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황선홍②] "'골때녀' 개벤져스와 유쾌한 희로애락"(영상)

태어나서 연예부 기자와 정식으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지난 21일 서울 경희궁길의 한 카페에서 황선홍 감독을 단독으로 만나 최근 방송 활동 배경과 소회를 들어봤다. /이승우 기자

김민경 신봉선 등 '개벤져스' 멤버와 카톡 친구 사이 발전 

[더팩트ㅣ이승우 기자] 황선홍(53)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다. 작년 9월 하나금융재단의 기업구단 대전하나시티즌의 초대 감독자리에서 사임한 뒤 잠시 방송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외도의 길을 걷고 있다.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승부사' 감독으로 불린다.

지난 2월 설 특집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를 통해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냈고, 같은 시기 JTBC '뭉쳐야 찬다',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 등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적극적인 방송 행보를 잇고 있다. 현재는 지난 6월부터 정규 편성한 SBS 예능프로그램 '골때녀'에 고정으로 출연 중이다.

'골때녀'는 황선홍 최영수 김병지 이영표 이천수 등 축구 국가대표 출신의 감독들이 연예인들과 각 팀을 이뤄 축구 토너먼트 경기를 펼치는 예능프로그램이다. 황 감독은 개그우먼들로 구성한 '개벤져스'팀의 어설픈 축구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을 주며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였다.

가끔 몇몇 축구 국가대표출신 선수들과는 사석에서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서슴없이 나누곤 했지만, 연예면에 '국보급 스트라이커' 황선홍의 정식 인터뷰를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란 점에서, '황선홍'이란 이름 석자, 그리고 그에 대한 인터뷰 요청은 그가 올초 방송에 출연하는 순간부터 기자의 머릿속에 뚜렷한 목표로 자리잡고 있었다.

25년 몸담아온 축구계와는 이제 작별하려는 것일까. 최근 방송 활동의 뒷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아직도 그의 지도자 복귀를 기대하는 축구계는 황 감독의 깜짝 행보를 호기심 있게 바라보고 있지만, 방송 활동에 대한 소회를 아직 밝힌 적은 없다.

도쿄올림픽 개막식 이틀을 앞둔 지난 21일 서울 경희궁길의 한 카페에서 황 감독을 단독으로 만나 그의 최근 근황과 속내를 직접 들어봤다.

- 만나서 반갑습니다.

태어나서 연예부 기자와 정식으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방송 관련 인터뷰를 하게 될 줄 정말 몰랐습니다. 하하.

- 인터뷰 요청을 정중하게 거절했는데, 마음을 바꾸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전문 방송인도 아닌데 방송 관련 인터뷰를 한다고 생각하니 처음엔 망설여지더라고요. 그런데 이 또한 축구 부흥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면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 요즘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방송 활동은 어떤가요.

그동안 제가 해왔던 일이 아니라 재미도 있고,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습니다.

- 방송 활동의 계기가 있나요.

잠시 시간적 여유가 생기다 보니 새로운 것에 도전도 해보고 싶고, 그리고 축구와 관련된 것이니 축구 홍보에도 보탬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출연하게 되었죠.

- 본인에게 예능의 옷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나요.

아니요, 잘 안 맞아요. 저는 아닌 것 같아요. 하하. 물론 최용수 감독이나 김병지 감독처럼 같은 세대들과 같이 어우러지는 게 재밌긴 하지만, 그래도 저에게 잘 맞지는 않는 것 같아요. 물론 상황에 따라선 우리 동료들하고 재밌잖아요. 또 새로운 분들도 만나고. 최용수 감독이나 김병지 감독처럼 같은 세대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은 재밌는데, 저에게는 잘 맞지는 않는 것 같아요. (웃음)

- 그렇다면 예능에 출연한 자신의 모습이 낯설어 보였나요.

굉장히 낯설죠. 거실에서 보다가 방으로 들어갈 때도 있고, 나중에 따로 챙겨볼 때도 있고, 아무래도 좀 어색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전문 방송인이 아니기 때문에 많이 어색하죠. (웃음)

작년 9월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자리에서 사임 후 2달 가까이 모습을 감췄던 황선홍 감독은 최근 방송국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했다. /SBS 골때녀, MBC 안다행, JTBC 뭉쳐야찬다 방송 캡쳐(사진 왼쪽 위부터), 개그우먼 김민경 인스타그램 (사진 오른쪽)

- 축구 무대에선 '승부사'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개벤져스팀'을 지휘하면서 욕심난 순간이 있었나요.

아무래도 승부는 승부니까요. 이기고 싶을 때도 있었죠. 그러나 이왕이면 우리 팀원들과 즐겁게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팀원들에게 ‘스트레스 받지 말아라’, ‘편하고 즐겁게 하자’는 메시지를 많이 전달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팀원들이 저보다 더 승부에 대한 강한 마음이 있더라고요. 그것을 제가 충족시키지 못해서 좀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 출연자들 가운데 호기심을 갖고 살펴본 사람은 있었나요.

민경이요. 사실 축구선수를 할 수 있는 적합한 신체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깜짝 놀랐어요. 운동신경과 힘 그리고 축구에 대한 감각이 굉장히 좋더라고요. 그래서 내심 좀 놀랐어요. 민경이가 요즘 운동을 잘하는 '운뚱뚱' 콘셉트로 인기를 많이 끌고 있는데, 그게 맞는 얘기구나. 함께 연습하고 경기하면서 그렇게 느꼈어요.

- 지휘자 시선으로 볼 때 진짜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나요.

박선영씨의 축구에 대한 감각이나 능력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연예인이면서도 축구인 못지않은 기술과 스피드 그리고 열정이 대단하더라고요. 신봉선 선수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많았어요. 제가 그 부분을 잘 이끌어 줬어야 했는데, 신봉선 선수는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축구 경기를 접하게 되면 굉장히 좋은 선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 아쉽게 본선 진출은 실패했다. 그동안 '골때녀'에 출연한 소감은?

굉장히 즐겁게 촬영을 했던 것 같아요. 그 안에서 기쁨도 있었고, 슬픔도 있었고요. 축구로 경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희로애락을 많이 겪었다고 생각해요.

- '개벤져스'팀 멤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프로그램 출연이 계기가 돼 팀원들과 단체 채팅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앞으로 이 프로그램을 함께 못 하더라도 이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또다시 만나서 축구 할 수 있기를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 예능 출연 후 주변 반응은?

저는 사실 재미있는 사람도 아니고 진중한 성격이어서 방송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주위에 친한 분들은 '재미있다' '신선했다'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동안 제가 보여드렸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이기 때문에 그냥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앞으로 방송 활동 계획은?

사실은 (방송을)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이제는 세상이 많이 바뀌고, 제가 또 현재 감독을 안 하고 있으니 이것도 팬들과 소통하는 일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회가 되면, 그게 또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출연할 수 있을 것 같아요.(끝)

☞[만나고 싶었습니다-황선홍①] "이강인, 도쿄올림픽 주목 선수"(영상)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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