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미니 앨범 'Observe' 발표, 일상의 고민과 생각 담아
[더팩트 | 정병근 기자] 듣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목소리가 있다. 그런 목소리로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을 노래한다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가수 백아연이 그렇다. 굳이 다이내믹하려 애쓰지 않는 유려한 보컬과 애써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노랫말은 누구나의 평범한 오늘 그 자체를 담아낸다. 평범한 일상도 백아연을 만나면 특별해진다.
백아연은 저음부터 고음까지 극적으로 곡을 이끌어갈 충분한 가창력을 갖췄음에도 결코 무리하지 않는다. 어퍼컷을 휘두를 생각도 없이 그저 덤덤하게 툭툭 잽을 날린다. 무심코 듣다 보면 공감이 누적되고 끝내 그의 노래에 녹다운 되고 만다. 그게 백아연이 가진 힘이고 그의 노래들에 늘 '현실 공감'이라는 말이 뒤따르는 이유다.
지난 7일 발표한 5번째 미니 앨범 'Observe(옵저브)'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상적인 고민과 생각들을 담은 앨범이다. 백아연은 "다 듣고 나면 '백아연의 일기장'을 엿본 것 같은 느낌을 받으실 것"이라고 말했지만, 비단 그의 것만이 아니라 '나의 일기장'을 보는 것 같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앨범은 타이틀곡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어떡해'를 비롯해 '외로WAR', '삐뚤어질래', '그래서 요즘 생각이 많아', '환상',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어떡해'(Inst.)까지 총 6곡이 수록됐다.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어떡해'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면 바쁘고 고된 일상에 지쳐 충전이 필요해 선택적 집순이, 집돌이를 자처한 적 있다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백아연 표' 공감형 미디엄 템포곡이다. 백아연의 재지한 창법이 곡의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백아연은 "요즘 많이 들려오는 단어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 '번아웃' 혹은 '슬럼프'에 빠지신 분들이 들으면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라는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어떡해'는 '얼마나 치열했는지. 어떤 걸 고민했는지. 뭘 얻고 뭘 포기했는지. 또 어떤 사랑했는지. 나도 날 잘 모르는데 무슨 말을 할 건데. 내버려 둬 날 그냥' 등 일상에서 누구나 하는 푸념이 주를 이루지만 그 안에 '저 구름 없는 하늘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게 날 돕는 거라고'처럼 재미있는 비유와 표현들이 공존한다.
그래서 이 곡은 단순히 일기장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소소한 재미를 준다. 크게 한 번 웃고 끝나는 것이 아닌, 잔잔하게 퍼져 오래 머무르는 미소 같은 재미다.
2015년 5월 발표한 첫 자작곡 '이럴거면 그러지말지'에서 '궁금해서 잠이 안 와. 그때 왜 그랬어. 구차해도 묻고 싶어. 그때 난 뭐였어/이럴 거면 바래다주었던 그날 밤 넌 나를 안아주지 말았어야지'라고 토로했던 현실 공감 화법과 편안한 보컬은 '쏘쏘', '썸 타긴 뭘 타'를 지나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어떡해'에 이르면서 백아연만의 확실한 색깔이 됐다.
백아연은 "삶과 음악 둘 다 어렸을 때 해보지 않은 경험은 피하게 됐는데 지금은 새롭게 받아들일 줄도 알게 돼서 10년이라는 시간이 허투루 지나가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 변곡점은 '이럴거면 그러지말지'가 역주행 하기 시작할 때부터다. 저를 알릴 수 있게 돼서 더 많은 분들이 새 앨범을 발매 할 때마다 찾아 들어주시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2012년 SBS 'K팝스타 시즌1'에 출연한 뒤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부터 가수 활동 그리고 20대의 대부분을 보낸 백아연은 2019년 12월 이든엔터테인먼트에 새 둥지를 틀었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고 있다.
백아연은 "앨범 활동, 라디오 고정 게스트, OST 발매, 유튜브 활동까지 생각보다 바쁘게 보냈다. 새 둥지에서의 첫 싱글 앨범은 적응하느라 정신 없었지만 지금은 여유가 많이 생긴 덕분인지 언제나 저와 함께하는 회사 식구들과도 재미있게 일하며 앨범 한 장을 내는데 더 많은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돌아봤다.
또 "8년여 만의 피지컬 앨범이라 이번 미니 5집은 데뷔 앨범만큼이나 저에게 소중한 앨범으로 남을 것 같다. 발매 결정이 되기 전까지는 이제 피지컬 앨범은 더 이상 발매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만들게 돼서 준비하는 동안 정말 즐거웠다. 팬들에게도 저 스스로한테도 선물 같은 앨범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kafka@tf.co.kr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