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새 앨범 'Temptation' 발표, 다이내믹 요정들의 음산한 이야기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촘촘하게 설계한 방대한 세계관 그리고 이를 표현한 다이내믹한 음악과 빈틈 없는 퍼포먼스까지. 걸그룹 픽시(PIXY)는 데뷔 싱글과 두 장의 앨범으로 본인들의 색깔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있다. 데뷔한 지 불과 8개월이 지났을 뿐이지만 수많은 신인들 속에서 픽시의 가능성을 엿보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픽시는 지난 2월 데뷔곡 '날개(Wings)'로 'Fairy Forest(페어리 포레스트)'의 첫 장을 열었고 잃어버린 날개를 찾기 위한 요정들의 여정을 시작했다. 이어 첫 앨범 'Bravery(브레이버리)'에서 마녀의 유혹과 서로를 의심하는 요정들로 이야기를 확장, 세계관의 토대를 선과 악으로 분리했고 '요정'이라는 단어가 주는 천편일률적인 이미지를 깨부쉈다.
그리고 픽시는 지난 7일 발표한 새 앨범 'Temptation(템테이션)'을 통해 요정들에 밀려 절벽에서 떨어진 디아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죄책감에 시달리며 디아의 발자국을 따라 숲의 끝자락에 선 요정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향해 문을 열었고 이에 따라 픽시의 음악과 퍼포먼스도 더 다이내믹해졌다.
픽시의 새 앨범 'Temptation'은 타이틀곡 '중독(Addicted)'을 비롯해 수록곡인 'Bewitched(비위치드)', 'Moonlight(문라이트)', 팬덤 윈시(WINXY)를 향한 감사의 노래 'Still With Me(스틸 위드 미)'(To Winxy) 등 총 9개의 다채로운 트랙으로 구성됐다. 각 곡의 영어 버전도 수록됐는데 해외 팬들을 향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타이틀곡 '중독(Addicted)'은 트랩 비트의 힙합 음악이자 챕터의 마지막을 강렬하게 장식하는 곡이다. 마녀에게 중독되어가는 픽시의 감정을 담아냈고 '날개(WINGS)'에서 느꼈던 전율을 한층 더 증폭시킨 강렬한 퍼포먼스 곡이다. 중독성 강한 테마와 강렬한 랩, 심장 소리와 같은 비트가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몰입도를 높인다.
픽시는 맑고 청량한 보컬과 몽환적이면서 스산한 보컬로 유혹에 흔들리는 요정들의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샛별의 허스키한 랩과 로라의 묵직한 중저음 랩으로 다이내믹함을 더했다. 노래 그 자체만으로도 한 편의 이야기를 전하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뮤직비디오까지 보면 그 색채를 더 짙게 느낄 수 있다.
첫 챕터에 담긴 다크하고 음산한 요정들의 이야기는 픽시를 차별화하는 요소다. 이를 위해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애니메이션 형식의 스토리 영상을 공개하고 앨범에는 동화책 형식의 책자를 넣었다. 노래와 뮤직비디오 그리고 애니메이션 영상과 책자까지 한데 어우러져 픽시의 세계관을 팬들에게 전달한다.
픽시를 차별화하는 또 다른 중요 요소는 퍼포먼스다. 격한 안무는 걸그룹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운 파워와 에너지가 느껴지고 세계관을 표현하는 동작들은 몰입감을 더한다. 멤버 엘라가 멤버들의 사이로 빨려 들어가는 곡의 엔딩 퍼포먼스로 죄책감에 시달리다 숲의 끝자락에서 문을 여는 요정들을 표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7일 진행한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멤버 디아는 "우리 퍼포먼스가 힘을 정말 많이 필요로 한다. 어머니가 영양제를 많이 챙겨주셨는데 예전엔 필요성을 못 느꼈다. 활동을 하다 보니 지금은 필요성을 알게 돼서 챙겨 먹고 있다. 운동도 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무대를 보면 그 말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날개를 표현하는 듯한 아이메이크업 등 비주얼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써 세계관을 촘촘하게 완성했고 그런 조화로움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다크 판타지 콘셉트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만든다. "'픽시는 이런 아이들이구나', '음악을 진정으로 생각하고 전달하는 그룹이구나'라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픽시의 의도는 적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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