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그룹 재데뷔 부활전…'중고신인'의 명암 [TF초점]

멤버 11명 전원이 이미 아이돌그룹으로 한 번 활동했었던 멤버들로 구성된 오메가엑스가 데뷔했다. 이들이 속했던 팀은 8팀이다. 얼마나 많은 그룹이 데뷔했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스파이어엔터 제공

오메가엑스(OMEGA X), 멤버 11명 전원 '중고신인' 그룹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코로나19 시대에 숫자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한 해에 수십 팀의 아이돌그룹이 새롭게 탄생하고 또 사라진다. 그 중엔 종종 다시 기회를 얻기도 한다. 무려 멤버 11명 전원이 재데뷔인 그룹도 있다. 새로운 기회라는 점에서 한줄기 빛이지만 그만큼 수많은 꿈들이 꽃피우지 못 하고 사라졌다는 걸 보여주는 어두운 이면이기도 하다.

1세대 아이돌그룹에서 멤버 한 명의 탈퇴는 곧 팀 해체와 직결되는 문제였지만 20여년이 지나 4세대 아이돌그룹까지 오는 과정에서 멤버의 탈퇴와 영입은 비교적 자유로워졌다. 아이돌그룹이 수없이 쏟아지면서 해체 후 다른 팀에서 데뷔하는 경우를 찾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게 됐다. 그래도 대부분 한 팀에 멤버 1~2명이 고작이었다.

아이돌그룹이 가장 포화상태였던 건 3세대다. 많을 땐 1년에 50팀도 넘게 데뷔했다. 그중 뜨는 팀은 극소수다. 대부분은 2~3년 활동하다가 사라진다. 해당 팀에 소속됐던 이들은 설 곳이 없다. 그러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나는 이들의 숫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뭉쳐 4세대 아이돌이 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과거와 달리 요즘 '중고 신인'은 딱히 놀랍지 않은 일이 돼버렸지만 무려 11인조 그룹에서 멤버 전원이 '중고 신인'이라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지난달 30일 데뷔한 오메가엑스(OMEGA X)는 아이돌 포화가 낳은 대표적인 사례다. 11인조 오메가엑스는 멤버 전원이 활동한 경력이 있다. 스펙트럼 출신 재한, 소년24 출신 태동, 리미트리스 출신 휘찬, 스누퍼 출신 세빈, 세븐어클락 출신 한겸, 원더나인 출신 예찬, 원팀 출신 젠-제현, 이엔오아이 출신 케빈-정훈-혁으로 구성됐다.

11명이라는 다인원 그룹에서 멤버 전원이 재데뷔라는 건 대단히 신선하고 독특하다. 이들이 속했던 팀은 무려 8팀이다. 그만큼 팀이 해체되거나 무명의 아픔 등의 시련을 겪은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오메가엑스 멤버들처럼 기회를 다시 얻은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오메가엑스와는 결이 조금 다르지만 같은 날 데뷔한 저스티비(JUST B)도 익숙한 얼굴들이다. 6인조 보이그룹 저스트비는 멤버 한 명을 제외한 5인이 서바이벌 출신이다. SBS '더 팬' 출신 임지민, Mnet '아이랜드' 출신 이건우-MJ, MBC '언더나인틴' 출신 전도염-배인, 그리고 새 얼굴 김상우로 구성됐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아이돌그룹, 특히 보이그룹은 괜찮은 멤버들 뽑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워졌다. 찾더라도 육성하고 데뷔시키기까지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1~2년 안에 성과를 내기 바라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활동 경험이 있는 중고 신인들이나 오디션 출신들에게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고 신인은 상당 기간 연습생 생활과 활동을 거쳤고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경쟁을 통해 실력을 키웠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신선함 면에서는 약점이 있을 수 있지만 '프로듀스101' 시리즈나 리부팅 오디션 '더 유닛' 등을 통해 데뷔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 했던 멤버들이 팬들에게 새롭고 강렬하게 다가갈 수 있음을 확인했다.

오메가엑스가 쇼케이스에서 "성장하지 않았다면 무대에 오를 이유 없다"고 말한 것처럼 시련을 한 번 겪으면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고 간절함은 무대에서 실력 이상의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전원이 재데뷔인 오메가엑스의 향후 활동과 성과에 이목이 쏠린다.

오메가엑스라는 팀의 의미는 알파벳의 마지막 글자인 오메가(Ω)에 새로운 시작과 꿈을, X에 무한한 사랑과 희망 등 상징을 표현해 완성했다. 팬들과 첫 만남부터 꿈을 이루는 마지막 순간까지 다양한 가치를 함께 실현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들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앨범 'VAMOS(바모스)'는 스페인어로 '가자'라는 의미다.

또 다른 가요 관계자는 "재데뷔를 하는 멤버가 일부 포함된 팀은 제법 있었지만 전원이 재데뷔인 건 정말 파격적인 시도다. 데뷔했다가 사라진 팀이 얼마나 많았으면 이게 가능할까 싶어 씁쓸하기도 하다"며 "오메가엑스가 괜찮은 활동을 펼친다면 중고 신인이 더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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