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미스, 미스터트롯' 이후 '스타탄생 불발'이 원인
[더팩트|강일홍 기자] 흔히 소문난 '맛집'(음식 맛있는 집) 주변에는 유사 식당이 많습니다. 같은 골목에 다닥다닥 붙어 있어도 경쟁력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원조가 워낙 유명해 멀리서도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계속 있기 때문이죠. 원조 맛집에 줄을 서고 넘치면 결국 이웃 가게로까지 흘러가는 효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어디에나 원조가 있으면 아류가 생기게 마련인데요. 단순 모방일 수도 있고, 흉내를 통한 새로운 재창조일 수도 있습니다. 방송계도 물론 예외가 아닙니다. 최근 3년간 방송가는 TV조선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 잇달아 대박 흥행몰이를 하면서 종편을 넘어 지상파로까지 복사판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넘쳐났습니다.
한동안 트로트 열풍이 방송가를 휩쓸었고 시청자들은 트로트의 깊은 맛을 만끽했습니다. 방송가에 던져준 메시지와 긍정적 효과는 매우 컸습니다. 오디션 서바이벌이라는 포맷을 통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재미와 짜릿한 긴장감을 맛본 거죠. 불과 몇년 전까지만해도 트로트가 방송에서 홀대받던 장르였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였습니다.
◆ 원조 모방의 한계, '그 나물 그 밥' 결국 식상함의 '부메랑'
트로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벌써 신물이 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채널마다 틀면 등장하는 트로트 프로그램들의 무차별 폭격이 인내의 한계치에 다다른 걸까요. '원조의 모방'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장르라도 '그 나물 그 밥'은 결국 식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중의 입맛은 쉽게 바뀌고 달라지는 속성이 있습니다. 아니 시시각각 변합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시청자들은 '코로나의 답답함을 트로트로 푼다'고 말할만큼 뜨거운 관심과 지지를 보냈는데요. 이는 트로트 원조 '미스트롯'에 이어 '시청률 35%'라는 경이로운 흥행기록을 쓴 '미스터트롯' 신화가 만든 효과이기도 한데 후속타가 없는 건 아쉬움입니다.
◆ 임영웅 영탁 이후 스타 발굴 부재가 남긴 메시지 '용두사미'
냉정하게 평가하면 지금껏 수많은 트로트 오디션프로그램이 등장했지만 '미스, 미스터트롯' 외엔 성공한 프로그램이 전무합니다. '보이스퀸' '트로트퀸' '트롯전국체전' '트로트의 민족' '보이스킹' 등 소리만 요란했을 뿐 결과물이 없습니다. 심지어 오디션 원조 맛집으로 소문난 TV조선 자가복제프로그램인 '미스트롯2' 조차도 용두사미로 끝나가는 분위기입니다.
무엇보다 스타를 탄생시키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이는 '미스터트롯'의 흥행과 극명하게 비교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미스트롯2'는 마지막 방송에서 최고 시청률 32%를 기록하고도 임영웅 영탁 같은 특급 트로트 스타를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원조 입소문 덕에 손님몰이에는 성공했지만 맛집 명성에 걸맞는 지속적 흥행에는 실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일부 멤버들 중에는 벌써부터 원 소속사와 마찰을 빚으며 대스타인양 행세한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사실 이들은 관심 프로그램을 통해 주목을 받긴 했지만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상태에 불과합니다. 연예인들이 작은 인기에 도취해 추락하는 경우는 허다합니다. 가뜩이나 시들해진 분위기 속에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으려면 초심을 잃어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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