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감성 감독 영리한 연출…김재범 등 조연 연기 돋보여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단순하지만 독특하고, 짧지만 완성도 있는 '가성비' 충만한 영화가 탄생했다. 충무로 흥행보증수표 황정민이 극 중 납치된 '톱배우 황정민'을 연기한 도박이 먹혀든 셈이다.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조연배우들의 연기는 실화 아닌 실화가 연출된 영화적 분위기 조성에 좋은 카드로 활용됐다. 올 여름 극장가 한국영화 흥행 계주의 마지막 주자 '인질'이다.
'인질'(감독 필감성)은 영화 속 영화 '냉혈한'의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톱배우 황정민이 귀가 도중 괴한들에게 납치된 후 벌어지는 인질극을 그린다. 황정민은 영화의 대부분을 손발이 묶인 인질로 관객들을 만나지만 상반신과 표정만으로도 몰입도 높은 연기력을 가감없이 뽐낸다.
플룻을 보면 '인질'은 황정민에 의한, 황정민을 위한, 황정민의 영화로 비춰진다. 그러나 막이 열리면 조연 배우들의 서사가 하나하나 주목을 받으며 신선한 느낌을 자아내는 것은 물론 영화의 완성도마저 끌어올린다.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자 '인질'의 메가폰을 잡은 필감성 감독의 영리한 연출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영화감독은 완성도 높은 영화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 극 중 인물들의 행동 명분을 관객들에게 이해시켜야 할 '비공식적 의무'가 있다. 감독이 이 의무에 충실하다보니 조연들의 캐릭터 입체감이 배가 된 셈이다.
주연 배우인 황정민이 '인질'에서 맡은 캐릭터가 대중이 알고 있는 배우 황정민 본인 그 자체인 것도 한 몫했다. 주인공의 행동에 대한 과거를 보여줄 시간을 조연들에게 할애하기 때문에 나름 탄탄한 서사 구조가 완성됐다. 바탕에는 조연들의 실감 나는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중 경쟁률 1000대 1의 오디션을 통과했다는 김재범(최기완 역)의 '냉혈한' 연기가 단연 돋보였다. 18년 배우 인생의 대부분을 뮤지컬과 연극에서 활동하며 공연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이지만 이번 영화 '인질'을 통해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늦깎이 스타'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류경수와 이유미 이호정 등 조연 배우들도 제 몫을 다했다.
후반부 이어진 추격전도 눈요깃거리가 됐다. 핸드헬드 기법을 통해 원테이크로 촬영한 추격 신이나 격렬한 액션이 제법 쫄깃한 긴장감을 연출했다. 사이사이 개그 요소로 긴장감을 녹인다거나 인질로 잡힌 순간에도 '메소드 연기'를 벌이는 황정민의 차진 연기를 보는 맛도 알찬 편이다.
이정도면 황정민의 도박성 짙은 새로운 시도는 성공으로 기억될 듯하다. 황정민은 '인질'의 언론배급 시사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을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고 조연배우들에게 공을 돌리는 등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역시 황정민은 황정민이다. 러닝타임은 94분. 8월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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