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탕준상, 누구보다 연기에 진심인 소년

탕준상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과 SBS 라켓소년단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는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캐릭터로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다양한 색을 보여주는 배우가 될 거예요"

[더팩트|박지윤 인턴기자] OTT와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면면을 뽐내고 있는 한 소년이 있다. '무브 투 헤븐' 그루는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이사를 돕고, '라켓소년단' 해강이는 배드민턴을 통해 성장하며 각자 다른 방식으로 위로와 공감을 선사하고 있다.

탕준상은 지난달 1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극본 윤지련 연출 김성호, 이하 '무브 투 헤븐')에서 그루 역으로 생애 첫 주연에 도전했다. 그루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유품정리사로 고인의 유품정리를 하며 그들이 남기고 간 마지막 이야기를 유족에게 대신 전해준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그루는 감정표현이 서툴고 사람들과의 소통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뚜렷한 주관을 가진 그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낸다. 유족조차 외면한 고인의 유품을 끊임없이 돌아보고 돌봐주며 그 안에 숨겨진 진짜 의미를 찾아낸다.

"'무브 투 헤븐'은 이 사회에 무관심과 단절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이 내 삶의 주위 사람들에게 한 번 더 눈길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또 따뜻한 감동과 위안도 전하고 싶었죠."

"그 안에서 그루는 귀엽고 순수한 친구예요. 우직함에서 카리스마도 느낄 수 있죠. 이런 그루를 잘 표현하기 위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아스퍼거 증후군은 스펙트럼이 넓고, 사람마다 가진 특성이나 정도도 다 달라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특정 인물을 보고 따라 하면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겠다는 걱정이 앞섰어요. 그래서 한국 작품보다 해외 작품을 많이 봤고, 영어로 된 연기를 저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였죠."

무브 투 헤븐에서 탕준상은 그루 역을 맡았다. 그루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유품정리사로 고인의 마지막 이사를 도우며 떠난 이들의 메시지를 전한다. /넷플릭스 제공

한 번 본 것은 그대로 기억할 만큼 뛰어난 관찰력과 기억력을 가진 그루는 좋아하는 분야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전문적이다. 어렸을 때부터 물고기를 좋아했던 그는 가오리주문을 척척 외우고, 한 번 본 명함은 이름부터 번호까지 바로 머릿속에 넣는다. 한눈에 봐도 탕준상이 소화해낸 대사량은 상당했다. 생소한 단어부터 쉴 틈 없이 뱉어내는 문장까지. 그럼에도 탕준상은 어려움을 느끼기는커녕 이를 즐길 줄 아는 천생 배우였다.

"제가 만약에 시험을 보기 위해서 공부했다면 죽어도 못 외웠을 거예요. 그런데 연기를 위해서 대본을 외우는 건 생각보다 금방 외워지더라고요. 대본을 보고 표현하는 거에 몰입해서 연습하면 금방 외우는 편이에요. 오히려 많은 대사보다 그루가 감정표현이 적은 부분이 더 어려웠어요. 연기하면서 올라오는 감정을 억누르고 연기하는 게 더 힘들었던 거 같아요."

덤덤해서 먹먹했고 더 슬펐다. 갑자기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떠나 유품 정리를 혼자 하게 됐을 때도, 매년 아버지와 함께 가던 놀이공원을 혼자 갔을 때도 그루는 울지 않았다. 감정표현이 서툰 그루는 속으로 많은 눈물을 삼키며 씩씩하게 이겨냈지만 탕준상은 아니었다. 그는 대본을 읽을 때부터 촬영할 때까지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루한테 몰입해서 그런지 9, 10화에 정말 많이 눈물을 흘렸어요. 그루와 아버지 그리고 상구의 과거 이야기부터 "그루도 어쩌면 매튜그린이 될지 모릅니다"는 대사, 아버지의 유골함을 들고 수족관에 가는 장면과 아버지 추모 공원 등 많이 울었어요. 그리고 "이제 아빠 볼 수 없습니다"는 대사와 함께 아버지가 그루에게 남기고 간 영상 편지를 보는 장면을 찍을 때 눈물을 많이 참았어요."

탕준상은 올해 19세로 아직 무브 투 헤븐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작품에 관한 반응을 더 열심히 찾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제공

물건에는 고인의 삶과 메시지가 녹아있다고 굳게 믿는 그루는 이 메시지를 알아낼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게 그는 아들 양복 한 벌 해주지 못한 어머니의 미안함을, 동성애를 반대하는 부모님으로 인해 연인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의사의 진심을 대신 전한다. 이런 그루를 보며 탕준상도 먼 훗날 자신의 인생이 담길 물건을 고민해봤다.

"저는 유품으로 제 대본과 작품을 남길 거예요. 남겨진 작품을 통해서 '난 이런 일을 했고, 이런 모습을 보여왔다'를 남기고 싶어요. 또 기사나 인스타 계정과 같은 저와 관련된 것도요. 제가 남기고 가는 것이 제가 죽은 후에 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기죠."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위로를 전한 탕준상은 아직 '무브 투 헤븐'을 보지 못했다. 2003년생으로 올해 19세인 그는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작품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작품에 관한 반응을 더 열심히 찾아보고 있다.

"저는 후시녹음이나 후반 작업할 때 부분적으로만 보고 아직 작품을 제대로 못 봤어요. 그래서 SNS 댓글이나 블로그 후기를 열심히 찾아보며 작품에 관한 반응을 보고 있어요. 2022년 1월 1일이 되자마자 친구들과 함께 정주행할 거예요"

올해로 데뷔 11년차를 맞이한 탕준상은 매 작품마다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는 배우가 되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

아직 어린 나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끼를 발산하던 탕준상은 2010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통해 아역으로 데뷔한 11년 차 베테랑 배우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공간이었던 공연장은 그에게 일터가 아닌 놀이터였다. 그렇게 탕준상에게 있어 연기는 일이 아닌 놀이로 스며들었다.

"'빌리 엘리어트'를 할 때 또래 친구들과 함께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면서 공연장을 놀러 간다고 생각했어요. 방송으로 넘어와서 '아, 내가 하는 게 연기구나'를 알게 됐는데, 그 연기를 힘든 직업이 아닌 캐릭터 옷 입히기 같은 놀이라고 생각했어요. '배우를 안 했으면 내가 뭘 했을까'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우라는 일이 너무 재미있고 적성에 맞는 거 같아요."

화면 너머로 만난 탕준상은 아직 모든 게 궁금하고 하고 싶은 것 많은 19살 소년이었다. 귀엽기보다는 멋있어 보이고 싶어 하는 모습마저 말이다. 하지만 작품 이야기를 할 땐 눈이 반짝반짝 빛났고, 배우로서 가고자 하는 길은 누구보다 확고했다. 매번 새로운 색깔을 그려낼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그다.

"저는 매번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어요. 매 작품 '오 다르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와이어 달고 극한 액션을 하고 싶기도 하고 해리포터 같은 판타지, 마션 같은 SF도 하고 싶어요. 계속 배우를 하면서 초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될 거예요."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