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캐릭터였지만 멜로라는 서사에 매료됐죠"
[더팩트|박지윤 인턴기자] '마인'은 강인한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표방했다. 그렇기에 '김서형이 그동안 보여줬던 역할들과 이번에 연기한 정서현이 비슷한 결이 아닐까'라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정서현이 가진 서사의 힘에 끌렸고, 익숙함에 새로움을 더하며 새로운 '인생캐'를 탄생시켰다.
김서형은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멜로에 도전했다. 상대방이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점에서 보는 이들은 특별하다고 느낄 수 있었지만 그는 아니었다.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사랑 앞에서는 누구나 똑같아요'라고 말하는 김서형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로 성소수자가 아닌 멜로를 꼽았다.
"이 작품으로 '멜로 하고싶다'는 소원을 이뤘어요. 물론 작품을 보고 '멜로가 조금 더 있었으면'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 정도도 너무 좋았어요. 사실 남자 간의 사랑은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있지만 여자 간의 사랑은 보기 어려웠잖아요. 물론 저는 여자 간의 사랑이라서 이 작품을 택한건 아니에요. 멜로가 있어서 한 거였죠. 하지만 상대가 남자라고 해서 더 행복한 표정을 짓지는 않잖아요. 여자든 남자든 사랑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아름다운 거니까요."
그렇게 정서현은 효원가를 지킴과 동시에 '마인'인 수지(김정화 분)와의 사랑까지 지켜냈다. 자신을 얽매던 것들에서 한발 내디딘 그는 마침내 진짜 나의 것을 손에 쥐었다. 그렇다면 배우 김서형, 그리고 사람 김서형에게 있어서 '마인'은 무엇일까.
"뻔하지만 연기죠. 그리고 저의 반려견과 늘 응원해주는 가족도 있고요. 솔직히 말하자면 연기와 반려견이 동일시되는 것 같아요. 저에게 연기는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의식주 해결의 수단이기도 해요. 그렇기에 저는 연기를 해야만 나의 것을 찾을 수 있고, 연기해야만 잘 버티고 잘 살 수 있죠. 그래서 저의 '마인'은 연기와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거예요. 일 중독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연기에 빠져 산다기보다 연기를 해야 내가 먹고사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놓을 수 없는 거죠. 다 맞물려 있어요."
그동안 '아내의 유혹', 'SKY 캐슬' 등 제목만 들어도 캐릭터가 바로 떠오를 만큼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한 김서형이다. 이미 여러 '인생캐'를 남긴 그는 '센 캐릭터'라는 범주 안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는 변주 중이었다. 그 가운데 정서현을 만나며 강한 카리스마부터 멜로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완성했다. 이는 배우로서 대중에게 익숙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선사한 셈이다.
"저는 모두가 예상하듯이 센 캐릭터가 많이 들어와요. 그래서 한때는 '왜 나는 이런 캐릭터만 들어오지?'라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부정하지 않으려고 해요. 센 캐릭터라고 해도 다 같은 것은 아니니까요. 또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센 캐릭터가 아닐 수도 있는거죠. 이렇게 생각하면서 굉장히 성장하고 성숙해졌어요. 다음에 또 센 캐릭터가 들어온다고 해도 정서현이 가진 멜로와 같은 인물의 서사를 확인해보고, 이런 서사가 있다면 또 할 거예요."
"사실 이런 센 캐릭터를 받으면 숙제를 받는 기분이에요. '나에게 이 캐릭터를 주는 이유가 뭘까, 나의 끝이 궁금한 걸까'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제 스스로도 저의 한계가 궁금해요. 그렇기에 늘 시험대에 오르는 기분이겠지만 저의 한계점을 겨뤄보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거예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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