(음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조선판스타 퍼포먼스를 이끈다. /강일홍 기자

-국악 대중화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시다시피 의욕과 열정만 앞세고 투자가 병행되지 않으면 헛구호로 끝날 수 있어요. 신진 국악인들의 공연활동 지원 등 수익 창출을 위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 전통을 잘 계승하고 유지하면서 대중이 좋아할 변형된 새로운 국악장르로 발전시키려고 해요. 이를 위해 발라드부터 힙합, 댄스, 락까지 실력파 뮤지션들과 협업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국악 뉴페이스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면 더없는 보람이겠죠.

그가 이끌고 있는 국악 전문 매니지먼트사 메가기획에는 현재 정초롱을 비롯해 김하은 김산옥 윤예원 김란이, 퀸, 경성구락부 등 20여명의 개인 또는 팀이 소속돼 있다.서울 강남구 잠원동에 있는 3층짜리 사옥은 사무공간 외에도 음악 전용 녹음실과 연습실(퍼포먼스/보컬) 및 스튜디오 등을 갖춘 국악인들의 산실로 거듭났다.

-세계화를 위한 여러가지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

네, 태평양 지역 작은 도서국가들과 동남아 아세안 지역 국가들이 함께 하는 전통 문화행사를 다음달 여수에서 갖습니다. 우리와 태평양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이들 나라들은 경제 규모는 작아도 뛰어난 문화 유산을 갖고 있죠. 이 행사에서 '조선판스타' 출연 아티스트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태평양 홍보대사 쇼케이스와 공연 퍼포먼스를 펼치게 됩니다. 참가국들의 산업과 경제, 환경, 문화 등을 교류하는 첫 발을 내딛는 자리에 '전통 음악'의 공감대라는 의미있는 씨앗을 뿌리는거죠.

박권택 대표는 12월 9일과 10일 이틀간 여수에서 열리는 '제1회 한-태평양SDG 포럼, 월드뮤직 페스티벌 in 여수'에서 한국과 태평양 지역 국가 전통음악(음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조선판스타' 퍼포먼스를 이끈다. 페스티벌에는 태평양 14개국(나우루 공화국 니우에 마셜제도 통가 투발루 파푸아뉴기니 팔라우 피지 사모아 등)과 메콩 5개국(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 등 총 21개국이 참여한다. 올해 여수를 시작으로 향후 서울과 부산, 그리고 참가 국가를 방문해 각국의 '전통 문화유산'을 잇는 음악적 교류를 이어갈 계획이다.

eel@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