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조영남 노래, 실력 인정받은 '갓 신인' 이용에게 '행운'
[더팩트|강일홍 기자] 이용은 '10월의 남자'다. 가을에 센치해지는 남자들은 그의 노래 '잊혀진 계절'을 들으며 위로받는다. 이용이 매년 10월만 되면 움츠렸던 공작이 날개 펴듯 온몸을 한껏 부풀리는 이유다.
'잊혀진 계절' 발표 40주년을 맞는 올해는 더 특별한 '10월의 밤'을 맞는다. 이용은 오는 30일 오후 8시 생애 처음으로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라 7080 세대의 추억을 소환해줄 특별 음악회 '예술의전당 스페셜데이시리즈 콘서트-10월의 마지막 밤'을 갖는다.
이용은 고음부터 중저음까지 폭넓은 음역대를 구사하는 가수로 정평이 나 있다. 모처럼 이용의 모든 것을 만끽할 기회다. 음악회는 가을에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을 포함해 추억의 영화음악과 피아노 팝스 명곡, 가요 등을 클래식 버전으로 편곡한 풀 편성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진행된다.
성악에 뜻을 품고도 집안 사정으로 꿈을 접어야 했던 이용은 클래식 음악 전용 홀인 콘서트홀에서 60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자신의 주옥같은 히트곡들과 2004년 개봉한 영화 '모딜리아니' 수록곡 'Liberta'에 한국어 가사를 붙인 신곡 '자유여'를 선보인다.
"올해가 '잊혀진 계절'을 녹음한 지 꼭 40년이 됐어요. 해마다 이 시기가 되면 저는 정신없이 바빠집니다. 여기저기 인터뷰가 쇄도하곤 해요. 올해도 YTN과 MBN 등 뉴스 프로그램까지 출연섭외가 들어왔어요. 1년치 요청이 한꺼번에 쏟아지니 소화하기가 힘들죠. 그래도 싫지는 않습니다."
이용은 대학 복학생이던 81년 젊은이축제인 '국풍81'에 나가 '바람이려오'로 금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그의 폭발적인 가창력은 가요 관계자들도 놀랐을 정도다. 지구레코드사에 영입돼 새로 발표한 '잊혀진 계절'은 막 뜨고 있던 '바람이려오' 열기를 묻어버릴만큼 거셌다.
"잘 아시겠지만 당시 여의도 광장 무대에서 펼쳐진 '국풍'은 마치 대규모 캠페인 열기같았어요. 입상자들의 노래는 TV와 라디오에 수시로 소개됐고요. 그런데 취입 후 방송에 겨우 1~2번 소개됐을까 말까한 '잊혀진 계절'이 '바람이려오' 보다 더 크게 부상하더라고요."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를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 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이용의 '잊혀진 계절' 1절)
이용이 불러 그의 영원한 인생곡이 된 '잊혀진 계절'은 원래 조영남 곡이었다. 같은 지구레코드사 소속이었던 조영남이 녹음까지 마친 데다, 이용 역시 다른 곡으로 독집 앨범을 거의 완성해둔 상태였다. 당시 갓 신인이었던 그가 어떻게 조영남 곡을 가로챘을까.
"바로 옆방에서 '잊혀진 계절'을 녹음하는 걸 신기하게 바라보곤 했어요. 하늘같은 선배라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죠. 어느날 소속사 사장님이 '니가 고음까지 소화를 잘하니 이걸 다시 부르라'고 해요. 알고보니 조영남 선배의 전속이 그무렵 깨졌더라고요. 그 바람에 저한테 행운이 돌아온거죠."
이용이 다시 부른 '잊혀진 계절'은 가요관계자들로부터 조영남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들었다고 한다. 이용은 당초 '가시와 장미'라는 타이틀 곡을 준비해둔 참이었다. 이미 자켓 음반까지 완성된 상황에서 부랴부랴 '잊혀진 계절'을 타이틀로 새로운 음반이 탄생됐다.
'바람이려오'와 함께 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잊혀진 계절'은 동명의 영화가 제작돼 이용이 이혜숙과 직접 주인공으로 출연할 만큼 화제를 모았다. 최근 종영한 '사랑의 콜센타'(69회)에서도 원곡 가수가 부른 '가장 인상 깊은 노래'로 각인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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