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이른바 K-콘텐츠가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세계인의 환호를 이끌어 내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이 한류 콘텐츠의 대표 아이콘으로 우뚝 선 가운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신한류 콘텐츠가 세계 시장의 자본을 움직이고 있다. 아이돌 그룹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까지 다각화 된 한류 콘텐츠 산업은 국내는 물론 해외 주식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더팩트>는 세계화된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면의 비즈니스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엔터Biz'를 통해 집중분석한다. <편집자 주>
'고점일까 아닐까'…마(魔)의 5만 원 선 넘길지도 관심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올해 하반기 드라마 최대 기대작 '지리산'의 제작사 에이스토리가 첫 방송을 앞두고 연예계 뿐만 아니라 자본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뚜껑을 열기 직전이 고점이라는 이야기와 300억 원이 투입된 대작인 만큼 주가가 더욱 오를 것이라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에이스토리는 주당 4만6550원에 거래됐다. 전일 대비 1650원(-3.42%) 내렸으나, 한 번도 4만 원 선을 넘지 못한 지난 달과 비교하면 여전히 기대감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에이스토리는 음악PD 출신인 이상백 대표이사가 지난 2004년 방송프로그램 제작을 목적으로 설립한 콘텐츠 제작사다. 국내외 방송사 및 OTT플랫폼에 공급된 다양한 드라마를 제작해 왔으나 대중에게는 2019년 전 세계를 'K좀비' 열풍으로 몰았던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의 제작사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킹덤' 시즌1, 시즌2의 연이은 성공은 에이스토리의 코스닥 상장(2019년 7월)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자본 시장에서는 지난해 12월 급등주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상장 후 단 한번도 넘지 못했던 주당 2만 원 선에 형성된 주가 그래프가 단숨에 3만 원대 후반까지 급등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당시 에이스토리가 CJ ENM에서 예능국 총괄 CP를 지내며 'SNL코리아' '인생술집' 등을 연출한 안상휘CP와 오원택PD를 영입하고, 김은희 작가의 신작 '지리산'의 제작 소식이 알려지면서 기대 수요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한 번 오른 기세는 올해도 꾸준하게 이어져 왔다. 2021년 기준 최고가는 주당 5만4000원(3월)이었으며 최저가도 3만 원(8월)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서 꾸준한 투자 수요를 유지했다. 2분기에는 전년 대비 흑자전환(영업이익 약 44억 원)마저 이뤄내면서 재무제표도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최근 흐름은 심상치 않다. 기대작 방영을 코앞에 뒀지만 최근 일주일 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등 불안 요소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일례로 이달 7일까지 4만5100원이던 에이스토리 주가는 일주일 여 뒤인 13일 3만9650원 대로 급락한 게 대표적이다. 13일은 드라마 '지리산'의 제작발표회가 열린 날이다.
일각에서는 13일이 '지리산'에 대한 대내외적 이슈가 집중된 날이었기 때문에, 그간 에이스토리 투자자 중 현 시점을 고점이라 판단한 일부 투자자들이 단기 차익실현을 위해 매도를 단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올해 에이스토리가 가장 낮은 주가를 기록했던 8월 역시 에이스토리판 'SNL코리아'가 공개되기 직전이었다.
또한 에이스토리가 최근 생각하지도 못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수혜를 입은 콘텐츠주라는 점도 공교롭게도 불안 요소로 풀이된다. 에이스토리는 28일 째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첫 공개일(9월 17일) 이후 일제히 주가가 뛰어 올랐던 쇼박스, 스튜디오드래곤, NEW, 스튜디오산타크로스 등 국내 콘텐츠주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종목 중 하나다.
'지리산'이 방영되는 플랫폼도 다소 우려의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지리산'은 tvN 15주년 특별 기획으로 방영될 예정이나 최근 tvN 드라마 시청률은 분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간 '드라마 명가'로 불렸던 tvN은 최근 케이블 및 종편 드라마의 부진과 OTT플랫폼의 강세 속에도 매 분기 다양한 작품을 방영하고 있으나, '빈센조' '슬기로운 의사생활' '갯마을 차차차' 정도를 제외하면 올해 두 자릿수를 넘긴 작품을 찾기 어렵다.
결국 콘텐츠의 성공 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지표는 시청률과 화제성이다. '지리산'에 대한 시장 기대치는 1년 전부터 반영됐기 때문에 다소 높은 성적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시장 마지노선을 방어할 기대치를 증명하려면 두 자릿수 시청률을 물론, '사랑의 불시착'(2019) '도깨비'(2016) 수준의 20%대 시청률이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한 에이스토리는 '지리산' 이후 대형 텐트폴이 될 드라마 '빅마우스'(이하 가제)와 '무당' 등 제작을 앞두고 있다. '빅마우스'는 이종석과 임윤아가 부부로 호흡을 맞출 예정이며, '무당'은 글로벌 OTT 플랫폼 방영을 목표로 시즌제로 기획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에이스토리가 '지리산' 방영권을 국내와 해외에 판매하면서 제작비를 일부 회수했기 때문에 향후 새로운 작품을 제작할 여건은 갖춰졌지만 선두타자인 '지리산'의 흥행이 필수 전제다.
무기는 날카롭다. '킹덤' 성공을 합작한 김은희 작가와 배우 주지훈은 물론, 4년 9개월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흥행 보증수표 전지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연출한 이응복 PD, 최고의 조연 배우들로 꼽히는 오정세 성동일 조한철 전석호 주민경 고민시 등이 확 트인 풍경 속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연출하고 열연할 준비를 마쳤다. 월드스타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도 '지리산' OST에 참여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지리산'은 23일 오후 9시 첫 방송 예정이다.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