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숙 등장 후 계은숙 방미 나미 등 가세, '가요계 흐름' 바꿔
[더팩트|강일홍 기자] 현숙은 독특한 비음창법이 매력적인 가수다. 이는 '가수 현숙'을 상징하는 색깔과 이미지로 굳어 있다. 몇몇 개그맨들이 유명인 성대모사를 할 때면 "창법 스타일이 워낙 뚜렷해 목소리가 좀 달라도 어렵지 않게 흉내낼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전라북도 김제가 고향인 현숙은 사춘기시절부터 동네 노래자랑 등에서 상을 휩쓸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여고를 졸업하자마자 상경해 작곡가 임종수의 스카우트로 가요계에 뛰어든다. 이후 매니저 겸 가수였던 김상범과 '정답게 둘이서'라는 첫 독집앨범을 발표하게 된다.
가수로서 그의 존재감은 '타국에 계신 아빠에게'(79년)를 부르면서다. 이 노래의 히트는 마침 당시 달러벌이를 위해 가족과 떨어져 살던 사우디 리비아 등 중동 근로자들의 시대상을 반영한 덕분이다. 예상치 못한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지만 정작 현숙은 만족하지 못했다고 한다.
"제 나잇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곡이라고 생각했어요. 세월이 지나고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됐지만 당시만해도 20대 초반의 나이잖아요. 다만 예나 지금이나 가수의 삶과 인생은 자신이 부르는 노래에 스며있다고 믿어요. 성격상 저는 밝고 명랑하고 쾌활한 곡이 좋더라고요."
현숙은 이 노래로 대중에 얼굴을 알린 뒤 곧바로 작곡가 김정택을 찾아갔다. 진짜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생기발랄한 곡을 부르고 싶었기 때문이다. 후에 방송사 악단장을 지낸 김정택은 가수 전영록의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봐' '불티', 인순이의 '밤이면 밤마다' 등을 히트시킨 뮤지션이다.
이때 탄생한 곡이 바로 '정말로'다. 현숙에게 인생곡으로 아로새겨진 이 곡은 그해 MBC 10대 가수상으로 이어졌고, 이후 각종 가요상을 휩쓴다. 이를 계기로 현숙은 트로트와 록, 댄스 팝을 접목한 음악 형태를 구축한다.
'가슴이 찡할까요 정말로 눈물이 핑돌까요 정말로/ 나는 아직 사랑이란 모르지만 난 나는 믿는 것은 그대 뿐/ 그대 나를 얄밉다고 말만 하더니 오늘은 살며시 내 손 잡았네/ 오예 가슴이 찡하네요 정말로눈물이 핑도네요 정말로/ 한번쯤은 느껴보는 사랑인데 난 나는 왜 이럴까 정말로'(현숙의 '정말로' 가사 1절)
트위스트 장르인 '정말로'는 발표 15일만에 가요계에 두각을 나타낸 초단기간 히트송이 됐다. 70년대 이후 통기타 포크송과 정통 트로트 중심이던 가요계는 현숙의 등장과 함께 계은숙 방미 나미 등이 가세하면서 빠른 댄스풍 리듬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이를 기점으로 데뷔부터 단 한번의 공백없이 꾸준하게 정상권을 지킨 몇 안되는 주류가수로 자리매김한다. 온 국민이 좌절에 빠져있던 IMF 때는 가정의 힘든 생활상을 표현한 경쾌한 댄스 리듬의 트로트곡 '요즘여자 요즘남자'(97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도 한다.
현숙은 또 다른 가수들과 다르게 유독 중년층과 노년층이 선호하는 가수다. 남다른 효심이 발현된 덕분이다. 어머니 故 김순애씨가 2007년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지극정성 병간호를 해온데다 수년간 독거노인 이동목욕차 기부 등 선행을 펼쳐온 연예인 숨은천사다.
데뷔 45년간 거의 매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신곡을 발표해온 현숙은 최근 '확실합니다'로 코로나 속 국민들에게 희망 전달 메신저로 나섰다. 주요 곡으로는 '춤추는 탬버린', '내 인생에 박수', '요즘여자 요즘남자', '오빠는 잘 있단다', '인생 팁' '이별없는 부산정거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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