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곡㊴] 태진아 '옥경이', 가수인생 바꾼 '성공' 밑거름

태진아가 부르는 노래는 대체로 쉽고 편안하면서도 대중의 정서에 맞추는 쪽에 녹아있다. 그는 한때 트로트 4대천왕(일명 4인방)을 주도하며 트로트계 좌장 역할을 했다. /이새롬 기자

데뷔 16년만에 첫 히트곡, 아내 이옥형 씨가 모티브

[더팩트|강일홍 기자] '대중 가수는 음악적 깊이도 중요하지만 대중과 호흡하고 교감하는 일이 먼저다.' 가수 태진아는 단순 명쾌하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대체로 쉽고 편안하면서도 대중의 정서에 맞추는 쪽에 녹아있다.

데뷔 이후 '옥경이' '사모곡' '사랑은 아무나 하나' '동반자' '거울도 안보는 여자' '미안 미안해' '노란 손수건' 등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켰고, 한때 트로트 4대천왕(일명 '4인방', 현철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을 주도하며 트로트계 좌장 역할을 했다.

그는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생계를 위해 구두닦이, 중국집 배달원, 식당 종업원 등 고난한 삶을 살아야 했다. 1967년 영화 단역배우로 잠깐 출연한 뒤 72년 작곡가 서승일의 권유로 '내 마음 급행열차'를 발표하며 가수로 데뷔한다.

73년 발표한 '추억의 푸른 언덕'이 이듬해 'MBC 10대 가수 가요제' 등에서 인기상을 받으며 반짝 반응을 내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 발표한 '못잊을 건 정' '잊지는 못할거야' '보내는 마음' 등이 이렇다할 호응을 얻지 못하자 결국 미국 이민을 결행한다.

4년간의 미국 이민생활은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처절했다. 당시 유일한 버팀목은 남진의 소개로 만난 지금의 아내 이옥형 씨다. 국내 복귀 후 89년 '옥경이'의 대박 히트는 '가수 태진아'의 존재감을 드러낸 '희망의 끈'이 됐다.

아내 이옥형 씨를 모티브로 부른 옥경이는 태진아 데뷔 이후 16년만에 처음 히트한 노래다. 옥경이가 인기를 얻으면서 그는 엄지춤을 옆으로 추는 행상춤 일명 옥경이 춤을 선보였다. /더팩트 DB

아내 이옥형 씨를 모티브로 발표한 '옥경이'(임종수 작곡, 조운파가 작사)는 태진아의 가수 인생을 바꿔놓은 일생일대 인생곡이 됐다. 원래 '고향여자'란 제목으로 나훈아가 녹음을 마친 뒤 미발표 곡 상태에서 태진아가 일부 가사를 바꿔 불렀다.

'희미한 불빛 아래 마주 앉은 당신은/ 언젠가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인데/ 고향을 물어보고 이름을 물어봐도/ 잃어버린 이야긴가 대답하지 않네요/ 바라보는 눈길이 젖어 있구나/ 너도 나도 모르게 흘러간 세월아/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았는지/ 물어도 대답없이 고개 숙인 옥경이'(태진아의 '옥경이' 1절)

'옥경이'는 태진아 데뷔 이후 16년만에 처음 히트한 노래다. 옥경이가 인기를 얻으면서 그는 엄지춤을 옆으로 추는 '행상춤' 일명 '옥경이 춤'을 선보였다. 하루에 15곳 이상 행사를 뛰고, 앨범 판매량 150만 장을 달성하는 초유의 기록을 세운다.

이를 기점으로 '거울도 안보는 여자'(90년), '미안 미안해'(91년), '노란 손수건'(92년), '사모곡'(93년) 등 부르는 곡마다 히트하는 최정상 가수로 발돋움한다. 2000년에 발표한 '사랑은 아무나 하나'는 트로트 곡 사상 처음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옥경이'가 그의 인생곡이라면, 대표곡인 '사모곡' '사랑은 아무나 하나' '동반자'는 태진아의 이름으로 살아온 50년 가수 인생이 고스란히 스며든 곡이다. 태진아는 '사모곡' 탄생에 대해 "어머니에 대한 회한이 가슴에 맺혀 있는 곡"이라고 회상했다.

"어머니는 제가 미국에 간 지 3개월만에 돌아가셨는데 절망스런 상황이었죠. 어머니 생전에 우리 7남매를 데리고 불고기 집에 가보는 것, 아버지와 손잡고 제주 여행 가보는 것, 칠보쌍가락지 한번 끼워보는 것 등 세 가지 소원이 있었어요. 그런데 한 가지도 못 이루고 돌아가셨거든요."

'사랑은 아무나 하나'는 2001년 데뷔 30주년 기념앨범으로 발표됐다. 당시 20만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며 그해 서울가요대상에서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공전의 히트곡으로 남은 '동반자'는 아들 이루가 작사하고 태진아가 작곡했다.

'동반자' 역시 아내 이옥형 씨를 모티브 삼아, '제2의 옥경이 곡'으로 탄생했다. 원래 80년에 발표한 그룹 이쁜이들의 '당신은 새'가 원곡으로 부자(태진아+이루)가 공동 작업한 작품이란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엄지를 앞으로 내미는 춤이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했다.

태진아는 최근 방송된 TV조선 '퍼펙트 라이프'에 출연해 "너무 예뻐서 누가 데려갈까 봐, 길을 걷거나 외식할 때도 둘이 손잡고 다닌다"며 아내에 대한 애틋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의 예명 '태진아'는 데뷔 당시 인기스타 태현실의 '태', 남진의 '진', 나훈아의 '아'를 한 글자씩 따서 지었다.

eel@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