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와 '유명세'의 시작, 철저한 자기 검열 필요한 때
[더팩트|원세나 기자] 개그맨 신기루(본명 김현정)에 빛이 찾아 들었다. 이제 그에게는 밝은 세상으로 나갈 준비가 필요하다.
신기루가 지난 28일 방송된 MBC '놀면 뭐하니?' JMT특집에 출연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날 유재석 본부장은 JMT에 필요한 인재를 찾기 위한 세 번째 면접을 진행했고, 신기루는 지원자로 나서 유 본부장을 만났다.
최근 동료 개그맨 이용진의 유튜브 채널 '터키즈 온 더 블럭'을 통해 솔직하고 거침없는 입담으로 대중의 눈길을 끌고 있는 신기루는 이날 방송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개그감을 뽐내며 유 본부장을 '들었다 놨다' 했다.
먼저 "아침엔 가볍게 베이컨 김치볶음밥을 먹었다"던가 "아침 아메리카노는 시럽 4스푼을 넣어야 한다"는 등 예상치 못한 발언으로 당황스러운(?) 웃음을 안긴 그는 고정으로 출연하던 건강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에피소드를 유머로 풀어내는가 하면 남편과 일상이나 자신의 일과를 있는 그대로 여과 없이 표현하며 큰 웃음을 선사했다.
또한 자신을 '비만계 유일무이한 고양이상'이라고 소개한 신기루는 면접 내내 '귀염상'의 외모와는 사뭇 다른 '무심한 듯 시크한' 말투로 유 본부장과 대화를 이어나가며 보는 재미를 더했다.
2005년 KBS '폭소클럽'으로 데뷔해 올해 16년 차를 맞은 신기루는 박나래 장도연 이은형 등 주변 동료들에 비해 크게 빛을 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는 "15년 넘게 활동했는데 방송에 나온 게 15번도 안 될 것"이라고 말해 무명 시절을 짐작하게 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늘어가는 주변의 관심에 "이날만을 위해 살았는데 막상 이런 날이 되니 두렵다. 여기서 기대했던 바를 못 살리면 어떻게 하지 싶다"며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자 유 본부장은 "망설이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처럼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신기루라는 이름보다는 본명 김현정이 더 잘 어울린다고 말한 유 본부장에 그는 "예전의 내가 떠오른다. (김현정으로 출연한) 오늘이 제일 행복한 것 같다"며 울컥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신기루, 그리고 김현정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며 이 장면을 담은 영상 클립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공유하고 있다.
그렇게 '놀면 뭐하니?'의 영향력과 함께 신기루라는 인물은 빠르게 인지도를 쌓고 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과거 신기루의 언행이 회자되며 '잡음'이 튀어나오고 있다.
신기루가 과거 김영희, 홍현희와 함께 진행한 팟캐스트 '육성사이다'에서 내뱉은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들은 지난 2018년 방송에서 성폭력 피해 관련 이야기를 나누던 중 피해자들을 배려하지 않는 부적절한 발언을 남발했고, 이를 지적하는 네티즌들의 의견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일어난 당시에도 "유머일 뿐이다"와 "명백한 잘못이다.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어 게시판이 시끄러웠던 것으로 알려졌고, 이 상황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지금까지 각종 방송이나 영상 등을 통해 공개된 신기루의 언행을 되짚으며 "여러 방면으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아슬아슬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유명세(有名稅), 세상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탓으로 당하는 불편이나 곤욕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유명해지는 만큼 치러야 하는 비용을 뜻한다. 지금 논란의 중심에 선 신기루의 상황은 유명인의 '명암'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기'란 양날의 검과 같다. 무명 시절은 무명 시절대로 힘들고, 인기를 얻고 난 후엔 또 그만큼의 책임과 무게가 따른다. 과거 지녔던 잘못된 인식과 가치관을 유명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를 쌓고 난 이후에도 유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대중은 오랜 무명 시절을 이겨내고 다시금 도약을 꿈꾸는 그를 진심으로 응원할 준비와 함께 그만큼의 엄격한 도덕적 잣대 또한 들이댈 준비가 돼 있다.
신기루, 홀연히 나타나 짧은 시간 동안 유지되다가 사라지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일이나 현상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지금은 그릇된 말과 행동을 철저히 반성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고쳐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천금 같은 지금의 기회가 하필이면 '신기루'라는 자신의 이름대로 홀연히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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